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1
2013년 출간한 <위대한 탈출>의 저자 중 한 사람이 250년 인류 진보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빈곤과 박탈감의 감소와 연장 문제를 다뤘다. 지식의 생성과 응용이 진보를 가능하게 해줬다. 세계화라는 힘의 지원을 받아 수백만 명을 극심한 가난으로부터 해방해준 자본주의였다. 미국 정부가 다른 부유한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를 통제하는 힘을 갖기 꺼린다면 비극은 불가피하다. 절망사는 이런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미국만이 저지른 실패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사망진단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진단서에는 고인의 학력을 묻는 칸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학사학위가 없는 사람들 가운데 거의 모든 절망사가 증가했다. 그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학력이 낮은 사람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다른 부유한 나라들처럼 미국도 당연히 위대한 업적으로 간주하는 능력주의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는 기성종교, 특히 전통 교회에서 얻던 위안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늘었고 다수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백인들보다 힘든 삶을 살았다.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어린 나이에 죽는다. 일하는 흑인의 수입은 평균적으로 백인보다 낫다. 1970~2000년 사이 흑인 사망률은 백인 사망률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1990년 이후 미국인의 수명은 약 6년마다 1년씩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태어난 아이는 기대수명이 78세로 30년 가까이 늘어났다. 1900년에 전체 4명 중 1명만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19세기 중반에는 4명 중 3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졸업자 비율도 20명 중 1명에서 5명 중 1명으로 늘었다. 고혈압 치료제는 혈압을 조절하고 심장마비를 막는 데 도움을 주는 저렴하고 복용하기 쉬운 약이다. 스타틴 statin 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줄이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다. 알츠하이머나 말기 암과 같은 사인들은 사람들은 그런 병들이 중요해 질 나이까지 살지 못했기 때문에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나 자살이나 당뇨병 같은 원인은 항상 존재했지만, 천연두나 콜레라나 결핵이나 덜 심각한 사인이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인류는 최후의 투쟁에서 실제는 기생충과 싸워야 할 것이다. 죽음에서의 행동이 죽음의 열쇠가 될 것이고 우리는 기생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생물학은 식사와 운동이 어떻게 비만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가 어떻게 고통을 유발하고, 술이 어떻게 간을 파괴하고, 흡연이 어떻게 심장병을 유발하는지를 파헤친다. 우리는 항상 사회과학과 의학을 묶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생존 나이가 늘어나자 죽지는 않고 아파하며 고통과 장애 속에서 살게 될 것이란 두려움이 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선정된다. 연예인들은 주목을 받고, 중독이나 자살 미수에 대한 설명은 본인이 겪은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이 많다. 최상류층의 자살과 마약 사망 등 눈에 띄는 특이한 사망은 속속들이 보도되는 반면, 일반인의 사망은 유족이나 친구들이 충격을 받더라도 거의 화제가 되지 못한다. 미국의 노인들은 중년들이 받지 못하는 메디케어 건강관리 사회보장제도로 혜택을 받는다. 미국의 중년 백인들의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다. 음주 과다, 마약 중독, 권총이나 목을 매고 있다. 검시관이나 법의학조차 사인을 분류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많은 중독자들은 중독돼서 어쩔 수 없이 죽는 것을 알았을 때 죽기를 원치 않는단다. 이른바 이기적 두뇌에 장악돼 약물에 대한 갈구 외에 다른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인생에서 교육의 의미는 대학을 나옴으로써 얻는 이점, 소득이 늘어나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졸 이상 학력자의 취업률은 84%인데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68%다. 기업과 정부는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도입하고 있어 교육 수준이 높고 낮음이 고용과 소득의 격차가 생긴 요인이기도 하다. 세상은 교육을 더 받은 사람과 덜 받은 사람들 세상으로 나뉘었다. 입사할 기업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저숙련 일자리는 아웃소싱한다. 두 집단의 취향도 차이가 커 식당, 웹사이트, 시청 프로그램, 뉴스 출처, 예배를 보는 교회, 읽는 책 등이 모두 다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다른데, 교육을 더 받은 사람은 늦게 혼인하고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아이는 늦게 낳고 혼외자를 가질 확률이 낮다.
