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53
동봉
"묵언사랑"
묵언을 '말 없음'이라 합니다.
침묵도 같은 뜻이지요.
말 없음은 말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점Dot으로는 말이 존재하는데
단어Line로 연결되지 않았고
언어Face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없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바실라 칸딘스키(1866-1944)는
점點과 선線과 면面으로
디자인의 세계를 표현했는데,
여기에는 소위 우주의 생김 이전의
싱귤래리티Singularity
곧 특이점特異點으로부터
빅뱅을 통해 생겨난 시간과
확장되는 공간이 다 들어 있습니다.
특이점이 하나뿐이었을까?
나는 빅뱅 현상을 생각해 봅니다
특이점은, 싱귤래리티라는
영어가 갖고 있는 언어의 구조상
단 하나밖에 없는 게 맞을 것입니다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역시 개체는 그냥 하나일 뿐이니까
그렇습니다.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하나하나의 싱귤래리티지요
그게 인因Dot이라면
인과 인을 잇는 것은 연緣Line이고
그리고 그러한 연을 바탕으로
법法Face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점선면의 불교 표현은
그렇습니다.
곧 인연법因緣法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점선면에 체體를 두었지만
칸딘스키는 점선면으로 끝냈습니다
인이란 점이 있었기에
연으로 시간으로 번져나갔으며
법으로 공간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인, 연, 법 3가지로 완연합니다
오늘이란 시간 속에서
함께 같은 산소를 마시며 사는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합니다
모두를 사랑합니다
이 글을 접하는 이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지금의 나를 사랑합니다
12/19/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