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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ROTC) 통합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한 학군장교들이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군의 척추인 초급 간부들 사기가 바닥이란 우려는 과장이 아니었다. 본지 취재진이 찾은 최전방 수색대대 초급 간부들은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컨테이너형 가건물에 기거하고 있었다. 이들이 받는 당직 근무비는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으로,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월 67시간까지만 수당을 준다. 병력 부족으로 어떤 부대 위병소에선 병사 대신 부사관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월 8만원의 주택 수당이 26년간 동결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이 급증하고 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초급 장교의 70%를 공급하는 학군장교(ROTC)의 지원율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ROTC 후보생 지원율은 0.92대1로, 선발 예정 인원을 밑돌았고, 실제 선발된 인원은 필요 인원의 51%에 그쳤다.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복무 기간은 병사보다 훨씬 긴데 ‘병장 월급 200만원’ 추진으로 받는 돈은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ROTC뿐 아니라 사관학교, 대학 군사학과, 육·해·공군 부사관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역사상 모든 전쟁은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 자질의 격차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들의 사기가 엉망이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1000억원짜리 스텔스기도, 1조원짜리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병 복무 기간 단축’ ‘병사 월급 200만원’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라, 초급 간부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높이는 것이 국방 개혁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 이유다.
국방부는 뒤늦게 관련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증액에 부정적인 재정 당국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 걷지 않아도 될 지방교육교부금을 비롯해 방만하게 쓰이는 세금이 매년 수십조원이다. 이런 예산은 확 깎고 초급 간부들의 처우·사기와 직결된 예산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안보가 무너지면 세금을 낼 국민도, 세금을 걷을 나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