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월드는 범고래 쇼로 돈을 벌 시대가 끝났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15년 11월 17일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씨월드 관람석은 만원이었다. 껑충 뛰었다가 배부터 떨어지며 관중들에게 물을 뿌리고, 트레이너들을 머리 위에 태우고 수조 안을 돌아다니고, ‘오오오’하는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소리를 한 몸에 받으며 물고기를 먹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범고래들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간직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나도 언젠가 커서 저렇게 딱 붙는 방수복을 입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매일매일 커다란 범고래와 일하겠다는 꿈을 꾸며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담당하는 범고래에 의해 물 밑에 끌려들어간 조련사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돈 브랜쇼의 죽음은 2010년에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가 3년 뒤 다큐멘터리 ‘블랙피쉬’를 발표하고 나서야 우리는 어릴 적의 꿈들이 더럽혀진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영화는 테마 파크에서 사용하는 범고래들이 사는, 겉보기에는 아름다워 보이는 세계에 냉혹한 빛을 비춘다. 탱크는 감옥으로, 조련사는 고뇌에 찬 억류자로 변했다. 그리고 즐거워하던 관객들은 매서운 환경 보호 활동가로 변했다. 이른바 ‘블랙피쉬 효과’로 인해 씨월드의 수익은 무려 84% 감소했고, 관객 수는 급감했다.
그러나 ‘블랙피쉬’가 나온지 2년이 넘었는데도 씨월드는 스스로의 거대한 결점을 좀처럼 깨닫지 못하고 있다. 1억 달러를 들여 범고래들을 키울 새 탱크를 짓겠다는 약속에 자유 아니면 죽음이라는 활동가들은 즉시 강하게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해안 위원회는 탱크 제작 계획은 승인했으나 사로잡은 범고래의 번식은 금지했기 때문에, 새 탱크 제작은 보류되었다.
그리고 11월 9일, 씨월드 샌디에이고는 마침내 그들의 상징이던 범고래 쇼를 2017년 안에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랙피쉬’가 나온지 4년 되는 시점이다.
“우린 고래들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씨월드 이사진의 말이다.
그러나 이 약속 또한 씨월드가 이미 옛 것이 된 비즈니스에 매달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점프하고, 물고기를 먹고, 트레이너를 태우고 다니는 쇼 대신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새로운 범고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이 보도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손님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손님들은 더 자연스러운 경험을 원한다.” CEO 조엘 맨비가 유니언-트리뷴에 한 말이다.
하지만 맨비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것은 아직도 자유가 아닌 인공 탱크를 의미하는 모양이다. 슬레이트는 새 쇼는 같은 공연장에서 진행될 것이며, 공연장을 개선하기 위한 지출은 ‘최소’일 거라고 한다. 고래들의 점프도 그대로 등장하겠지만, 묘기 같아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점프라고 한다. 그리고 올랜도와 샌안토니오에서는 범고래 쇼를 계속 할 예정이다.
씨월드는 수익성이 아주 좋은 여름의 수치가 반영된 3사분기 입장객과 수입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바뀌었다. 씨월드의 종말은 진작 찾아왔어야 했고, 범고래 입 위를 타고 달리는 걸 꿈꾸던 아이들은 이제 범고래들을 바다에서 보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범고래는 점프를 하긴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죽은 물고기를 주겠다고 하지 않아도 점프한다. 그러니 바다에 가서 보자.
허핑턴포스트US의 SeaWorld Doesn't Seem To Understand Its Business Is Ov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 http://www.huffingtonpost.kr/2015/11/17/story_n_8540784.html?utm_hp_ref=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