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恨歌(장한가)
傾國之色(경국지색)에 이어지는 이야기 3.
傾國(경국)이라는 말이 이백(李白)의 ‘名花傾國兩相歡(명화경국양상환)’과 백거이의 ‘長恨歌(장한가)’에도 나온다고 앞에서 얘기했는데요.
이번에는 백거이의 『장한가』에 [한왕(漢王)은 색(色)을 중히 여겨 傾國(경국)을 생각한다]는 내용이 있게 된 일화와 그 내용을 올립니다.
아마도 양귀비가 대단한 여인이었던 것은 맞나 봅니다. 진(陳) 후주를 미색에 빠지게 하여 결국 진나라가 망하게 되고, 이어 당 현종도 양귀비의 미색에 빠져 정사는 돌보지 않고 있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겠지요. 이에 안록산의 반란(안사의 난)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6군의 강압에 의해 양귀비를 죽이게 되나 현종은 양귀비가 그리워 잊지 못합니다. 〈장한가(長恨歌)〉는 이 비련을 한무제와 이부인의 고사에 가탁하여 당나라 때 백거이가 지은 장편 서사시입니다.
장한가(長恨歌)는 당 헌종 원화 원년인 806년에 백거이가 지었다. 당 현종 이융기와 그의 비 양귀비와의 사랑을 읊은 노래이다.
백거이가 이 시를 쓴 배경은 당 현종(712-756)이 죽은 지 50년이 지나 백거이 나이 35세에 친구 왕질부(王質夫)와 진홍(陳鴻)이 그를 찾아와 선유산에 놀러 갔다. 거기서 당 현종 이융기와 양귀비의 로맨스가 화제에 올랐다. 왕질부의 제의로 백거이는 시인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시로, 진홍은 산문으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신화적인 내용으로 애절하게 썼다.
장한가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부분은 양귀비가 총애를 받고,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양귀비가 죽는 장면, 둘째 부분은 양귀비를 잃고 난 후의 현종의 쓸쓸한 생활, 셋째 부분은 죽어서 선녀가 된 양귀비와 만나보는 장면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작가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드러내 애절함을 고조시킨다.
長恨歌(장한가)
- 白居易(백거이)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황제는 색을 좋아해 미인을 생각하고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재위 여러 해 구했지만 구하지 못했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씨 집에 한 처녀 커가자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집안 깊숙이 두고 키워 사람들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하늘이 내린 미모 마음대로 버릴 수 없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에 선택되어 군왕의 옆에 있게 되었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눈동자를 돌리며 한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생겨
六宮粉黛無顏色(륙궁분대무안색). 후궁의 미녀들은 낯빛이 무색해졌네.
春寒賜浴華清池(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에 화청지에 목욕하게 하자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온천수 매끄러운데 하얀 살결 씻었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시동이 부축해 일으키자 힘없이 교태를 보이고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이 때가 바로 처음으로 은택을 입을 때였다.
雲鬢花顏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둥근 귀밑머리 꽃 같은 얼굴 금 머리장식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연꽃 장막이 따뜻하니 봄밤의 일이 헤아려지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밤의 정사 힘들어 짧은 해 높아서야 일어나고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후로 군왕은 조회에 일찍 나오지 않네.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기분 맞춰 연회에서 모시니 한가한 틈이 없어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에는 봄나들이 밤에는 밤일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후궁은 아름다운 삼천 명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삼천의 총애는 오직 한 몸에 있네.
金屋妝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금 전각에 화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옥루각 연회 파하면 봄과 함께 취하네.
姊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렬토), 자매 형제 모두 높은 자리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가련한 광채가 집안에 생겨나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마침내 천하의 부모 마음마저 움직여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남자아이 중요시하지 않고 딸 낳기를 중시하네.
驪宮高處入青雲(여궁고처입청운), 여산의 궁궐 높아 푸른 구름이 들어가고
仙樂風飄處處聞(선악풍표처처문). 신비한 음악 바람에 날려 곳곳에 들리네.
緩歌謾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우아한 춤에 거문고와 피리소리 합쳐지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날이 다하도록 임금은 보고 즐기지만 끝이 없구나.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어양에서 북소리 울리고 땅이 흔들려 오자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놀라서 예상우의 음악은 멈추었구나.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 생기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천 수레 만 기병이 서남으로 떠나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복지), 천자의 수레 흔들흔들 행렬이 다시 멈추고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으로 나온 지 백여 리
六軍不發無奈何(륙군불발무내하), 육군이 펼쳐지지 않으니 어찌하리.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부드럽던 그 눈썹 말 앞에서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꽃 비녀는 땅에 떨어져도 거두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비취깃털 금 공작 옥비녀 흩어지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군왕은 낯을 가릴 뿐 구해주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돌아보며 피눈물 서로 흘렸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색), 누런 먼지 날리고 바람 스산해지는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잔교를 돌고 돌아 검문각에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아래에 행인들 적은데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깃발은 빛이 없고 햇빛도 옅어라.
