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의 보호로디치네에 러시아군의 T-72 전차가 파괴돼 있다. AFP 연합뉴스
벤 윌리스 英 국방장관 밝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54% 우크라가 수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300일째를 맞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인적·물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상자와 실종자 등을 합하면 인적 피해가 10만 명에 달하고, 4500대가 넘는 장갑차량과 140대 이상의 항공 전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AP 통신에 따르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침공으로 약 10만 명의 러시아군이 죽거나, 다치거나, 버려졌다”고 말했다. 월리스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의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를 약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 지휘부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월리스는 영국 하원의원들에게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4일에 근무했던 작전 지휘관은 단 한 명도 현재 지휘를 맡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는 상당한 수의 장군들과 지휘관들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능력은 140대 이상의 헬리콥터와 고정익 항공기뿐만 아니라 4500대 이상의 장갑차량이 파괴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통해 대규모 영토를 수복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으로 점령한 최대 추가 영토의 약 54%를 해방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현재 점령한 돈바스와 크름반도 일부 지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크라이나 지역의 약 18%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부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집중 공격하는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가 최근 국경 지대에서 예사롭지 않은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세하려는 징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벨라루스 상공에서 촬영된 위성 사진들을 분석해본 결과 우크라이나 북부와 맞닿은 접경 지역에 새로 조성된 숲길을 통해 벨라루스의 군사 장비들이 이동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에 인접한 벨라루스의 비텝스크에서부터 폴란드 및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브레스트까지 약 60㎞ 거리를 310명의 군인과 각종 장비가 함께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이 도로를 통해 러시아군 2만 명 이상이 벨라루스 국경에 합류, 자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를 거칠 경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키이우까지 거리는 약 90km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