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1.
■ 일상과 비일상, 현실과 낭만이 만나는 80km의 레일, 경춘선
1937년 7월에 개통한 단선열차 경춘선은 본래 목재를 수송하던 화물 열차였다.
그러던 1970년대, 북한강의 수려한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상탈출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춘천으로 향한다. 당시 경춘선은 청춘과 낭만을 상징하는 `로망의 철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열차는 철로가 하나밖에 안 돼 느린 데다 지연 운행되는 일이 잦았다.
결국 경춘선은 2010년 12월 20일을 마지막으로 기차의 역사를 마감하고 빠르고 쾌적한
복선 전철로 거듭나게 된다.
새롭게 태어난 경춘선 전철은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80.7km의 거리를 1시간 20분 만에 주파,
춘천을 수도권 생활권으로 끌어당기는 속도의 혁명을 이루어냈다.
반면 통기타를 연주하며 호기롭게 젊음을 노래하던 옛날 기차 시대의 낭만은
추억 속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말았다.
서울에서 춘천으로 향하는 80km의 레일. 그 위엔 덧없이 변해버린 것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 곁을 그대로 지키며 가슴 따뜻하게 하는 풍경도 있다.
■ 춘천 가는 기차는 변했지만 청춘과 낭만은 여전하다!
경춘선의 봄을 알리는 것은 자연 풍광이 아니다. 바로 푸를 청(靑), 봄 춘(春)!
인생의 황금기에 들어선 20대 대학생 젊은이들! 해마다 3월이면 경춘선은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드는
불타는 청춘들의 MT행렬로 들썩들썩해진다.
평범한 전철에서 그야말로 낭만철, 청춘철로 일대 변신하는 경춘선!!
그 옛날처럼 객실 안에서 기타를 칠 순 없지만 승강장 위엔 여전히 학생들의 노랫소리, 웃음소리,
익살스런 춤사위가 끊이지 않는다.
1박 2일 간의 여정에 들뜬 젊은이들의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공간. MT의 메카,
경춘선 대성리역에서 꿈 많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황혼의 봄나들이 - 노년층의 춘천행
어느 날 경춘선 객차 안을 보노라면 유독 어르신 승객들이 눈에 띄는 날이 있다.
알고 보면 경춘선 노선을 따라 오일장이 서는 날! 그 중에서도 매월 2, 7일마다 열리는
남춘천역 춘천 풍물시장은 점포만도 140여 개, 1000개 이상의 노점상들이 장을 여는 이름난 장이다.
주말과 장날이 겹치는 날엔 최대 10만 명의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데...
이날 오후, 풍물시장으로 봄 마중을 나가는 김덕기, 박경자 노년 부부를 만났다.
얼마 전까지도 병석에서 사경을 헤매던 김덕기 어르신에겐 이날 장 나들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처음 하는 외출. 아내 박경자 할머니는 죽을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남편이 마냥 고마워
흔쾌히 발걸음을 함께 했다.
할머니에게 `인생의 봄`은 남편과 함께 놀러 다닐 수 있는 바로 `지금`이다.
■ 경춘선을 타고 일상탈출
경춘선의 맨 끝 칸, 1호차와 8호차엔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바로 자전거! 총 20대를 거치할 수 있는 경춘선 자전거 전용칸은 출퇴근 시간만 제외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자전거를 싣고 탑승하는 라이더들이 많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경춘선은 대성리역부터 산과 호수가 연이어 펼쳐져 경치가 좋다.
또 대성리부터 춘천까지 북한강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특히나 많이 보인다.
자전거 애호가들은 경춘선에 자전거를 싣고 자신이 원하는 역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힘들면
경춘선을 타고 돌아온다.
또 강촌역에는 삼악산이 있고 청평역?상천역에서 내리면 호명산이 가까워 주말이면
경춘선을 탄 등산객도 많이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면서
일상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경춘선을 타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다큐멘터리 3일 [봄 마중 80km - 경춘선 전철 7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