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한팔에 달싹 붙어서 이찬란의 머리를 매만져주는 여자아이.
참 다정해보였다.
찬란인 날 보았지만 날 유령취급했다.
"누나! 여기서 알바뛰어?"
"음. 봉사활동이라고 치자."
"역시 혜련누나 멋져!!"
태평인 안그래도 밝은 얼굴로 더 활짝 웃으며 날 띄워줬다.
그런 태평이 손에 파리바게트 상자에 든 케잌이 눈에 띄었다.
평소엔 케잌하면 그냥 넘어갈리 없는 나지만 어젯밤 초코케잌을 너무 많이 먹어서
내 눈엔 저 달콤한 케잌이 단순한 빵 쪼가리로만 보였다.
"왠 케잌이야?"
"이찬란 생일케잌!!
어제 파티 해준다니까 바쁘다고 가버려서 오늘 챙겨줄라고."
아차... !!!
그때서야 어제 찬란이의 슬픈 얼굴의 의미를 절실히 깨달았다.
'누나....'
'지금 당장 위로받고 싶어.'
7월 15일.
제헌절 이틀전날.
이찬란 19번째 생일.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찬란일 보았지만 찬란이 옆엔
흐트러진 머릴 다정히 매만져주는 눈이 동글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누나!! 젤 큰방이랑 작은방 하나씩 잡아줘!"
"어?.. 어어. 큰방은 1번방이구, 작은방은 4번방 써."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무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4번방 팀은 이찬란과 옆에 낀 여자아이였다.
태평이가 내민 만원은 금고에 넣어두고 난 나무그릇 세개에 한가득 뻥튀기를 담았다.
두개는 1번방, 하나는 4번방.
아슬아슬 세개의 나무그릇을 두손에 들고 1번방으로 향했다.
손이 없던 관계로 발로 문을 두어번 차니 혁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 미안. 손이 없어서."
"와- 서비스에요? 역시 혜련누나는 통이 크네요. 같이 노실래요?"
"현실에 충실할래. 재밌게들 놀아! 시간도 팍팍 넣줄테니까."
"와아-!!"
패기 넘치는 젊은것들의 우렁찬 함성에 난 얼른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카운터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4번방을 힐끗 보았다.
... 밀실을 잡은 이유를 그때 알아차렸다.
난 잠시 서서 고민을 하다 결국 방문을 두드렸다.
"아... 저기! 뻥튀기 놓고간다.. 미안."
"......."
그들은 내 노크소리는 무시한채 내가 들어갔음에도 딥키스는 진행중이었다.
이찬란이 앉아있으면, 여자아이가 찬란의 무릎에 앉은 자세로..
이찬란은 날 빤히 보았다. 어제와는 아주 다른 낯선 눈빛으로.
카운터에 돌아와 먹다만 뻥튀기를 한가득 털어 넣었다.
멍하니 앉아 우적우적 뻥튀기를 먹고 있으면, 한쪽 주머니에서 지이잉-하고 폰이 울린다.
새 문자메세지 1건
[지금 심정] -멋쟁이 란
난 문자를 보고 곧장 답장을 줬다.
[어젠 정말정말정말!! 정말 미안!]
[또]
[또?]
[미안한거 말고 또]
[음... 추워]
내가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5초나 지났을까?
이찬란이 복도끝에서 거칠게 4번방 문을 닫으며 이리로 걸어왔다.
"왜 추워?"
"그거 물어보려고 나왔어?"
"어."
"여자친구 냅두고?"
"빨리 말해. 왜 춥냐구."
"니 눈이 차가워서 춥다. 됐냐?"
잠시 둘 다 말없이 저 끝에서 들려오는 태평이의 우렁차고 신나는 '말달리자'를 듣고있었다.
저절로 발이 리듬을 탈 정도로 신나고 맛깔나는 노래소리였다.
찬란인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무언갈 생각하는 눈치였다.
"단추 좀 잠궈. 속보인다."
보기싫었다.
저 방안에서 재미보다 나온 티를 너무 팍팍 내는 저 세개의 풀어진 단추.
그러면 찬란인 카운터 안으로 들어오더니 내 옆에 우뚝 서버린다.
"누나가 잠궈줘."
"니가 애냐!"
"누나가 내 단추도 잠구고, 누나 맘도 여기다 가둬줘."
벙-
벙쪄버렸다. 살갖은 맨트였고 난 그런 말을 혐오한다.
근데 왜.. 심장이 뜨거워지는걸까.
나는 내 옆에 선 찬란일 향해 회전의자를 돌려 팔을 뻗어 단추를 하나하나 잠가주었다.
키큰 찬란인 앉아있는 날 위해 상체를 숙여주었고,
내가 가까워진 찬란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면 찬란인 내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때마침 들리는 소년의 발악.
"떨어져 새꺄!!!!!!!"
태평이가 찬란일 향해 소리쳤다.
그치만 내 예상과는 달리 썩 진지한 얼굴은 아니었다.
찬란인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되받아쳤다.
"어른들 노는데 조용히 들어가있어."
"염병. 너 세달 먼저 태어났다고 어른행새 하는거 꼴사납다!!!
누나!! 누나 바람피면 어떡해!!! 어제 그 감동 벌써 식은거야?!!!"
"저기 태평아. 그런게 아니라.."
"세상에서 바람이 가장 무서운거야!!
바람나면 안돼!! 바람피면 울형 뒈진단 말야!!! 아아악!!!!!!"
태평인 점점 자신이 말하며 자신이 흥분하고 있었다.
몇번 안봤지만 진태평이 다혈질이라는데 5천원 걸겠다.
잠시후 태평이의 소리를 들었는지 진혁이 방에서 뛰쳐나왔다.
