강원 강릉 '명태식해'
고춧가루.파.마늘 넣어 양념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반찬
발효와 정서 감 칠맛.향 생겨
채썬 무 낳으면 씹는 맛 일품
막국수.수육과도 '찰떡궁합'
식해와 식혜 글자는 한끗 차이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식혜'는 쌀알이 동동 뜬 달콤한 음료고 '식해'는 젓갈이다.
강원 강릉에선 없어선 안되는 밥반찬으로 통하는 '명태식해'를 찾아가봤다.
식해는 밥을 넣은 젓갈이다.
이름브터 밥 '식' 자와 생선으로 담근 젓갈 '해' 자를 쓴다.
갓 잡은 생선에 소금과 밥을 넣어 삭힌 다음 고춧가루.파.마늘 등으로 양념한 음식이다.
밥은 찹쌀.찰밥.차조밥 등 집집마다 내려오는 방식대로 넣는다.
쌀 전분이 분해되면서 생긴 유산이 소금과 함께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해 '저염장 발효식품'이라고도 한다.
밥은 넣은 젓갈이라니 맛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ㅇ[선 식해를 종류별로 파는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명태식해를 비롯해 가자미식해, 명태 아가미 식해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10여년 동안 이곳에서 식해를 만들어 판매해온 '언니네 반찬' 가게 주인 방미라씨(61)는 '동해안에는 서해안보다 조수 간만의 차가 작아서 소금이 부족해 밥을 대신 넣어 식히게 된 것'이라며 '옛날에는 집집마다 식해를 만들어 제사상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 간다는 명태식해를 맛보기용으로 주문했다.
방씨는 가게 진열대에 푸짐하게 담겨 있는 명태식해를 크게 한국자 퍼서 포장 용기에 담는다.
위로 소복하게 올라온 도톰한 명태 살 한점을 떼어 입에 넣어본다.
혀끝에 닿자마자 새콤달콤하다.
식해는 젓갈이지만 짭짤한 맛이 거의 없다.
생선을 싹힐 때 넣는 엿기름이 밥과 만나 발효되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과 감칠맛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취향에 따라 식해에 무를 두껍게 채 썰어 넣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있어 어느 밥 도둑이 부럽지 않다.
방씨는 '강릉 사람들은 보통 밑반찬으로 집에 한통씩 정해놓고 먹는다'며 '생선을 통째로 삭혀 먹으니까 칼슘 보충에도 좋고
도루묵.청어.갈치 등 다른 생선으로도 만들기가 가능해 질리지 않고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반찬이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강릉 토박이보다 멀리서 온 관광객들이 명태식해 맛집을 더 찾는다.
이들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명태식해를 올린 막국수와 수육이다.
1978년 처음 문을 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는 연곡면 방내리 '본가 동해막국수'는 주말이면 기본 한시간은 기다려야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신미영씨(55)는 '구수한 메밀면과 매콤한 명태식해 조화를 잊지 못해 강릉에 여행 올 때마다 방문하는
단골이 많다'며 '따뜻한 수육 한점에 명태식해를 올려 먹으면 간이 적절해 된장.고추장이 필요 없다'고 먹는 법을 알려줬다. 숙취 해소에 좋은 '황태국'...꼬들꼬들 식감 '창난젓'
각양각색 명태 요리
강원 강릉에선 식해로 많이 만들어 먹는 명태, 명태는 이름도 여러가지고 활용법도 무궁무진한 생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사랑받는 다양한 명태 요리를 소개한다.
황태국 : 황태는 명태를 반복적으로 얼렸다 녹여서 만든 것으로 노란 빛은 띤다.
명태는 말린 북어 역시 국으로 먹기 알맞다.
국물 속에서 건진 살은 포슬포슬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명태에는 필수아미노산이풍부하게 들어 있어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코다리 조림 : 명태에서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반건조한 것을 코다리라고 부른다.
큼직하게 썬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고춧가루와 간장.설탕 등으로만든 양념을 넣고 졸이면 완성이다.
명태는 무와 궁합이 좋은 데 명태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단백질과 칼슘.비타민A가 무와 만나 흡수가 잘 된다.
동태찌개 : 동태는 명태를 얼린 것이다.
동태를 승덩숭덩 큼직하게 썰어 고춧가루.파.마늘과 함께 넣어 얼큰하게 끊이면 맛있는 찌개가 완성된다.
마지막 쑥갓을 올리면 향긋함이 배가 된다.
명태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이 적어 국물이 느끼하지 않다.
창난젓 : 창난젓은 명태 창자를 채 썰어 양념에 버무린 것이다.
명태 알로 만든 명란젓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창난젓에 참기름 한두방울 떨어뜨려 흰쌀밥과 함께 먹으면 꼬들꼬들한 식감 덕분에 밥 한그릇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강릉=서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