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 미국, 드라마, 133분, 2021년
크루한 엘라
크루엘라는 여성의 신화다.
한 학생이 이 영화를 보고 너무나 좋았다고 이야기를 해서 어떤 점이 아이의 내면을 흔들었을까 궁금해 모처럼 극장을 찾았다.
1961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도 먼저 보고 갔다. 이 영화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 등장하는 악녀 크루엘라의 탄생을 보여준다.
때문에 영화 베트맨의 적수인 조커의 탄생을 그린 <조커>처럼 이번에는 여성 악당의 내면을 그린 영화를 기대하며 봤다. 어떤 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영화 <조커>가 자본주의의 빈부격차와 소외를 다루었다면, 이 영화는 그런 모순에 대한 통찰보다 내면의 분열과 통합을 신화적으로 다루고 있다.
흑백은 내면의 갈등하는 욕망을 상징한다. 그것이 현실에서 승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칼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어머니의 설정이다. 현대 여성은 가정으로부터 탈출하여 개인이 될 것을 끊임없이 종용받고 있다. 여성들에게 개인이 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모든 계급을 차례로 생산자로 소비자로 호출한다. 부르주아에서 프롤레타리아로, 여성과 어린이 노인.... 어느 점에서 자본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발전과 길항하고 있는 점도 있다.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개인이냐 어머니냐가 선택사항이 되기도 하고, 개인이며 어머니인 삶에 모순과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개인화되어 있어 전통적 성역할이 폭력적으로 이해되고 젠더아노미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 영화의 현대적인 면은 그런 여성의 분열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를 버리고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격의 근원을 형성하는 어머니 애착은 어찌해야 할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내면의 분열과 혼돈이 거기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대답은 역기 개성화에 초점이 있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바로 패션이다. 영화는 자본주의의 꽃인 패션을 다루고 있다. 크루엘라의 의상은 끓어넘친다. 흑백에서 출발하여 과잉으로 폭발하며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억압받은 내면의 분출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바로 여기에 이 영화의 포인트가 있다. 억압은 분출을 통해 새롭게 통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그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분출을 통해 개성화로 끝맺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그것은 양식이지만, 현대에는 상품과 욕망의 끝없는 과잉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신화에 묻혔다. 하지만 내면의 신화로서 현대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왜 크루해질 수밖에 없는 지 물어야 한다. 그것은 자본이 파괴한 공동체의 복수심이 아닐까? 크루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통찰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후기:
크루엘라가 끝나고 자막이 오르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는 끝까지 남아 지켜봤다. 앤딩 자막 사이에 크루엘라가 달마시아를 선물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101마리 달마시아>에 연결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 길고 긴 앤딩 자막이 이어졌다. 엄청난 인원들의 참여를 보며 나는 새삼 현대 영화가 얼마만큼 위대하고 막강한 집합예술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리즈화가 그리스 신화, 아라비안나이트 데카메론과 같은 이야기 장르가 서로 결합되어 옴니버스 대작으로 연결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가 그렇듯 이야기 문화가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조커나 크루엘라도 그 연장이다.
그리고 앤딩 자막은 마지막으로 디니즈성의 로고로 끝났다. 디즈니성는 중세성의 화려하고 웅장함을 자랑하지만 벽돌들과 네모난 창들이 흡사 고립된 감옥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공동체적이기보다 그들로부터 유리된 지배군주의 개인공간임에 틀림없다. 디즈니가 구축하고 싶은 것은 위태한 현실에서 견고한 개인이라는 유년의 과제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자본주의 시대 자본가들이 사는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아마 미국자본주의문명이 보여주는 가능과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여전히 공동체 복원의 과제가 남아 있다.
= 시놉시스 =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우여곡절 런던에 오게 된 나, 에스텔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운명처럼 만났고
나의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 했어
도둑질이 지겹게 느껴질 때쯤,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 낙하산(?)으로 들어가게 됐어
거리를 떠돌았지만 패션을 향한 나의 열정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거든
근데 이게 뭐야, 옷에는 손도 못 대보고 하루 종일 바닥 청소라니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이 나타났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난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되었지
꿈을 이룰 것 같았던 순간도 잠시, 세상에 남작 부인이 ‘그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난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어
잘가, 에스텔라
난 이제 크루엘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