멀뚱히 세 사람을 번갈아서 보던 혁인 나와 찬란이의 밀착한 모습을 보곤 고개를 떨궜다.
"이찬란 개새끼."
"니들 둘다 약 안 챙겨먹었지."
"개새끼. 너 우리 형수 건들지 말랬잖아."
"해철이 누나가 왜 니들 형수야."
"우리 형이랑 혜련누나랑 얼마나 사랑하는줄 알아? 어젯밤에도!..."
"혁아!!!!"
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혁이 이름을 우렁차게 불렀다.
찬란이가 상처받는건 싫다.
아마 지금 이 상황이 내 생에 최고의 갈등구조 형성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여태까지의 갈등들이 생각이 안나니 우선 그렇다고 치자.)
"진혁. 계속말해, 어젯밤에 뭐."
"누나. 미안하지만 나 말하고 싶어요. 이새끼 정신좀 차려야돼요."
"아아아악!!! 둘다 쉐럽!! 1분후면 울 형온다!
우리 형수 울형이 안전히 모셔갈테니까 너 우리 형수 넘볼 생각 싹 접어둬라."
태평이가 핸드폰을 한손으로 흔들며 그새 전화를 한건지 위풍도 당당하게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짜잔- 하고 유리문이 열리더니 '어서오십시오'라는 기계음과 함께
진정제가 적렬적인 빨강 넥타이를 휘날리며 우리 앞으로 걸어왔다.
"여긴가? 어머님 노래방이?"
"너... 날아왔니?"
"아무리 내가 완벽해도 날개까지 달려있진 않아."
진정제는 여기저길 두리번 거리며 지멋대로 업소용 냉장고에서 이온음료 하날 꺼내마셨다.
뛰어온건지 날이 더운건지 에어컨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진정제의 출현이
분명 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걸 알지만, 너무도 반가웠다.
"형!!! 지금 그럴때가 아냐!! 얼른 누나 데리고 가!!"
"그 누나 여기서 일해야 된대."
"아 진짜!!! 형!! 저 새끼가 혜련 누나한테 뽀보했다니까?!!"
"난 키스했어."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왜들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얼굴을 해서는.
진정제는 에어컨에 얼굴을 쳐박은채 천하태평하게 말을 이었다.
3개월 남자에 굶주린게.. 이렇게 큰 갈등을 일으킬줄은 몰랐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암컷이 수컷에게 반응할 때 step.10
헬로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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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408
05.08.09 20:53
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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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첫빤가..ㅋㅋ님 너무 재미써요..ㅋ.ㅋㅋㅋ빨리빨리 써주세요~~
짱이에요..2빠
푸하하하하하 정제 마지막 말이 넘 웃겨요.. 그동안 꼬리 못달았지만 너무 재밌게 보고있어요^^ 힘내시구 건필하세요~
풉..잼있어요..
정제가 너무 태평한 것 같기도 하고 ㅋ 다음 편 기다려요~
재밌다
진짜 최고네요.. 크크.. 아마 말은 태평하게 하지만 속은 끓고 있겠죠.. 크흐흐....
다음 편도 잼께 해 주세요!!>_<!!!
너무 웃겨요 풉 다음편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리 내가 완벽해도 날개까지 달려있진 않아." 에 올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웃겨서 저 새벽인데 읽느라 쿡쿡거려서 지금 먹던 물까지 뱉었어요~아무튼 진짜 욱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정말 재밌어요*^^*
/ ㅂ/ 아재밌어요
아그리고 오타나신듯...; ㅅ; "아 진짜!!! 형!! 저 새끼가 혜련 누나한테 뽀보했다니까?!!" <- 이부분에 뽀보라고 되어있는..<- 얌마
재밌어요``>ㅁ<
// 긋~~~
와 ~~ 너무좋아요... 딱 내취향의 여쥔공 왠지 바나나의 키친이 연상되는 쿨한 전개하며 ,,,, 앞으로 기대 많~~~~ 이 할께요 작가님 홧팅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ㅋ 쌍둥이들이 더웃기네ㅋ
잼있네요 ㅋㅋㅋ 형과 쌍둥이 동생 대 란 이라....앞으로 더 궁금해질듯^^
우와~진짜 재밌네요,,,먼가,,,란이를 보고 있으면 제 심장이 두근두근해요~암튼,,담편이 무지 기대되네요~^^
재밌어요+_+
재밌네요~ 으컁컁~ 다음편 기대할게요~ GOOD~
와아아>_< 역시.. 너무 재밌어요~
ㅋㅋ 정말 재밌네요-ㅋㅋ 건필하세요^^*
쌍둥이들 넘 웃겨여 ㅋㅋ 빨리 담편이~~ㅋㅋ
어후 진짜 신선해요 ㅋㅋ재밌어요
아아.= _= 꺄하하.- _-; 앞으로도 많ㅇ ㅣ -_-; 기대될듯 ㅋㅋ
진짜 새로운 느낌의 소설 ㅋㅋ 재밌어요 빨랑빨랑 다음편도~
역시 찬란이는 제 스타일이예요.(발그레)
아..소설진짜 넘으조아
적렬의 빨간 넥타이.....굿이에여 건필하세여
환아환아환아환아..ㅋㅋㅋㅋ 쌍둥이들 자주 출연 시켜 주세요.. 안그래도 자주 나오고 있긴 하지만..ㅋㅋ
푸하하하하하 푸하하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드네요 ㅎㅎ
으헿햏....................................................................................쌍둥이너무귀여워>_<이리오렴~~ 누나한테 <- 미친니가동생이야ㅡㅡ
조올~라~재밌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어요 ♡
키키키킼 정말 재밌다 +3 -
와와와_!!내생일도 7월15일인데+_!ㅋㅋㅋㅋ란이랑 같네_!!
뽀보 <<<오타낫더여 ㅇ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