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에는 일본의 과거 약 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로 번영했다던 교토로 향하였습니다.
천년고도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일본관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버스든 열차든 모두 2시간이 넘지를 않습니다. 어제 걷다가 허리가 아프다던
친구에게는 하루 먹거리와 기타 비용으로 1만엔(원화 11만원)을 쥐어주고 호텔에서
쉬도록 하였습니다.
니조성은 1603년 토쿠가와계 초대 쇼군인 이에야스가 교토 고쇼를 수호하고 교토 방문시
머물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성으로 1626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여기 니조성에서는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시대의 건축물과 그림, 조각 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이 니조성에도 오사카성처럼 두 겹의 해자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성의 사진을 볼까요?
이 카탈로그에 나온 해자와 성의 모습이 성 내부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성 외부
즉 성에 들어가기 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두번째 사진에서 뒷편으로
살짝 성의 건물이 옆얼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가 사진속의 그곳인줄
모르고 담았는데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바로 그곳임을 알았습니다. 흐이구!
이래서 사전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그러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정면으로 이 카타로그에 나오는 장면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을듯...... 이제 성으로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성안에 있는 목조로 된 니노마루 궁전으로 들어갑니다.
이 궁전은 목조건물 6개동이 연결된 규모가 큰 궁전으로 내부 목조조각과
많은 그림이 있었으나 촬영금지로 담지를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궁전 내부를 걸을 적에 마루바닥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소리는 침입자가 몰래 잠입할 적에 소리가 나게끔
방어용으로 의도적으로 설치하였다는 얘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저는 그냥 흔히 나무마루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관람객들이 마루를 걸을 적마다 마치 새가
울듯이 삐리삐리 새소리가 이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관람객이 많아서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란...... 참으로 신기하였습니다.
이제 궁전을 나서서 정원을 둘러봅니다.
예전에도 옛 정원들에 대하여 얄팍한 지식(?)을 억지로 풀어낸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써먹겠습니다.
서양은 중세시대 종교의 영향으로 폐쇄적인 수도원 정원이 발달하였고 이슬람 세계는
종교의식을 위하여 손을 씻거나 목욕을 하기 위한 물이 도입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양(한국,중국,일본)은 도교 신선사상의 영향으로 불로장생하는 신선의
거처를 섬으로 조성하고자하는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독특한
고산수식 정원은 축소 지향적인 일본인의 민족성이 반영된 정원으로 불교영향을
받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정원은 회유임천식 정원으로 보입니다. 숲과
깊은 굴곡의 수변을 이용하여 정원을 회유하면서 관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정원
조경양식을 말합니다. 이 회유임천식은 중국과 일본에서 발달하였으며 중국은
자연과의 대비를 일본은 자연풍경의 섬세한 조화를 바탕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위 정원이름은 니노마루 정원으로 이 정원을 지나니 다시 규모가 조금 작은 정원이
나옵니다. 세이류엔으로 1965년에 완성되었다는군요. 원형연못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잔디를 조성한 서양식 정원이라고 합니다.
정원에서 결혼식인지 그리고 무슨 행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선사상에 영향을 받아 천원지방형 연못을 조성한
정원이 많으나 그 연못을 그다지 치장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천원지방이라
함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으니 네모지게 연못을 만들어 땅을 의미하고
그 연못 가운데에 하늘을 의미하는 동그란 섬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위의 정원처럼 원형 연못에 원형 섬을 조성한
정원을 볼 수 는 있습니다. 지형이나 입맛에 따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정원조경의 백미는 차경이라고 말을 합니다. 정자나 마루에 앉아서
자연 그대로의 경치를 조망하는 것을 말하지요. 만대루의 차경을 일본인
학자가 극찬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위 세이류엔 정원을 지나니 또 다른 조그만 정원양식이 보입니다.
위의 오른쪽 조그만 정원이 정원같지 않지만 일본에서 발달한 고산수식 정원입니다.
고산수식 정원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성하는 정원 양식으로 수목은 산봉우리를,
바위는 폭포를, 왕모래는 물을 상징화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나무를 이용하여
생울타리를 만들고 이끼를 사용하였습니다. 정토세계의 신성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자연의 사실적인 취급보다는 자연풍경을 이상화하는 축경법(경치를 축소)을 이용하여
상징적인 수법을 쓴 것이지요. 달리 표현하면 자연의 추상화입니다. 미술사에서
유럽의 인상파가 일본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입니다.
그래서 앞서 소개한 임천식 정원은 돌아다니면서 정원을 감상하는 것이고, 이 고산수식
정원은 가만히 앉아서 (차 한 잔을 갖다놓고?) 명상하면서 감상하는 정원입니다.
이것으로 니조성에 대한 산책은 마칠까 합니다.
정원에 대해서 얘기하는 김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원 창덕궁 후원을 잠시 얘기해보죠.
가서 보면 정원같지도 않고 그냥 기슭에 누각이나 정자를 여기저기 하나씩 숲속에 설치
해놓아서 가까이 가지않으면 아예 보이지도 않아 그냥 조그만 산속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자연인지 정원인지 모르겠다는 평을 받습니다. 비원(Secret Garden)이라고도 하지요.
이 비원에서 부용정과 부용지 그리고 주합루는 가장 의미심장한 곳입니다. 음과 양의 조화,
하늘과 땅의 조화 거기에서 우주의 합일(주합루)을 이루는 우리나라 선비들의 우주관이
펼쳐진 정원인 것이죠. 사진과 자세한 설명은 예전에 보여드렸습니다.(여기서 더 이상은
생략합니다.) 니조성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여기서 나갑니다.
첫댓글 이쁜 풍경 모습도 좋지만 해박한 해설이
대단하십니다.
예전에 조금 공부한 얄팍한 지식이라 많이 쑥스럽습니다.
덕분에 정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알게되는군요.
정원이 가을단풍과 어울려 정말 아름답습니다.
기다림의 달인인 이에야스의 에도막부를 만든곳...
덕분에 구경 잘했습니다. ^^
중간중간 사진에서 창영이의 뒷통수가 보이시나요?
일본 여행기를 올려주셨네요.
가고파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자주 뵙겠습니다.
거사님, 반갑습니다. 귀담아 들으실만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