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보이지 않는 폭력
대본 : 고항심, 한제선
1막 등장인물 : 재미(최형선), 엄마(한제선), 아빠(김양미)
(밥상 앞)
재미와 엄마, 아빠 앉아있다. 재미 입맛이 없어 반찬을 뒤적이고 있다.
엄마 : 칼슘은 뼈에 좋고, 뼈가 튼튼해야 키가 크지. 멸치 먹어.
아빠 : 아무거나 잘 먹어야 해. 군대 가면 뭐 가려먹는다는게 어딨어. 그냥 먹는거야. 떨어진것도 다 주워먹지 없어서 못 먹었어.
재미 : 윽.
아빠 : 너 아프리카 애들 봐봐. 우리집 이거 진수성찬이다. 넌 행복한줄 알아야해.
우리 나라도 옛날 6.25 전쟁도 겪고 보릿고개 겪을때를 말이야.
엄마 : 요즘 애들에게 그런 말이 무슨 소용 있어요. 너 소정이보다 크고 싶지? 걔 보니까 어쩜 그리 쑥 컸는지. 성장주사라도 맞았나 물어보니까 그냥 하루 세끼 잘 먹었다더라. 돈 안드는데 그것도 못하겠어 뭐. 우리 해 보자.
재미 : 난 뭐 키 안 커도 상관없어.
아빠 : 키가 큰게 건강한거야. 건강. 얘 우유 마셔?
엄마 : 재미가 우유 안 좋아하잖아.
아빠 : 그래도 먹여야지. 우유가 얼마나 건강에 좋은데. 외국애들 봐, 우유곽를 들고 그냥 들이마시지. (엄마를 보며) 집에서 뭐해. 우유도 안 먹이고.
엄마 : 그게 왜 내 탓이예요. 애가 안먹는데. 그래도 얘 이 정도면 평균 보다는 큰거야. 당신키와 내 키에 이정도 되게 만드는 게 보통일인줄 알아요? 시금치 먹어. 시금치에 비타민 a 가 많이 들어있대. 그거면 눈도 좋아지고..
아빠 : 너 뽀빠이 알지. 뽀빠이가 왜 힘이 센줄 알아?
재미 : (엄마 아빠 떠들고 있는데 한숨을 쉬며) 아, 키 걱정 안하고 편히 먹어봤으면...
2막 등장인물 : 재미(정서원), 엄마(한지연)
(재미 방)
재미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엄마 : 재미야, 숙제는 다 했니?
재미 : 거의 다 했어요. 숙제 다 하고 컴퓨터 잠깐 써도 되지요?
엄마 : 그래. 그런데 그 전에 엄마랑 잠깐 얘기 좀 하자꾸나. 너 어제 받아온 성적표 말이야, 다른 과목은 다 괜찮은데 수학 점수가 너무 많이 뒤쳐지더라. 아무래도 ○학년 수학이 따라가기가 힘든가 봐. 그래서 아빠랑 의논을 했는데, 수학 학원을 등록해서 다니면 어떻겠니?
재미 : 휴우~ 하지만 난 일주일에 세 번씩 영어학원도 다니고 피아노학원도 가야 하는데 수학학원까지 다니면…. 엄마, 난 언제 노나요?
엄마 : 그래, 그렇긴 하지. 엄마 아빠도 아직 ○학년인 너에게 아직 그건 무리라는 생각을 했어.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그래야 사교성도 좋아질 텐데 학원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할 순 없지. 그래서 말인데, 사실 아빠가 너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 주시기로 했단다~! 들어봐. 내일부터 아침에 한 시간씩 일찍 일어나서 아빠랑 함께 수학문제를 푸는 거야. 원래 아침에 하는 공부가 머리에 쏙쏙 들어오거든. 일찍 일어나면 밥맛도 좋아질 테고 일석이조네 일석이조 호호호.
재미 : 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라구요? 싫어요. 난 못 해요.
엄마 : 이 녀석아, 성적 잘 받고 싶다는 녀석이 시작도 안 해보고 못 하겠단 소리부터 해? 노력 없이 얻는 게 어디 있어? 게다가 아빠가 저렇게 나서서 도와주신다는데, 아빠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말 못 하겠다.