蜀江水碧蜀山青(촉강수벽촉산청), 촉나라 강물은 푸르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임금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정을 잊지 못하네.
行宮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은 마음을 상하게 하는 빛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를 끊는 소리
天旋地轉回龍馭(천선지전회룡어), 천지가 뒤바뀌어 어가가 돌아올 때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이곳에 도착해서는 주저하며 가지를 못하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속에는
不見玉顏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옥 같은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공허하네.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군신은 서로 돌아보며 옷이 눈물에 젖으며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으로 도성문을 보며 말이 돌아가기를 믿을 뿐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돌아오니 연못과 정원은 모두 옛날과 같은데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연꽃 미앙궁의 버들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연꽃은 얼굴 같고 버들은 눈썹 같아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이것을 마주하고는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 배꽃이 피었던 날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락시). 가을비에 오동나무 낙엽 지던 날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쪽 정원은 가을 풀로 가득하고
落葉滿階紅不掃(락엽만계홍불소). 낙엽은 계단에 가득 붉어도 쓸지 않았지.
梨園弟子白髮新(리원제자백발신), 이원의 자제들 이제 흰머리 새로 나고
椒房阿監青娥老(초방아감청아로). 황후전의 환관들과 궁녀들도 늙었다.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날고 마음은 근심가득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외등이 꺼져도 잠을 이루지 못하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천천히 종과 북 울려 긴 밤이 시작되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총총한 은하수가 하늘을 밝히려고 하네.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랭상화중), 원앙 기와 차가운데 서리꽃이 더하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비취 이불 차가와 누구와 함께 할까.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길고 긴 인생사 다시 해를 더하는데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불증래입몽). 혼백이라도 꿈속에 들어온 적이 없네.
臨邛道士鴻都客(림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사가 장안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성을 다하면 혼백에 다가갈 수 있었다.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군왕의 잠 못 이루는 생각에 감동해
遂教方士殷勤覓(수교방사은근멱). 마침내 방사에게 간절히 찾아보도록 시켰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공중으로 솟구쳐 번개처럼 달리고
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와 두루 찾았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궁벽에 올랐다가 아래로 황천까지 내려갔지만
兩處茫茫皆不見(량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망망해 보이지를 않았지.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문득 바다 위에 신선산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山在虛無縹渺間(산재허무표묘간). 산은 텅 비고 아득히 어렴풋한 곳에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루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 일었고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속에는 단아한 많은 신선들 있었지.
中有一人字太真(중유일인자태진), 그 중에 한사람 이름이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차시). 흰 피부와 꽃 같은 용모 대략 다르지 않았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금대궐 서쪽 행랑 옥대문을 두드려
轉教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시녀 불러 서왕모 시녀에게 알리게 했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중국 천자의 사신이 왔다는 이야기 듣고
九華帳裡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첩첩화려한 장막 속에서 놀라 꿈을 깨었네.
攬衣推枕起徘佪(남의추침기배회), 옷을 쥐고 베게 밀며 일어나 서성이며
珠箔銀屏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 주렴과 은 병풍을 비스듬히 밀며 차례로 열었다.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둥근 귀밑머리 한쪽으로 밀려 있어 금방 잠이 깼구나.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래). 화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舉(풍취선몌표표거), 바람이 일어 신선의 소매 표표히 들리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오히려 예상우의 춤을 추는 듯하다.
玉容寂寞淚闌乾(옥용적막루란건), 옥같 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은 멋대로 흘러 붙어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배꽃가지 하나 봄비에 젖었다.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이 가득한 눈길로 군왕에 사례하기를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한번 헤어진 후 목소리와 모습 모두 아득하군요.
昭陽殿裡恩愛絕(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 속의 은혜와 사랑 끊기니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의 세월은 길기만 합니다.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고개 돌려 아래로 인간세상 바라보지만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볼 수 없고 먼지 안개만 보일 뿐입니다.
惟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 하니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 나전함과 금비녀를 가져가도록 부칩니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비녀 하나 함 하나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비녀는 황금을 쪼개내고 함에는 나전을 분리했어요.
但教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만약 주신 마음이 금이나 나전처럼 굳기만 하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하늘 위에서 인간으로 서로 만나 볼 수 있을 겁니다.
臨別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작별 전에 간절하게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말 중에 두 사람만 아는 맹세가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사람 없어 다정히 말씀하실 때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원하셨죠.
在地願為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하셨죠.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이 길고 영원해도 시간은 그 끝이 있지만
此恨綿綿無絕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은 길고 길어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