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할배의 행복 여정 에세이 & 詩! 「이윽고, 마주한 은퇴 후의 삶」 (이석도 저 / 보민출판사 펴냄)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정신없이 달리다가 어느 순간 묻는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책은 천아할배의 세상 사는 이야기이다. 그는 세 명의 손주를 ‘내 삶의 햇빛’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손주들을 사랑한단 뜻이다. 그에게도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태어나기 두 달 전에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사랑은커녕 얼굴도 못 보고 자랐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뵙지 못한 자신의 할아버지의 사랑을 알 것만 같다고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정해진 과업을 정신없이 수행하며 달리다 어느 순간엔가 스스로 묻는다. 과연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질문에 이석도 작가는 자신의 일상 속 숨겨진 풍경을 담담하게 내어놓는다. 손주들과 보내는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과 떠난 소박한 여행길에도, 떨리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시 한 구절에도 행복은 있다. 그저 보지 못했기에, 잠시 잊었기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작가는 행복이 이런 것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는다. 다만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힌트를 모두에게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저자처럼 은퇴 이후 인생 2막에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여 힘들어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욱 이 책의 메시지를 되새겨보자. 조금 앞서서 잘 살아가고 있는 한 할배의 모습에서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
<작가소개>
저자 이석도
40년간 은행에서 근무하였다. ‘천아할배’로 불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 아이의 할아버지다. 손주들이 할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오래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이제 그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은퇴 후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 1954년 9월 19일 : 경북 청도 출생
∎ 2014년 9월 30일 : 우리은행 정년퇴직
∎ 2014년 10월 1일 : 정년퇴직 및 회갑 자축 ‘걸어서 고향까지’ 나 홀로 도보여행 서울 → 청도, 9박 10일 동안 376km 완주
∎ 2015년 11월 : 수필 등단(문학의 강)
∎ 2017년 10월 1일 : 동해안 해파랑길 나 홀로 도보여행 속초 → 부산, 12박 13일 동안 520km 완주
∎ 2018년 9월 11일 : ‘제7회 보건복지부장관배 실버몸짱대회’ 참가
∎ 2018년 10월 : 시 등단(심상)
<이 책의 목차>
제1부. 행복은 다름 아닌 일상에 있다
방송 출연
양재천 무논
원이 엄마의 편지
어머니의 흔적
어머니의 첫 기일
사돈의 벌주
호(號)를 짓다
한 지붕 아래 모이다
46년 묵은 추억을 꺼내다
부라보콘 천사
천 원의 행복
어머니의 유산(遺産)
열대야의 행복
새똥 맞은 날
작지만 큰 행복
나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몸짱 대회 나가다
마지막 헌혈
제2부. 내 삶의 햇빛, 손주야
천아할배의 유래
내 손자의 첫 거짓말
피로회복제
할아버지와 손자
보송이 집에 오다
백일 날의 액땜
꼬마 시인 송은규
행복 배달꾼 정원준
할아버지의 사랑 회초리
세은이의 웃음
성공한 삶
축구광 정원준
정세은의 배려심
나는야 행복한 할배
손자한테서 배우다
정세은의 발레 콩쿨 참가
손주들의 봄
은규의 여름방학
세은이의 선물
손자와 詩 놀이
행복 추가
제3부. 손주들의 글방(동시)
외할아버지(정원준)
외할아버지(송은규)
꽃눈(송은규)
눈(정세은)
제4부. 벗과 함께 떠나는 여행길
걸어서 고향까지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이레째 날
여드레째 날
아흐레째 날
열흘째, 마지막 날
동해안을 걷다
(1) 시작이 반이다
(2) 정동진
(3) 인생을 생각하다
(4) 경찰차를 타다
(5) 추석, 가족 상봉
(6) 공짜 Day
(7) 새 출발
(8) 타임머신의 길
(9) 향기
(10) 한글날
(11) 아! 울산
(12) 이브(eve)
(13) 마지막 날의 동행(同行)
둘이서 걷는 해파랑길
(1) 동행
(2) 사랑
(3) 행복
이륙산악회의 몽골 트레킹
1일 차
2일 차
3일 차
4일 차
5일 차
6일 차
절친 사돈들의 남도여행
제5부. 시의 향기가 바람 따라
잡초
자주달개비꽃
꽃샘추위
2월
이게 행복이죠
새해 첫날의 일기
설움을 비운다
마지막 소원
메꽃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가을 하늘
짧아야 봄이다
귀천
도래솔
물망초
금낭화
아버지의 눈물
봄까치꽃
옥잠화
달맞이꽃
만추의 코믹
능소화
만우절
호박 이파리
4월
흔적
천생연분
누름돌
의림지
서울 둘레길의 봄
가을 타는 남자
칠순 할배의 독백
가을은 이렇게 온다
가을, 이렇게 간다
곡비
윷놀이
[서평] 박동규(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본문 시 ‘메꽃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전문>
젊은 시절의 메꽃은 곧잘 울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세상이 싫었다
대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외래종인
나팔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아 속상했다