1840년 아편 문제로 청나라와 영국이 전쟁한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1830년대 가장 수익이 높은 사업은 인도에서 생산해 중국에 판매하는 아편이었다. 1839년 청나라 8대 황제 도광제는 임칙서에게 무역통제의 전권을 줘 광둥으로 급파한다. 그는 강경 수단으로 아편 밀수를 근절시킨다. 현재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마약 전쟁의 선구자’란 문구가 적힌 임칙서의 동상이 있다. 영국의 아편 거래는 합법이 아니었다. 마치 멕시코 마약상이 미 마약수사국에 체포되었는데 밀수선의 나포에 대한 보상을 해달라는 격의 요청을 받자 지급을 거부하고 대신 미국인들이 내도록 만들기 위해 텍사스를 침공하는 것과 같이 영국이 청나라를 해군을 보내 침공한 것이다.
‘오피오이드 Opioid’는 수천 년 사용되었고 기술적으로 ‘아편제’라고 하는 아편 자체와 모르핀과 같은 양귀비의 천연 파생물이거나 기술적으로 ‘오피오이드’로 알려진 부분 합성 화합물이다. 오피오이드는 고통을 덜어준다. 진통제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즐거워서 반복적으로 행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을 복용해도 죽지 않는다. 의사들이 암이나 수술 후 통증을 낮추거나, 유행병 초기에 부주의하게 오피오이드를 과잉처방하는 죄를 저질렀다. 오피오이드 사망의 상당 이유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한다. 관절염 환자들이 처방전을 받아 약을 모은 것이 문제였다. 의사는 불법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환자를 인터뷰도 하지 않고 현금 또는 성행위를 대가로 받고 처방전을 팔 기회를 찾는 의사도 늘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미군 34%가 헤로인을 복용하고 38%는 아편을 복용했다. 많은 수가 오피오이드를 복용했다. 제약업체들은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고통 받는 사람을 대변한다는 옹호 단체들 (이들은 가짜 내지는 어용‘ 풀뿌리 협회들’을 때때로 인조 잔디 단체라 부른다)로부터 상당한 압력에 노출됐다.
오피오이드 유행병은 다른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나라들은 그들의 노동 계급을 파괴하지 않았고, 그들의 제약 회사들을 더 잘 통제하고 있고, 그들 정부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영향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의료 산업은 돈 없는 다수로부터 돈 많은 소수에게로 부의 상향재분배를 이뤄내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하는 것은 업계의 고질적 증상을 넘어 미국 자본주의의 보다 일반적인 증상이다. 수혜자는 대주주인 부자들뿐 아니라 퇴직연금을 통해 주식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면서, 임금 인하 등 기업의 이윤을 늘려주는 조치로 혜택을 받는 다수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오피오이드는 사망자가 생기더라도 정치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게 막는 돈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대중의 분노가 고조되면 인식이 바뀌기 전인, 2019년 부자가 된 사람을 배척하거나 비난을 받기는커녕 성공한 사업가로 찬사를 받았다. 대표가 ‘퍼듀’제약이다. ‘아서 M 섹클러’는 많은 기관에 기부했으나 “오늘날 제약 산업의 재앙을 초래한 관행은 ‘아서 색클러’ 때문이라 볼 수 있단다.” 우리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욕구를 이용하는 뻔뻔스러운 짓도 지지하지 않는다. 마약 거래로 챙기는 이윤이 미국을 타락시키게 만들고, 1세기 반 전에 중국의 사례처럼 훗날 100년 동안 굴욕과 쇠퇴의 시작으로 간주한다면 그것은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21.08.21.
절망과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앵거스 디턴. 앤 케이스 지음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간행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