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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난세(亂世)
①
때는 초동(初冬)이어서 겨울로 접어드는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남해(南海)의 한 포구(浦口)에 거대한 범선이 닻을 내렸다. 범선은 무척 컸고 그냥 지나치면서 볼 때는 해양을 누비는 해운업의 무역선 같았으나 그런 상선(商船)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다른 점이 있었다. 상선이라면 그런 이름 없는 포구에 닻을 내릴 리가 없을 것이다.
범선은 포구에 닻을 풀고 대략 이백 명 정도의 사람들이 상륙했다. 그들은 대체로 청년에서 중년에 이르는 사람들이었고 눈빛이 비범했다.
육지에 발을 딛는 순간 무척 격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그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아니 그들의 눈에는 온통 기대와 희망, 그리고 신천지에 오르는 듯한 부푼 야망까지도 엿보였다.
그들은 범선으로부터 많은 물건을 끌어 내렸다. 단단하게 짜여진 목궤만 해도 수백 개에 이르렀고 각종 기물들을 육지에 내렸다. 그 작업만 해도 근 반나절이 걸렸다.
이런 볼품없는 시골 어촌에 이렇듯 많은 짐을 하역하고 있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사람들은 궁금했지만 그들이 모두 안광이 형형하고 무공을 배운 자들처럼 보여서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
범선은 파도를 가르며 유유히 남해의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관도(官道).
을씨년스러운 관도 위를 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들은 화삼(華衫)의 청년과 그의 서동인 듯한 차림의 미소년이었다. 그들의 용모는 너무도 수려해서 길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연신 고개를 돌려 그들을 힐끔거렸다.
그들은 그런 일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공자님, 그들을 중원각지로 나누어 보낸 것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가요?"서동의 음성은 음색이 가늘었다.
화삼청년은 빙그레 웃었다.
"후후... 초초, 너는 잘 알면서 묻는구나."
그들은 바로 천우와 초초였다.
천우는 남천신도에서 중원출도를 위해 모든 것을 만생우와 태을부에게 모든 준비를 맡기고 초초를 먼저 중원으로 나온 것이었다.
초초는 다시 천우와 단 둘이서만 있게 되어 여간 기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천신도에서 떠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연신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정인과 함께 하는 길이라면 그 길이 어떤 길이든지 달갑고 기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초초는 이미 한 여인으로 천우를 대하고 있었다.
초초는 큰 눈에 빛을 내며 물었다.
"소녀가 궁금한 것은 공자님께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 것인가예요 공자님은 복수를 꾀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그저 한 가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천우가 흠칫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내게 다른 뜻이 있단 말이냐?"
초초는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알아요. 이젠 공자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천우는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공자님께서는 어떤 원대한 계획을 구상 중이시라는 것을 말이예요. 섬에서 공자님께서 준비한 일들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공자님은 신목가의 비전지학인 태을천목단경(太乙天木丹經) 상의 무학을 가문의 금기를 깨고 도인들에게 전수하셨어요. 그리고 인재를 선발하여 다시 그들에게 특수한 수련을 시키셨죠?""잘 알고 있구나."
"단지 복수만을 위한 일이라면 그렇게까지 신중하지 않아도 현재 공자님의 능력이라면 단독적으로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시는 건가요?"호수같이 맑은 눈에서 지혜와 관심의 빛이 일렁이는 것을 보고 천우는 이미 초초가 더 이상 어린 계집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그녀는 이제 여인이었다. 천우만이 지금까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에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초초."
"네......?"
"너도 이제 처녀가 다 되었구나. 만일 네가 성장을 하면 많은 사내들이 따르겠는걸?"엉뚱한 말에 초초는 귀뿌리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공자님... 소녀는......."
"하하하...! 초초, 너는 정말 놀랄 만큼 영리하구나. 이 세상에서 너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 같구나."초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가 본 그대로다. 나는 복수를 할 것이다. 하나 그 방법은 다르다. 서서히 팔과 디리를... 그리고 목을 자를 때까지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며 최후의 순간에 가서야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죽는 이유를!"천우의 음성에는 한 가닥 서늘한 한기가 어려 있었다.
천우는 천성이 낙천적이었으나 그의 암담한 어린시절에 겪은 엄청난 비극들이 그를 때로는 한없이 냉정하고 손속이 매서운 인물로 만든 것이다.
초초는 그런 그를 보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천우가 너무 가엾다고 생각했다.
"제왕오대신가(帝王五大神家)의 근원은 본래부터가 하나였다. 그들은 결국 하나의 줄기에서 나왔지, 그것은 곧 하늘이다. 하늘이 되려는 인간의 초인 의지가 낳은 위대한 결정이 다섯 갈래로 흩어진 것이다. 이제 그것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천우의 말에 초초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무... 무섭군요. 공자님의 야망이... 그렇게 큰 것이었나요?"그녀의 눈에 비친 천우는 하나의 거대한 산이었고, 하늘조차도 뚫어 버리려는 의지로 더욱더 높아지고 있었다.