재미 : 엄마 그런데, 아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막 어지럽고 눈이 핑핑 돈단 말예요.
엄마 : (은근한 목소리로)재미야, 너 혹시 밤에 잠 안 자고 엄마 몰래 딴 짓 하니?
재미 : 아녜요!
엄마 : (혼잣말) 한 시간 일찍 일어나도 여덟 시간. 하루 여덟 시간이면 잠이 부족한 건 절대 아닌데, 얘가 왜 어지럽다고 그러지? 아무래도 편식이 문제야. (재미를 향해) 재미 너 내일부터는 음식 가려먹는 버릇 끝이다. 한창 클 나인데 편식을 하니까 키도 안 크고 어지럽기까지 한 거 아냐. 내일부터는 엄마가 차려주는 대로 시금치도 먹고 당근도 먹고 멸치도 먹어. 그리고 빈혈엔 간이 좋으니까 간 요리도 먹고. 또, 10시 이후엔 집에 불 다 끌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자야 돼.
재미 : 우웩~!
3막 등장인물 : 재미(김윤정), 친구1,2(나혜숙)
(길) 재미, 길을 가다가 앞에 가는 아이1의 뒤꿈치를 밟았다.
친구1 : 아야!
재미 : 아, 미안.
친구1 : 뭐야, 미안하면 다야? 되게 아프네. (얼굴을 많이 찌푸린다)
재미 : ....
친구1 : 발 까졌나봐. 아유 아파~ (그러다가 신발을 보더니) 헉, 이 신발 새로 샀는데 너 때문에 까매졌어.
재미 :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친구1 : 일부러 그랬음 내가 널 가만히 두겠냐? (가버린다.)
재미 : 휴~ 억울해. 실수도 못해?
친구2, 지나다가 재미의 팔을 친다.
재미 : (확 째려보면서) 뭐야! 눈 없어!
4막 등장인물 : 재미(이주영), 엄마(홍혜경)
(재미 방안)
재미 : 엄마, 이 옷 입기 싫어.
엄마 : 왜 예쁜데, 또 얼마나 시원해. 그리고 이 색이 너한테 참 잘 어울리는데. 볼도 빨갛고, 옷도 빨갛고.
재미 : 빨개서 싫어. 그리고 너무 야해.
엄마 : 얘는 넌 아직 어린애야. 누가 너를 본다고? 헉 누가 그러는 사람 있니?
재미 : 아니 누가 그러는게 아니라, 내가 싫어.
엄마 : 누구지? 경비 아저씨? 학원 운전기사? 누구니?
재미 : 아니라니까.
엄마 : 휴, 무슨 일 생기면 꼭 엄마에게 말해야해.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고, 모르는 차 올라타지 말고 응, 꼭이야.
재미 : 응, 알았어. 근데 나 이옷 입기 싫어.
엄마 : 예쁘구만, 애가 별나서 정말... 아무거나 주는대로 입지 원..
5막 등장인물 : 재미 (정서원)
무대에 혼자 서 있다.
재미 : 전 엄마 아빠한테 매로 한 번도 맞아본 적 없어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넌 행복한 줄 알라는 친구들도 있지요. 하지만 입에 안 맞는 음식을 억지로 먹고, 입고 싶지 않은 옷을 입고, 내 뜻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당겨지는 건 폭력이 아닐까요? 그게 다 나를 위해서라니 대꾸할 말도 찾지 못하겠네요. 싫다는 말밖엔. 하지만 싫다는 말도 깨끗이 무시당하는 건 폭력이 아닐까요?
내가 안 먹어서 건강하지 않은가요? 내가 게을러서 공부 못하나요?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친구를 다치게 했나요? 내가 까다로와서 아무 옷이나 못 입나요? 내가 하고 싶고 느끼는 것을 말할 수가 없어요.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어요. 다 내 잘못인가요?
첫댓글 제가 연기를 너무 잘 한거 같아요...ㅋㅋㅋ 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