아빠들이 꽃밭에 매어 놓은 새끼줄을 따라
하늘 높이 올라가는 나팔꽃들을 볼 때마다
기댈 지푸라기 하나 없는 제 신세 서러워
눈물을 자주 흘렸지만 이젠 울지 않는다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된 알프스 초원을
수채화보다 더 아름답게 꾸미는 꽃들은
자기처럼 하늘과 비와 바람밖에 모르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잡초의
웃음이라는 이야기 듣고부터다
메꽃은 오늘도 방실방실
대대로 지켜온 땅을 더 아름답게 가꿔
손자 물려줄 생각에 꽃잎 활짝 연다
<본문 ‘나는야 행복한 할배’ 中에서>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우리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는 가족이나 친구를 항상 아껴주십니다. 우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주시고, 수학 같은 과목은 잘 가르쳐 주십니다. 그림도 잘 그리십니다. 할아버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십니다. 할아버지는 원준이 형, 나, 세은이가 태어났을 때 정말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할아버지를 존경해요. 엄마, 아빠, 친척들처럼요. 할아버지가 없었으면 전 맨날 심심하고 지루한 날만 계속되었을 겁니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행복해요! 사랑해요!”
<추천사>
이 책은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맞이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깊어지는 삶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삶의 소박한 순간들이 주는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일상 속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작가는 행복이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닌, 매일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어머니와의 추억, 가족과 함께 나누는 대화, 손주들과의 교감, 그리고 벗들과 떠나는 여행에서 느끼는 기쁨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행복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커지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시간들이야말로 가장 깊은 행복의 근원이 된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책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 중 ‘46년 묵은 추억을 꺼내다’는 그가 오랜 세월 동안 가슴속에 간직해 왔던 가장 싱그러웠던 소중한 기억을 꺼내며, 그 속에서 발견한 행복을 전하는 대목이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의 추억은 여전히 그에게 위로와 기쁨을 안겨준다. 또 다른 이야기인 ‘천 원의 행복’에서는 오뎅에서 추억하는 고향의 맛을 떠올리며 작디작은 것에서조차도 행복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도 인생의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두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 속에 행복이 숨어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손주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는데, 이야기 ‘손자한테서 배우다’에서는 할아버지로서 손주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기쁨을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손주들의 순수함과 그들만의 독특한 시선 속에서 작가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얻게 되는 새로운 행복의 형태이며, 손주들과의 교감은 인생 후반부에 찾아오는 또 다른 기쁨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는 행복을 묘사한다. 벗들과 떠나는 여행길은 그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을 다시금 성찰하고 자신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작가는 인생의 친구들과 함께한 여정에서 얻는 행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함께 걷는 벗들 속에서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한다. 이런 여정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엿볼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를 통해 자연과 인생의 순환을 노래한다. 작가의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생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가을 하늘’, ‘꽃샘추위’, ‘물망초’와 같은 시에서는 자연 속에서 인생의 다양한 계절을 바라보며, 그 흐름 속에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작가는 이 시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행복의 원천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도록 이끌어주는 이 작품은, 인생 후반부를 맞이하는 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새로운 행복의 의미를 줄 것이다.
(이석도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88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