"하하하...! 초초, 저기 주막이 보인다. 어서 가서 목을 축여야겠다. 어서 가자꾸나."대륙은 크다.
그 큰 땅(大地)에 사는 인간들은 땅이 얼마나 큰지를 모른다. 밭을 가는 농부들은 자신이 경작하는 땅만을 알고 있고 군주(君主)나 제후들은 그들의 영토만을 알고 있다.
땅은 소유 개념이다.
인간이 서로 다투고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는지 모른다. 대륙에 한시도 풍운(風雲)이 가실 줄 모르는 이유도 그렇다.
대륙의 주인(主人)은 누구인가?
지주는 자신의 땅이 자기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단지 자신의 땅에서 일을 하는 인간들을 그 땅의 부산물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 그도 결국은 죽는다.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땅속에 묻히는 것이다. 그가 땅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의 땅 속에 흡수되는 것이다.
죽어 그 땅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원리이다. 그리고 다시 그 땅에서 생명이 태어난다. 그런 순환이야말로 삼라만상의 원칙이다.
생성과 소멸의 원리는 만고불변의 진리이고 이러한 우주적인 순환을 보노라면 인세(人世)의 생로병사는 아주 미미한 존재에 불과해 보인다. 하나 무림(武林)의 세계는 정복(征服)의 야망으로 인해 끊임 없이 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난세(亂世)가 영웅(英雄)을 부른다면 또한 영웅이 난세를 만드는지도 모른다.
여기 한 사람.
그는 땅의 넓이를 알고 있고 무림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자신의 야망이 땅의 크기를 능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남자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은 어쩌면 사랑받기를 원하는 여신의 소망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문천릉(宇文天凌).
그는 연남빛 유삼(儒衫)을 입고 수중에는 섭선을 쥐고 있었다.그에게서는 일종의 염기(鹽氣)마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섭선을 가슴 앞에 펼쳐 든 채 중얼거렸다.
"그가 돌아왔다고......?"
"네."
그의 등 뒤 한 명의 흑삼중년인이 시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의 눈썹과 눈동자가 자색(紫色)을 띄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문천릉은 벽을 보고 있었다. 벽 전체가 중원전도(中原全圖)로 덮혀 있었다. 중원전도에는 각 무림단체의 위치가 상세하고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우문천릉은 여전히 중원전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의식불명 상태라고?"
"그렇습니다. 그는 도저히 회생 불능입니다. 그 상태로 돌아온 것만 해도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우문천릉은 차갑게 말했다.
"십여 년에 걸쳐 추진한 일이다. 그가 그런 상태로 돌아왔다면 공든 탑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뜻이 아닌가?""......."
중년인은 감히 아무 말도 대꾸할 수 없었다.
우문천릉은 불쾌한 듯 말했다.
"그는 완벽했다. 그의 무공과 지혜도 당금 천하에서 그를 능가할 자는 결코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를 그렇게 만들기까지 본장(本莊)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아느냐?"중년인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오직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문천릉은 빙글 돌아섰다.
"가자. 그자에게, 어찌된 일인지 직접 알아봐야겠다!"
"네......!"
석관(石棺).
돌로 만든 관속에 한 구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불에 전신이 반 이상 녹아 있는 시체였다. 팔다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비틀어져 있었으며 얼굴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일그러져 있었다.
우문천릉은 눈썹을 찌푸렸다.
"지독하게 당했군...! 누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그는 시체의 심장에 손을 대었다.
잠시 후 그의 얼굴에는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모두... 타 버렸다... 간신히 심장만 살아 있을 뿐이다. 이런 수법은 오직......."그의 얼굴에 회의의 빛이 어렸다.
"오직 이 하늘 아래 천화신가(天火神家)밖에 이런 수법을 쓸 자는 없다. 그렇다면 천화신가의 후예가 나타났단 말인가?"이때였다.
돌연 시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관속의 괴인이 타 문드러진 입술을 움직였다.
희미하나마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우... 천우... 기필코... 복수를... 돌려 다오... 연령.......""......!"
우문천릉은 그 순간 부르르 떨었다. 운명적인 하나의 느낌이 화살처럼 뇌리에 와 꽂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천우......!'
그 이름은 그의 심장에 하나의 화인(火印)이 되어 깊숙이 그리고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천우란 자에게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천우라는 자는 천기세가의 후예란 말인데... 아버님의 말씀으로는 그자의 흉수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불가사의한 일이군.'우문천릉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남천신도를 손에 넣기 위해 호불위에게 본가로서는 오랜 시일에 걸쳐 심혈을 기울였다. 하나 천우란 자에 의해 모든 것이 한순간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의 능력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호불위!
