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격증들
나는 6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교사자격증, 카운슬러자격증, 운전면허증, 무선통신자격증 등이다.
그중 가장 요긴하게 쓴 자격증이 중등학교 교사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가지고 직업을 얻어 장가를 가서 먹고 살며 저축하여 아들 딸 낳고 키워 세 자녀를 여의었다. 어찌 그뿐인가. 집을 사고 노후를 준비하였으니 하는 말이다.
카운슬러자격증으로는 고등학교 재직 시절 교도부장을 하는데 써 먹었고, 운전면허증으로는 지금까지 여행과 나들이는 물론 80 가까운 나이에도 아내의 기사와 셀파가 되어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무선통신 자격증으로 Ham이 된다는 것은 환상적인 통신수단을 이용하게 되는 길이었다.
휴대전화가 다른 사람과 1:1의 통신 수단이라면, 무선통신인 Ham은 라디오나 TV 처럼 ‘1 : 다수’의 세계라서 호칭도 국장이라 한다. Ham들은 무선기를 이용하여 휴대전화와 달리 무료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세계였다.
조난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길 안내 등 남을 도와주고 도움 받는데 당시에는 퍽 유용한 취미의 세계였다. .
우리가 군대 시절 보던 무선기 중에 소형 무선기라 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Ham끼리 모임을 갖고 소방소와 결연을 맺어 재난 구호의 손길이 되거나 방송국에는 현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낭만적인 취미의 셰계이기도 했다.
그 무선 자격증을 따려고 시험을 보고 버스를 타고 한강을 굽어보며 자유로를 달려 귀가 하면서 이런 시를 쓴 일이 있다.
하늘에도
강이 있었다.
별과 구름과 새들의 천국에.
파란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강물 따라 흐르는 것이 있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우리는
흐르는 모습을 잡아 TV라 했다.
흐르는 소리를 모아 Radio라 했다.
하늘 높이 나를 날려 만드는
우리를 HAM이라 했다.
소리들아.
나, 이제부터 열심히 부르리라.
그리움을 위해
하늘에서 맺어줄 인연을 찾아
별과 구름과 새들을 향해
마음으로 부르리라.
CQ,
CQ,
Come Quickly!
-2006년 봄
그런데 Ham이 천적(天敵)이라고 할 수 있는 핸드폰이 나타나면서 고가의 옥외 안테나나 수백만 원 대를 주고 구입한 무전기 등등이 마치 소뿔처럼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노후를 무료하게 지내게 되는 것이 두려워 ‘시조문학’으로 시조시인, ‘한국수필’로 수필가로 등단하였으니 이를 '글 쓰는 자격증’이라 한다면 나의 자격증은 6개가 되는 셈이다.
늦깎이 문인으로 등단하였는지라 나의 문학세계는 주로 산행기 쓰는 일로 국한 되다가 거기에 '국내외 여행'을 더하여 지금은 여행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불로그(blog.chosun.com/ilman031)을 개설하여 거기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여행을 위하여서보다 글의 소재를 찾아 카메라와 캠코더 그리고 보이스 펜으로 무장하고 국내외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나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생전부귀(生前富貴)요 사후문장(死後文章)이라는 생각은 이런 나의 하루하루에 변화를 주며 열심히 살게 하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를 의식하고 하는 행위다. 독자를 향하여 가장 쉽게 다가가는 길이 인터넷의 세계다.
젊어서 컴퓨터 한글 자격증에 도전하였다가 필기시험에는 붙었지만 실기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지금 나는 젊은이 못지않게 자유자재로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 사진과 동화상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으니 나에게 '컴퓨터 자격증'이 있다 한들 누가 탓하랴.
면허증(免許證)이란 나라나 공공기관에서 인정해 주는 일정한 기술 자격증을 말하는 것으로 일정한 자격을 인정해 주는 자격증(資格證)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런데 나라나 공공기관이 주는 면허증이나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개인의 세계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위에서 말한 컴퓨터와 함께 사진 자격증이 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
사진작가로서 등단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사력(寫嚦)이 47년을 넘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 중 요란할 정도로 많은 것이 카메라요 그 부속품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자격증을 말하라고 한다면 ‘술 마시는 자격증’이라 할 것이다.
혹자는 그게 어찌 자격증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70 평생 살다 보니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술을 마시고 다니는 이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술 마시는 이의 첫째 자격이 건강이다. 늙어서도 술을 든다는 것은 건강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건강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건강한 가정의 가계에 지장을 주거나 직장과 일에 지장을 주면서 술을 마시는 이는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둘째 제 돈 내고 마실 수 없는 사람은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남정네여 한번쯤은 주위를 둘러보라. 항상 얻어만 먹고 남이 사주는 술에 취하여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을. 이런 분들은 남이 사 주는 술을 마시는 것에 자기도 모르게 습관화된 사람들이다.
술 잔 하자고 할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술을 못마시는 사람도 있겠지만 신세나 폐를 끼치기 싫어서인 사람이 더 많았다.
내가 술마실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그동안은 수많은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를 술 마시는데 쓰면서도 그런대로 별 탈 없이 생활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술로 인하여 나는 큰 병을 얻어 병원에서 사경(死境)을 헤맨 일이 있었다.
암중에 암이라는 백혈병(白血病)으로 그 무서운 무균병실(無菌炳室)에서 입원하였을 때 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울면서 금주시(禁酎詩)를 쓴 일이 있다.
이를 뒤돌아보면 내가 말하는 '음주 자격증'만은 찢어버리고 싶어진다. 그런 날이 자꾸 다가오는 것 같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우리가 좋아
함께가 좋아
취하려 살던 세월이 그립다.
그 소중하다는 시간과 돈으로
우선(于先)을 사면
온갖 만남을 주선해 주던
술이여!
우리 이제 그만 이별을 하자.
그대 안에 서면
슬픔은 더욱 눈물 하였고
기쁨은 더욱 웃음 하였고
우리를 더욱 우리케 하며
행복을 더욱 행복하였기.
저 절대적인 순수와
철저한 몰입으로
벌거벗은 자아를 찾았더니만
허나,
호연과 낭만을 시기하는
검은 손이
나를 담보로 하라기에
이제부터
옛날을 벗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
더 큰 만남을 꿈꾸는
이별이여, 이별이 되게 하였다.
섹스보다 더 좋아하던 술이여.
여자보다 더 사랑한 술이여.
-백혈병동 무균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