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건비 상승 영향에
강남 A단지 2년새 3배로
관리비예치금도 인상추세
"전기요금·가스요금이 줄줄이 인상됐는데, 또 관리비 폭탄을 부과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서울 강남구 A아파트는 최근 관리실에서 입주민에게 공지한 '장기수선충당금(이하 장충금) 인상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주민 운동시설, 난방배관 공사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지만, 인상폭이 과하다는 불만이다.
현재 이 단지의 기존 장충금은 ㎡당 376원이다. 이를 이달부터 625원으로 올리고, 2025년에는 3배 가까운 1000원으로 올린다. 또 2027년 1500원으로 인상한 뒤 2030년 1875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가구당 부담액으로 환산하면 전용 84㎡(32평) 주민은 기존 월 3만1584원에서 이달부터 5만2500원으로 늘고, 2030년이면 월 15만7500원을 내야 한다. 매달 30만원 수준인 관리비가 2030년이면 45만원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이 단지는 391가구 중 230가구가 40평(전용 107㎡)인데, 이들은 2030년이면 장충금만 월 20만원씩 내야 한다. 급기야 한 입주민은 모든 가구에 배포한 장문의 반박글에서 "가구당 50만~60만원의 관리비 고지서를 받는 것도 흔한 일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타당한 선에서 관리비를 지출하라"고 지적했다. 5일 아파트 관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마다 관리·보수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축 현장에서 자재 값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을 빚는 것처럼 구축 아파트도 배관·도색·보수 공사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수리기사 인건비가 크게 올라 시설을 제때 고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며 "그동안 장충금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떠넘기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장충금은 주요 시설 교체·보수를 위해 매달 관리비에 포함해 걷는 비용이다. 집주인에게 부과돼서 세입자는 이사 나갈 때 총액을 정산해 돌려받는다.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인상과 사용처를 정할 수 있다.
매달 납부할 장충금은 물론 입주 때 일회성으로 내는 '관리비예치금'도 급등세다. 노원구 B아파트는 1986년 입주 당시 예치금이 평당 3500원 수준이었다. 현재 3930가구에서 낸 예치금 총액은 3억원도 채 안 된다. 예치금을 평당 1만2000원으로 3.4배 올려 총예치금을 1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관리실 관계자는 "비용 지출이 예치금을 초과한 지 오래라 관리실이 납부하는 공공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연체료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서민들 부담이 크다. 13평 주민은 15만6000원, 21평은 25만2000원, 24평은 28만8000원을 각각 내야 한다. 결국 관리실은 "입주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3개월에 걸쳐 관리비에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리실도 고충을 토로한다. 회원 수 13만명의 국내 최대 아파트관리자 카페에는 관리소장 하소연이 가득하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2년 후 승강기를 전면 교체할 예정이라 기존 ㎡당 180원인 장충금을 480원으로 인상했다"며 "대형 평형은 장충금만 월 7만원가량 내는데, 화난 주민들이 관리실에 쳐들어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민과 관리실 간 갈등 배경에는 낡은 아파트 보수·유지를 잘하기보다 재건축을 대안으로 여기는 아파트 소유주들 성향도 자리한다. 아파트관리업체 우리관리의 윤성현 전무는 "아파트가 낡으면 '재건축하면 된다'며 적정 장충금을 걷지 않는 단지가 많다"며 "장래 보수·관리 비용을 미리 계산해 연간 인상폭을 단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찬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