그렇다면 관속의 괴인이 바로 호불위였단 말인가?
또한 그를 남천신도로 침투시켜 남천대제 송을기에게 독계를 쓰고 태을단목신경과 신단수를 구하도록 사주한 자가 바로 우문천릉이었던가?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우문천릉은 깊이를 모를 시선으로 도저히 산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호불위를 내려보며 내심 한 가지 생각을 굳혔다.
'호불위, 이 자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것은 영혼을 지배하는 한 가닥 끈질긴 집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그의 눈에서 일순 섬뜩한 빛이 솟았다가 사라졌다. 엄청난 마기가 전신을 타고 흘렀다.
그의 입가에 신비한 미소가 어렸다.
"후후후...! 호불위,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로 만들어 주마.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극마불괴지신(極魔不壞之身)으로...! 후후후훗...! 너는 혼을 잃는 대신 천하무적이 될 것이다."극마불괴지신이라니 대체 그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소생불능의 호불위를 천하무적으로 만들겠다고 호언(豪言)하다니 그를 강시라도 만들겠다는 소린인가?우문천릉은 광소를 터트리며 석실을 걸어나갔다.
지옥삼겁천(地獄三劫天).
흑사풍(黑死風), 혈우전(血雨箭), 광풍사(狂風砂)는 지난 반년 간 중원을 가히 초토화시키다시피 했다.
그들이 가는 곳은 피의 강이 생겼고 시체의 산이 솟아났다. 그들에게서 인정을 논한다는 것은 돌에서 물을 짜내는 것만큼 어리석을 일이었다.
피를 본 흡혈귀처럼 그들은 중원을 닥치는 대로 도살하고 있었다.
이미 중원의 반 이상이 그들에게 떨어졌다.
광풍사(狂風砂)는 서북무림(西北武林)을 장악했고, 흑사풍(黑死風)은 동북무림(東北武林)을, 혈우전(血雨箭)은 남무림(南武林)을 그들의 마수(魔手)로 휩쓸었다.
수만의 중원무혈(中原武血)이 광활한 중토를 적셨다. 무림사상 최대의 혈겁(血劫)이었다. 구파일방이 거의 멸문지화를 당할 지경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마도와 새외의 사도들에게 중원은 편할 날이 없었다. 그들은 살인 그 자체를 즐기지는 않았다. 하나 이들 지옥삼겁천은 달랐다.
그들은 지옥악귀들이었다. 피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고 자신들이 죽인 사람의 뼈나 털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훈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지옥삼겁천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스스로 먼저 목숨을 끊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그저 술과 노름에 하루하루를 소일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세상은 암흑에 뒤덮였고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 중원의 혼(中原之魂)이여! 대답하라. 그대는 죽었는가?대답을 의당 해야 할 곳, 대정봉황성(大正鳳凰城)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육중한 철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었다. 하나 사람들은 아직 봉황성을 의지하고 있었다.
중원무림의 희망은 오직 봉황성밖에 없었다. 봉황성주 무황 단목신수만이 그 대답을 들려줄 수 있었다. 하나 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고 정도무림은 파멸 직전이었다.
마왕성의 붕괴 이후 심산 비곡으로 숨었던 마도인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설쳐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의 압박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혹자는 지옥삼겁천에 투항하기도 했으며, 어떤 자는 난세를 기화로 새로운 기반을 세우려 발호하고 있었다.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중원각처에서 그들은 단체를 세우고 있었다.
이른바 마도시대(魔道時代)가 부활한 것이다.
- 녹혈림(綠血林).
푸른 옷을 입은 녹림인(綠林人)들의 단체이다.
그들은 정도에 눌려 왔던 한을 풀려는 녹림인들도 구성되었으며 녹림 특유의 잡다한 신분으로 무림에 무섭게 팽창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었으나 다시 한 번 무림쟁패를 위해 모였다.
- 고루혈사교( ?血死敎).
그들은 악인 중의 악인의 단체였다.
용서받지 못할 극악무도한 죄를 지어 중원무림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쫓겨나 이역(異域)을 수십년 간이나 방황해야 했던 자들로서 특히 봉황성과 원한이 깊은 그들이 중원의 혼란을 틈타 대거 중원으로 들어와 스스로 조직한 단체이다.
그들은 파괴, 약탈, 살인, 강간, 방화 등을 거침없이 일삼는다.
그들은 혈의(血衣)를 입고 가슴에 검은 흑고루(黑 ?)의 문양을 복장으로 횡행하기 시작했다. 악랄무비한 심성을 가진 고루혈사교는 피비린내 나는 악마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야망으로 날뛰고 있었다.
- 측천환마전(測天幻魔殿).
그들은 중원 정통마도(正統魔道)랄 수 있었다.
