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링의 법칙]
1만2천명과 잠자리한 워렌 비티와 동물세계의 난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아를 찾는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커플이 되기도 하고,
또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나 가슴 아픈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세상에 나와 완벽하게 들어 맞는 상대가 있을까.” 필자는 천생연분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있다면 어떻게 그런 상대를 만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요즘 서구에서 유행하는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은
침팬지 등 동물군의 ‘외도’에 기초해 짝짓기를 연구한다.
필자는 동물 연구와 더불어 풍부한 사(史)료를 근거로 활용해 이를 설명해 나간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새로운 사람을 접할 기회는 많지만, 인간 관계를 깊이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짝을 만나는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편집자
‘여편네의 정은 폭포와 같아 외곬으로 쏟아지고 사내의 정은 들물과 같아 여러 골로 퍼진다.’ 우리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여성은 한 사람에게만 정을 쏟지만 남성은 이곳 저곳 ‘한눈 팔기’ 마련이란 뜻이다. 이 속담은 일부다처제 시대에 여성에 비해 남성이 누렸던 우월성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속담을 보면 희대의 바람둥이인 미국의 배우 워렌 비티(Warren Beatty)와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가 떠오른다. 워렌 비티는 쉰 살이 넘어 아네트 베닝과 결혼했다. 당시 그는 결혼 전 1만 2000여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고백해 큰 화제가 됐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여덟 명의 남편을 거친 남성 편력의 대명사 같은 여배우다.
엘리자베스테일러(왼쪽)과 워렌비티 |
두 배우의 이성 편력만 본다면 정이 한 곬으로 흐르네, 들물같이 퍼지네 하는 얘기는 다 웃기는 속설일 뿐이다. 여기 더해서 요즘 성 풍속도의 특징은 연상 연하 커플이다. 얼마 전 종영한 종편채널 JTBC의 ‘밀회’라는 드라마를 봐도 이 속담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어떤 여성은 5-6세 연하를 넘어 10년, 심지어 20년 연하의 남자를 위풍당당하게 거느리고 산다. 나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 세계에서 성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다만 행동생태학자들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짐승은 자기의 짝 하나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행동생태학에 따르면 동물의 세계에서 난교(亂交)가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고 수컷이 암컷을, 암컷도 수컷을 배신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사실은 진화 생물학자들의 학문적 구미를 돋군다. 이는 인간의 성행동에도 새로운 시각의 조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왜 동물의 암컷은 이미 한 수컷으로부터 번식에 필요한 정자 획득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수컷과의 교미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것일까? 그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그리고 그 충동으로 인한 번식력의 성공에 진화의 어떤 열쇠가 있는 것일까? 수컷의 번식 욕구는 끝이 없다는 말이 있다. 암컷과의 교접에서 암컷 한 마리에 만족하는 수컷은 없다. 새로운 상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하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수컷의 번식 욕구가 자식을 퍼뜨리겠다는 유전자의 이기적 욕심과 함께 성적 유희에도 영향을 받는지 궁금했다. 동물도 미적 감각이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해 동물학자들은 ‘있다’고 답한다. 침팬지를 연구한 결과 성적 유희의 측면에서도 답은 역시 ‘있다’ 쪽이었다. 남성에게 일부다처의 경향이 있듯 여성에게도 일처다부의 경향이 있지 말란 법은 없다. 결혼 제도가 없는 동물은 두 가지 경향성이 혼재해서 나타난다. 조류를 예로 들자면, 우두머리 수컷의 생식기를 거세한 다음에도 주변 암컷들은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다 새끼를 낳는다. 역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역대 로마 황제 중에는 무정자증이 의심되는 황제가 몇 있었지만 이들도 예외 없이 다 자식을 얻었다. 그 당시 황후들이 궁궐에서 불륜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을 의심할 만 하다. 조선조 초기에 세종의 며느리 중의 한 명이 불륜을 저질러 세종의 며느리를 불러 질책했다는 야사도 있다. 인륜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만 없어진다면 아마 인간은 동물보다 더 일처다부 또는 일부다처의 유혹에 광분할 것이다. 영국인에게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기억되는 다이애나 비는 찰스 왕세자와 이혼하기 전에도 여섯 명의 애인을 뒀다. 왕세자비의 파격적인 성 행각이 영국에서 이미 용인되었듯이 비슷한 레벨의 성 의식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고 용인될 날이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처음 헌법소원을 낸 사람도 여자 연예인이었다.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은 5대4로 부결되었지만 조만간 간통죄는 위헌으로 판결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그때가 되면 여성들에게도 광활한 만주벌판처럼 섹스프리의 시대가 훤하게 열리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남성 1인당 피부 관리용 제품 구입액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컷 공작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꽁지깃을 활짝 펼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의 주도권은 이미 여자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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