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경향신문 이기환 선임기자의 서예기사인 '당대엔 화제성 1위 '미친 초서' 이광사,
후대의 '넘사벽' 추사에게 욕 먹은 까닭'을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나는 서양에서는 서예라는 것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영어는 붓으로 쓰기보다 펜으로 쓰고
글자 형태도 로마체 인쇄체 필기체 등 단순하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스티브 잡스가 자기가 다니다가 중퇴한 대학에서 졸업축사를 하면서 캘리그라피를 언급해서
서양에서도 서예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로부터 언문을 배웠다.
아버지는 당시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맹퇴치 운동을 하셨고 한글을 가르치셨다.
글자를 쓸 때는 바르게 쓰도록 일러 주셨다. 글자를 비뚤비뚤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요즘은 일부러 비뚤어지게 쓰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한석봉 어머니가 석봉이를 절에 공부하러 보내 놓고 있었는데 한 일년남짓 글씨공부를 하다가 어머니가 보고 싶어
이만 하면 됐다싶어 집으로 내려온 아들보고 밤에 등잔불을 끄고 석봉이의 글솜씨를 테스트 해 보기로 하였다.
그 옆에서 어머니는 떡을 썰었다. 글씨를 다 쓴 후 불을 켜고 아들이 쓴 글시를 살펴본 어미니는 비뚤비뚤 하게 쓴 글씨와
자신이 썰어 놓은 가지런한 떡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공부를 했다고 하겠느냐면서 그 길로 다시 좇아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용맹정진한 한석봉은 후에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서예가가 되었다.
오늘 기사에서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서체도 있는데 글자가 마치 꿈틀꿈틀 살아서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준다.
원교 이광사 글씨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초서로 작가의 성정과 기질을 숨김없이 나타내고 있다한다.
하지만 8년 후배인 추사는 원교를 완전히 깔아 뭉개 버렸다. 원교 이광사는 <서결>에서 '언필(偃筆:붓을 뉘어서 쓰는 필법)의 병폐를 지적했는데 추사는 이 대목을 문제삼아 "서예가가 붓 탓을 하면 되겠냐"면서 가만보니 원교는 붓 잡는 법(용필(用筆)과 먹 가는 법(用墨)도 모른다"고 깔아 뭉개 버렸다. 하지만 추사의 비판이 도에 지나치다는 소리를 듣는다. 원교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 때 글씨를 또박뽀닥 정성들여 썼기 때문에 글씨를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다.
붓글씨도 마찬가지였다.
몇년전 중국 서안에 갔을 때 우리나라 인사동과 같은 옛날 문방구를 파는 거리를 구경삼아 갔다.
왕희지 서체니 무슨 체니 하는 서책을 몇권 샀다. 나중에 집에 와서 혼자서 연습을 해 보려고 했던 것이다.
비림에 가서도 탁본과 서책 한 두권을 샀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흘렀지만 무엇이 바쁜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러다가 저승까지 갖고 가야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