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02FA345EA92B7828)
[책 소개]
브랜드 컨설턴트이자 대한민국 남성복 패션 칼럼리스트 1호인 황의건 작가가 도서출판 예미에서 첫 소설 『장녀』를 출간했다. 세 자매의 장녀(長女)인 ‘사샘’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고독과 결핍 속에서 세상을 외면한 채 살아가던 주인공이 ‘간장이 익어가듯’ ‘장 꽃이 피어나듯’ 조금씩 성숙해지며 끝까지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찾아내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녀의 페르소나를 표현하기 위해, 책 표지로 PKM 갤러리 신민주 화가의 그림이 사용되었으며 『장녀』만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음악 감독 남수진 작곡가가 책 출간에 즈음하여 유튜브를 통해 장녀의 음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은이 소개]
황의건 faryeast@naver.com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호주 시드니 매쿼리 대학교 언어학부에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소설가이자 드라마 작가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2억 5천만 개의 버블, 샴페인 맨』, 『행복한 마이너』, 『비트윈』이 있으며, 2017년, JTBC plus에서 50부작 웹툰 ‘룩 LOOK’의 원작자이자 예술 총감독을 맡았다. 대한민국 남성복 패션 칼럼니스트 1호로서, 현재 다수 일간지에 패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2020년 첫 소설 『장녀』를 펴냈다.
[출판사 서평]
장녀(長女)이자 장녀(醬女)인 한 여인의 이야기
이 책의 저자 황의건 작가는 취미 삼아 요리를 하고 장을 담그기에까지 이르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되었고, 간장에 대한 모티브로 ‘사랑을 믿지 못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 ‘사샘’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책의 제목은 한편으로는 세 자매의 맏딸, 즉 장녀(長女)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간장을 담그는 여인’, 즉 ‘장녀(醬女)’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샘’은 어린 시절 자기들 세 자매를 버리고 떠났던 엄마에게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화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골 장터에서 재래 메주를 발견한다. 그리고 불현듯 집에서 장을 담그고 싶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솟구친다. 이 책은 집에서 장을 담그고 간장이 익어가는 시간 동안 주인공이 겪는 이러저러한 일들과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장을 담그는 일 자체보다는 장을 담그고 난 후가 더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여다보고, 장 뚜껑을 열었단 닫았다 온갖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만 장이 맛있게 익는다고, 시간이, 바람과 볕이 장을 완성하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핍과 고독 속에서 세상을 외면한 채 살아왔던 ‘사샘’의 삶도 ‘장 꽃이 피어나듯’ ‘간장이 발효되어 익어가듯’ 조금씩 변화되어 간다.
평범한 소금물이 메주를 만나 간장이라는 액체로 발효하듯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주인공 ‘사샘’의 이야기
‘사샘’은 혼자 장을 담갔던 날, 그간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으며 세상을 향해 두 눈을 크게 떠야만 할 시간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장 꽃이 피던 날 밤에는 자신의 영혼에도 성스러운 장 꽃들이 꼭 피어나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자신의 삶이 고독으로 갈기갈기 분해돼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이 허무하게 부패해 버리는 대신에 사랑을 회피하지 않을 만큼 뜨거운 용기로 다시 발효돼 다시 한 번 이번 생을 살아 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길 수 있도록…….
이렇듯 간장이 익어가는 것처럼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사샘’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랑을 몰랐던’ 그녀의 삶 또한 변해가기 시작하고, 사랑의 깊이는 시간의 길이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샘’은 아직도 마음속에 영원히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희미한 기억들이 남아 있지만, 자신에게는 기억을 해내야 할 것들도 많이 남아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작은 일상의 기적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기적 안에 지워버린 과거와 만나게 될 미래가 다 들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황의건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간장이 익어가는 과정 속에서 장녀 ‘사샘’의 삶이 조금씩 성숙해져 갔듯이 자신의 삶 또한 깊은 숙성의 단계로 진입하게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이 고독과 결핍으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와도 끝까지 다 살아갈 이유와 용기를 찾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인다. 평범한 소금물이 메주를 만나 일상을 초월하는 간장이라는 액체로 발효하는 기적처럼……. 삶에 방황하고 세상에 반신반의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커다란 위안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우리 엄마의 이름은 메주, ‘사메주’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엄마의 본명이다. 한때,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사서영’이라 개명까지 했지만 여전히 학창 시절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는 별명이 개명한 뒤로도 엄마의 인생을 지배했다. _9쪽
엄마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죽기 전 우리를 마지막으로 보러 온 것이었다. 엄마가 집을 팔겠다고 강짜를 부렸던 건 우리 앞에 나타나기가 그저 미안해 그런 것이었을 뿐 진심은 아닌 듯했다. 그냥 나쁘고 모질었던 엄마로 일관성 있게 처신한 엄마의 마지막 배려 아닌 배려는 우리가 엄마를 용서하지 않고 앞으로 쭉, 계속, 엄마를 미워하는 걸 가능케 했다. _11-12쪽
마루 한쪽에 세워 둔 고장 난 앤티크 괘종시계는 벌써 15년이 지나도록 열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정수리 위에서는 쭈뼛쭈뼛 그 무엇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결국에 엄마는 별명이 말의 씨가 돼, 내가 살고 있는 집 옥상에서 떨어져 우리 곁을 떠났다. 나는 스스로 목숨을 버린 엄마를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_46쪽
그러나, 서울은 여자인 내게 자주 무례했고, 내 직업을 대부분 하대했다. 내가 없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너덜거리는 내 청춘의 몸과 마음에도 내 삶은 아직 한 줄기 빛으로 남아 있었다.
