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합니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여태 화끈하고 불끈하고 강력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와 장면들에 익숙한데 영 딴판입니다. 우리가 익숙해온 장면들과는 거리가 멀지요. 무딘 칼로 전쟁하는 기분입니다. 이래가지고 뭐가 되나? 하기는 그래서 개점휴업, 파리를 날리고 있습니다. 뭐, 알려지기나 했나요? 남 뒤나 캐주는 흥신소도 아니고 간판은 어엿한 탐정 사무소인데 어떤 굵직한 사건이라도 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음은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무실이 있기는 한가요? 누가 무엇을 믿고 사건을 맡길 수 있을까요? 일단은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홍보가 필요하지요. 열심히 붙이고 다닙니다. 그래도 쉽지 않습니다. 이래 가지고 입에 풀칠이나 할까요?
뭐 좀 한 건 한 경험이 있다는 자부심 하나로, 하던 만화방 사업도 접었습니다. 형사는 휴직을 하고 직업적 탐정으로 변신을 꾀합니다. 모두 자기 아내들에게는 비밀입니다. 분명 꼴같잖게 보일 겁니다. 그래서 자기네끼리 조합한 것입니다. 나중에 들통 나고는 집안에서 한바탕 난리가 나지요. 그래도 좋아서 하는 데는 못 말립니다. 그렇게 짝꿍이 된 것입니다. 티격태격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내일을 기대하며 명함 붙이기에 나섭니다. 경찰서까지 몰래 드나들며 알리기에 나섭니다. 휴직 중인 형사, 후배들이 어쩔 수 없이 돕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온 상사가 원칙을 따지며 형사들을 닦달 냅니다. 그러니 도움을 주려 해도 힘들고 받으려 해도 힘들지요.
쫓아다니다 보면 기회가 생깁니다. 한 젊은 여인이 형사를 붙잡고 사정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남편이 자살한 것으로 끝난 것이지요. ‘대만’이 휴직 형사 ‘태수’를 따라 경찰서 들어왔다가 여인의 사정을 목격합니다. 듣고 보니 아무래도 감이 이상합니다. 만삭인 아내, 남편이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사러 나갔다가 실종되고 얼마 후 철로에서 자살하였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자살할 상황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남편은 보육원 출신 고아입니다. 살기도 힘든데 아이까지 갖게 되었다,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태어날 아기를 위해 5천만 원 적금 통장까지 갖고 있답니다. 그런데 자살? 아무래도 이상하지요. 경찰서에서 쫓겨나면서 대만은 자기 명함 하나를 그 여인에게 건네줍니다. 연락하라고.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던 여인은 탐정을 찾아옵니다. 경찰은 이미 사건 종료라 하여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여인은 석연치 않아 그대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아껴주던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는 남편의 사고를 이대로 넘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5천만 원 통장을 들고 찾아온 것입니다. 이 탐정 사무소로서는 앞뒤 가릴 시간이 없습니다. 하릴없이 시간만 까먹고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시간을 까먹는다는 것은 다르게 말해서 사무실 임대료를 까먹는다는 말입니다. 그 돈을 어디서 충당하겠습니까? 그러니 사건의 성격을 따지기 앞서 일단 물고 보는 것이지요. 아무튼 드디어 사건이 수임되었습니다. 수임료가 자그만치 5천만 원입니다. 대박입니다. 당장 아내에게 선물을 사줍니다. 이럴 때 남편 둘만 하지요. 그것보다 남편 된 기분이 드는 겁니다.
돈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제부터 사건을 처리해 나가야 합니다. 자살할 만한 이유가 있는가? 일단 죽은 사람의 신원과 주변 인물들을 점검해 나가야 합니다.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점점 이상한 점들이 생깁니다. 탐정 같은 대만이의 머리와 경험을 가진 형사의 이론을 조합하여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그런데 일반인 신분으로 다른 사람의 신원조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합니다. 또한 불법입니다. 아무래도 경찰서나 현직 형사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도리 없습니다. 후배들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마침 사이버수사대에서 활동하던 후배를 알고 있습니다. 컴퓨터 짱입니다. 이제 세 사람의 조합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처음에는 임금 착취, 아니면 보험금을 노린 사기로 사건이 풀려갑니다. 보육원 사무장이 모든 보육원생을 관리하며 그들의 임금 통장까지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건이 풀려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일단락됩니다.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그냥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또 거기까지 오는데도 꽤 노력은 했지요. 그럴 만하기도 합니다. 재미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아무래도 전편보다 조금 더 진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다가 사이버수사대 일원이었던 ‘여치’의 등장과 활약(?)이 묘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요즘 수사도 이 능력 없으면 결코 못 따라갑니다. 잘 합류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수임료 분배에서도 재미있게 꾸며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태 우리가 익숙한 탐정 영화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뭔가 부족하고 더디고 모자란 듯하면서 끌려갑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슈퍼맨만 보다가 이제 진짜 우리 같은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풀어가고 있습니다. 동정을 느끼며 봐주는 겁니다. 코미디 추리극이라고 해야 하나? 웃으며 봅니다. 영화 ‘탐정 - 리턴즈’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