마왕성이 멸망할 당시에도 그들은 마왕성에 가담치 않은 잔여 세력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정통마맥임을 주장하며 마(魔)의 도(道)를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파괴만을 일삼는 교루혈사교는 달리 암중에 스스로의 마도율법(魔道律法)을 세우고 거기에 맞추어 마도의 정통성을 수호하려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본거지는 태산(泰山)이었고 스스로 그곳을 마도성지(魔道聖地)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 독황교(毒皇敎).
독인(毒人)들의 집합이다.
그들은 독으로 식사를 하며 독물을 마시고 독수(毒水)로 목욕을 한다. 그들은 전신이 독으로 충만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애당초 그들은 남만의 오지 묘강(苗彊)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독으로 천하를 지배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의 입김이나 장력, 심지어는 옷자락에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동물은 물론 아무리 절정 고수라 해도 새까맣게 타서 죽는다.
그들은 비록 오랑캐들이었으나 중원무림에 진출하여 당당한 부류도 인정받고자 했다. 또한 지옥삼겁천이 일으킨 난세에 편승하여 중원에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 밖에도 곳곳에서 다양한 마도사도녹림(魔道邪道綠林)이 서로 힘을 합치거나 사람들을 규합하여 힘을 키우고 중원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몰려들고 있었다.
정도무림은 지옥삼겁천에 짓밟혀 회생 불능의 늪에 빠져 속수무책이었으나 어떻게 보면 그들의 팽창은 오히려 중원을 위해 다행한 일일 수도 있었다.
뜻밖의 마도의 팽창은 변황삼패인 지옥삼겁천의 성세를 주춤하게 해준 것이었다.
지옥 삼겁천은 얼마 전부터 눈에 띠게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들은 상호간에 무언의 연계가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동시에 혈겁을 중단할 까닭이 업기 때문이다.
과거 그들은 서로간에 융화할 수 없었으나 이번 일은 지옥삼겁천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약점이 있는 듯했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조종을 받는 지도 몰랐다.
중원무림의 판도는 흡사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마도의 부활은 그것을 더욱 가중시켰으며 지옥삼겁천의 중원진입은 중원의 전도를 암담하게 만든다.
봉황성의 침묵.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모순이자 의혹이었다.
하나 정도인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무황 단목신수에게 아직도 희망을 걸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림 정도인들은 봉황성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봉황성은 그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봉황성이 자리잡고 있는 황산(黃山)은 그로 인해 유일한 정도의 세력진을 형성했다. 봉황성주는 공식적으로 무림에 얼굴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봉황성은 모종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었고 정도인들은 모두 전폭적으로 봉황성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봉황성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봉황성이 만약 지옥삼겁천에 의해 무너진다면 자신들의 목숨도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신비지처(神秘之處).
그곳은 정(正)도 사(邪)도 아닌 기이한 곳이었다. 그들은 아직가지 정확한 정체나 목적을 노출시킨 적이 없었다. 무림에 돌연 나타나 무수한 소문만을 뿌리고 있었다.
쾌락(快樂).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쾌락이었다.
누군들 쾌락을 싫어하겠는가. 하나 쾌락만을 위해서 살아간다면 그것은 가축이나 벌레만도 못한 삶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마르지 않는 쾌락을 제공한다는 집단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당금무림에서 극락쾌활림(極樂快活林)이라고 불리우는 단체이다. 벌써 수많은 무림인들의 그곳으로 떠났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오직 이것이다.
- 인생은 유한(有限)한 것.
- 오직 쾌락만이 영원하리라!
- 쾌활림에 들라!
여인이 있고, 술이 있으며, 황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느니 원하는 자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강력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극락쾌활림은 그런 곳이었다.
난세는 사람들의 터전을 잃게 만들고 도덕을 잃게 했으며 또한 자제력마저 뒤흔들었다. 사람들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불안한 앞날을 쾌락으로 보상받으려는 것이리라.
극락쾌활림은 사람들의 그런 약점을 찔렀다.
천하의 미색의 시중을 받으며 평생 놀고 먹으며 지상최대의 쾌락을 마음껏 누리며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무림인들은 하나 둘 현실에 의욕을 잃고 그곳을 찾기 시작했다.
신비(神秘).
극락쾌활림주가 누구인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려진 것은 전무(全無)했다.
실로 기이한 곳이었다.
극락쾌할림은 삶에 대한 용기를 잃은 자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도피처가 되었으며 하나의 신기루 같은 존재로써 무림에 무서운 독향을 뿌리고 있었다.
정도인이든 사도인이든 극락쾌활림에 일단 들어가면 아무도 나오지 못했다. 으례 누구도 나올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무림은 바야흐로 개사(開史)이래 최악의 혼란기를 맞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입니다
인생은 유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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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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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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