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김응수 & 카메라타 솔의 <겹의 미학 III>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그리고 버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 프로그램만 놓고 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얼마 전
브람스 이중협주곡을 인상 깊게 들었던 나로서는 더욱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2월, 같은 시리즈인 <겹의 미학 II>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그날 공연은 내게 예상하지 못했던 연주자의 '발견'을 선물했다.
2월 처음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단연 브루흐 바협이었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하나다.
아름다운 2악장의 선율도 좋고,
마지막 악장의 활력도 좋아
여러 연주자의 음반을 찾아 들을 만큼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그래서 공연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연주자의 해석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것인지,
작품이 지닌 깊은 서정성과 긴 호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이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브루흐의 모습은 아니었다.
인터미션이 시작될 무렵에는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했다.
‘오늘 공연은 조금 아쉽게 끝나겠는데…’
심지어
'이래서 이 공연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후반부는 그런 씁쓸함과는 전혀 다른 공연이었다.
후반부의 첫 작품은
번스타인의 『플라톤의 『향연』에 의한 세레나데』
공연 당시에는 제목만 보고
철학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연주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이름조차 잘 몰랐던 연주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주를 듣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다면 저분께 배우고 싶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은 엄청 많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연주자는 흔하지 않다.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음악을 먼저 들려주려는 태도,
오케스트라와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가는 모습이
깊은 신뢰를 주었다.
공연이 끝난 뒤 작품을 다시 찾아보면서
왜 이 곡이 그렇게 강렬하게 남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번스타인의
『플라톤의 『향연』에 의한 세레나데』는
플라톤의 대화편 『향연』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다섯 개의 악장은
각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물들을
음악으로 그리고 있다.
• 1악장 : 파이드로스 & 파우사니아스
• 2악장 : 아리스토파네스
• 3악장 : 에뤽시마코스
• 4악장 : 아가톤
• 5악장 : 소크라테스 & 알키비아데스
특히 마지막 악장이 유난히 강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앞선 네 악장이 사랑을 각자의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마지막에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술에 취한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한다.
소크라테스가 사랑을 더 높은 아름다움과 진리를 향한 갈망으로 이야기하는 동안,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쏟아내며
전혀 다른 에너지로 무대를 뒤흔든다.
그래서 마지막 악장은
단순히 화려한 피날레가 아니라,
철학과 현실, 이성과 감정이 충돌하는
거대한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공연장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에너지는
연주만의 힘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서사의 힘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이어진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같은 브루흐의 작품이지만 협주곡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들려주는 음악이었다.
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인터미션 때 1부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어느새 휘발되어 저 멀리~~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이 날 공연을 완성한 것은
김응수 님의 두 번의 앙코르였다.
첫 번째 앙코르는
이자이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앙코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긴 작품이었다.
연주 시간만 해도 거의 7분에 이르는 곡을 마지막까지 엄청난 집중력으로 밀어붙였다.
객석에서는 연주가 끝나자마자 탄성과 환호가 쉼없이 터져 나왔고, 박수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환호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국 다시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는 두 번째 앙코르를 선물했다.
이번에는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다섯 개의 소품』 중 Prelude.
첫 번째 앙코르가 압도적인 기교와 에너지였다면,
두 번째 앙코르는 공연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마무리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공연장을 나서기 전
우연히 화장실에서 들은 대화도 기억에 남는다.
아마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꾸준히 봐온 관객들과 팬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공연은 작년보다 프로그램도 훨씬 좋았고, 연주도 더 좋았다."
그 말의 의미를 너무 이해할 수 있었다.
7월 3일, 나는 다시 예술의전당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겹의 미학 III>>다.
돌이켜보면 내가 기대하는 것은 특정 작품 하나가 아니다.
2월 공연에서 느꼈던 것처럼,
익숙한 명곡 안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처음 만난 작품마저 오래 기억에 남게 만드는 그 음악의 힘이다.
무엇보다 브루흐 바협을 들으러 갔다가
‘김응수’라는 연주자를 발견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가 어떤 작품을 어떻게 들려줄지 기대하게 된다.
좋은 공연은 단지 만족스러운 저녁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만든다.
나에게 <겹의 미학 II>는 바로 그런 공연이었다.
첫댓글 꿀추천 감사합니다. ^^
지난번에 못 썼던 후기 간략하게 적어봤습니다.
항상 좋은 공연 관람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