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글은
2013년 11월 4일 포스팅하였습니다.
산약초 산행은 대부분 산 아래서 위로 올라가면서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강릉 바우길 약초 산행은 그 반대였습니다.
강릉 인근의 야트막한 야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바우길이라는 트레킹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비포장 산길이지만 트럭이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세 갈레 능선으로 갈라지는 바우길 정상에 주차해 놓고 산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산행으로 약초 사냥을 하였습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험하지 않는 산행으로
여태껏 가장 쉬운 산행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계곡으로 내려갈수록 산림이 우거져 울창하였습니다.
강릉의 바우길 주변은 양지바른 산이어서
의외로 산도라지가 아주 많았습니다.
잎이 떨어지고 산짐승이 뜯어먹어 줄기만 남은 것이 많았는데
채취하고 보면 잔대인 줄 알았는데 거의 도라지였습니다.
또한 흑도라지가 많이 채취되어
횡재를 하였습니다.
흑도라지와 백도라지를 구분하여 담금주를 담을 정도로
많은 도라지를 채취하였습니다.
산 정상 주변의 능선을 모두 다니고 나서
반대편 깊은 골짜기로 칡을 캐러간 안 목사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야호!라고 몇 번이나 외쳐도 응답이 없어
산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강릉 바우길"이라는 팻말이 있어 유심히 보았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1박 2일에 소개되었던 바로 그 강릉 바우길이 아닌가 생각하며
정취가 남다른 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하였습니다.
약초를 채취하는 일도 잊어 버리고
안 목사님을 찾던 일도 잊어 버리고 바우길 따라 산책을 하였습니다.
아! 좋다! 너무 좋다!를 여신 외치며
솔향 깊은 산내음에 흠뻑 취하였습니다.
소나무가 울창한 능선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바우길은
트레킹 코스로 최고였습니다.
산길에 떨어진 가을 낙엽을 밟는 소리는
트레킹의 상쾌함을 더하였습니다.
길을 걸어며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강릉 인근의 낮은 산이라 묘지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묘지의 대부분은 산짐승에 의해 파헤쳐져 있어
묘지 훼손이 너무 심각하였습니다.
아마도 산짐승들이 추석 성묘 지나고 남겨놓은 음식을 먹기 위해
묘지를 찾았다가 파헤친 것 같았습니다.
멧돼지는 땅 속을 파서 칡과 같은 먹이를 찾아 먹는 습성이 있는데
묘지 위에 뿌린 소주 냄새를 맡고 무덤을 파헤쳤습니다.
다행히 그물로 덮어 놓은 묘지는
멧돼지 발자국이 많았지만 묘지가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저녁이나 비오는 날 트레킹을 한다면
절반이나 파헤쳐진 묘지를 보면서 모골이 송연해 질 것 같았습니다.
강릉 바우길은
마구 파헤쳐진 묘지를 제외하고는 그 정취가 남달라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바우길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릉시는
숲 속의 전원 도시였습니다.
경포대 바다를 앞에 두고 대관령을 뒤로한 강릉시는
쾌적한 도시로 어촌과 산촌의 정서 모두 가졌습니다.
강릉시에서 가장 오지인 왕산 마을은
초보 운전자의 실력으로는 갈 수 없는 S난코스가 오봉땜의 절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구름 위의 땅이라는 안반데기가 위치한 곳이
강릉의 오지 왕산입니다.
20년 신학 지기인 안 목사님을 찾아
강원도 오지마을 야산을 누비며 약초 산행을 부지런히 배웠습니다.
이제 날이 추워지면.....따뜻한 대구에서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 다시 약초 산행을 시작할 것입니다.
벼랑끝 사역의 극한 생존으로 시작한 약초산행은
안 목사님의 따뜻한 배려로 새로운 사역의 패러다임을 갖게 하였습니다.
안 목사님에 대한 감사는 단순한 고마움이 아니라
삶의 감사로 이어지고 보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