왜냐면, 나는 장녀였으니까…. _54쪽
지나고 나니, 해마다 무슨 의식이나 되는 것처럼 파주댁 할머니와 함께 장을 담갔던 그 시절들이 새삼스럽고 그립다. 덕산계곡에 엄마를 보내고 오던 길, 장터에서 우연히 재래 메주를 팔고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메주를 사서 애지중지 가슴에 싸 들고 서울로 돌아왔다. _63쪽
엄마를 보내고 오는 길목에서 바람결을 타고 온 메주 내음을 맡으며 나는 다시 집에서 장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솟구쳤다. … 나는 왜 다시 장을 담그고 싶어졌을까?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어 나는 그저 엄마의 명복을 빌며 장을 담갔다. 준비할 때부터 입 밖으로 단 한마디의 소리도 내지 않으려 신경을 쓰면서 마음을 비우고 항아리를 소금물로 채웠다. 메주를 넣은 후, 숯과 마른 고추도 함께 넣었다. _66쪽
나 혼자 장을 담갔던 그날 밤, 그간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두 눈이 멀쩡한데 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다 외면하려는 듯 살아왔다. 세상을 향해 내 두 눈을 크게 떠야만 할 시간이 그렇게 점점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_70쪽
그날 밤, 나는 내 영혼에도 저 성스러운 장 꽃들이 꼭 피어나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내 삶이 고독으로 갈기갈기 분해돼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이 허무하게 부패해 버리는 대신에 사랑을 회피하지 않을 만큼 뜨거운 용기로 발효돼 다시 한 번 이번 생을 살아 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길 수 있도록 말이다. _78쪽
그는 차에서 내려 찔레를 구조했던 그날 새벽처럼 가로등 너머 같은 쪽으로 걸어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가 아주 작아질 때까지 가로등이 그에게 불을 밝혀주고 있었다. 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트럭에 앉아서 좋은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를 마지막까지 보는 사람처럼 차창 밖으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순간까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_111쪽
우연이든 필연이든,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당사자에게 그 순간부터 새로운 시작을 선언해 주는 행위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우리에게 이름을 지어 주셨을까? 새로운 시작을 간절히 원했기에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바꿔야만 했을까? 어쩌면 엄마는 우리를 비정하게 버린 게 아니라, 엄마만의 방식으로,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떠났던 건 아니었을까? _111-112쪽
강이의 말이 옳았다. 사랑의 깊이는 시간의 길이와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_114쪽
그 남자의 이름은 ‘김우진’이었다. 이틀 전,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우리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고,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는 다시 하나에서 둘이 되었다. _127쪽
우진 씨가 깁스를 하고 있던 두 달 동안, 나는 목발과 함께 그의 중심이 되어 주었고, 누군가의 중심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내 삶의 기쁨이 되었다. _137쪽
나에게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희미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기억을 해내야 할 것들도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남아 있다. _144쪽
비가 억수로 내리던 지난여름, 십자가 박스를 짊어지고 넘어간 언덕 위, 저 높은 곳에 내 작은 일상의 기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_145쪽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D20345EA92BD52F)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7D0345EA92BD52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06C345EA92BD527)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EAF345EA92BD62C)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B64345EA92BD625)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C4B345EA92BD629)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1DB345EA92BD722)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243345EA92BD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