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을 떠난다. 가을이면, 내가 지은 졸시,
‘새 한 마리/ 푸른 하늘이 호수인 줄 알고 첨벙/ 쨍그렁, 금 간 하늘 틈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흰구름/ 꽃 꽃 꽃 목화꽃 송이 송이//’
이렇게 푸른 하늘을 그리는데 여행가는 날은 먼지를 재우는 먼지잼, 물방울만 허공에 동동 떠 있는 실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산에는 주름, 골짜기마다 운무가 물결치고 산봉우리는 안개가 흰 연기처럼 휘날린다. 나는 신났다. 날씨에 따라 무한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기에,
어느새 천보산 기슭에 자리 잡은 회암사지. 하 넓어 아득히 비경의 대단한 유적지를 발견한 듯 아스라하다. 보는 곳마다 여기저기 층층이 돌을 쌓은 축대가 있다. 이 절은 8개 단지로 각각 단지마다 다양한 건물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언제, 누가 지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고려 말 때 지공이 창건, 나옹이 대가람으로 조성했다는 설이 있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지주로 있었으며 왕실 제사, 49재를 지낸 곳이다. 당시 태조 이성계, 효령대군, 정희왕후 문정왕후가 후원하던 절이다. 조선의 보우가 불교부흥을 꿈꾸기도 했던 곳이란다.
( 무학대사 묘탑앞에서 사진을 찍은 나 )
절의 유물에는 지공선사, 나옹스님, 무학대사의 석등, 비, 부도가 있다. 그중에서도 무학대사의 유골을 봉안한 불답, 부도는 장엄하다 할 정도로 웅장하다. 부도의 기단, 탑신에는 꽃, 연화, 두꺼비, 기단 두 곳에 각각 여의주를 문 두 마리 용이 꿈틀대고 구름문양이 가득하다.
나는 이 부도를 보니 또 다른 세상, 별천지에 있는 것 같다. 부도의 조각으로 무학대사가 왕과 같은 권위와 위세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이 걸작품을 보고 오늘 여행은 이것만으로도 만족하다.
또 다른 유물도 헤아릴 수 많은데 그 중에서도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청기와. 용무늬의 암막새 봉황의 수막새 등등 . 거의 왕궁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문정왕후가 시켜서 만든 '회암사약사삼존도' 유명한 쾌불이 있어 당시의 왕실불교미술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용두 잡상 궁에서는 볼 수있는 기와 지붕에 올려졌던 유물. 두 작품이 귀여워 여기에 올려본다.
용두, 기와가 흘러내림을 막기 위해 내림마루에 얹혔던 용두, 퉁방울눈과 크게 벌린 입으로 우렁찬 소리를 낼 것 같다.
잡상. 경사와 벽사의 기능이 있는. 무인 복을 입은 당돌한 이미지인 잡상이 강건한 기상을 보여준다. 두 土遇? 모두 위풍당당하고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아주 귀중한 유물은 ‘천보산회암사수조기’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의 성리학을 하면서도 불교 문화를 깊이 공부하여 기록한 목은집에서 회암사의 전각배치를 절의 모든 정경을 자세하게 적은 기록물이다.
만평이 넘는 터에 건물이 70여 채 262칸, 어느 때는 소문에 3000명의 스님이 있었다는 절.
이 모든 정경을 그림 그려 보여주듯 쓴 글로 영상물을 만들어 수백 년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시대상의 역사적인 왕실불교문화를 알려주어 우리는 회암사의 대가람을 영상으로 감상하며 환상에 젖어본다.
이 절이 잘 보존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전쟁도 아니고 불에 타 소실됐을까. 혹 문정왕후, 보우가 미워서? 또는 유생들이? 정말 아쉽다.
또한 태조 이성계가 왕위를 물려주고 이 절에 머무른 것으로 유명하다. 황량하게 너른, 600년 세월이 넘은 고립된 빈터가 휑하니, 바람이 잠깐 머물러 쪽잠 자다 흐르고 구름만 노닐다 흔적없이 떠난 쓸쓸하고도 고즈넉한 곳이다.
한참을 서 있으니 아침, 흐린 날씨라 그런가, 덧케로 앉은 먼지로 분단장한 늙은 터에서 태조의 榮辱, 悔限의 감정이 녹아있는 듯 애상의 정서가 함초롬히 머리를 들고 내 가슴에 안긴다.
나는 나옹선사가 지어 현재도 떠도는 노래를 작게 부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물처럼 살다 가라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말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강물처럼 구름처럼 말없이 가라네//
나는 감정의 여운 말미에 사찰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누군가의 글을 생각하며 발길을 돌린다. (사진은 다 인터넷 펌함, 글 인터넷. 해설사 설명 참조) |
첫댓글 반갑습니다 선배님.좋은곳 다녀오셨네요.사진으로만 건강한 모습뵈니 부럽네요.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귤향기님 정겹습니다.
이제는 힘이 부쳐 어딜 가시 꺼려해 먼곳을 가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데 가까운 양주이기에 용감하게 나섰어요,
귤향기님 세월은 그냥 가지 않습니다.
지금 좋은 나이에 여기 저기 많이 다니십시요.
늘 고운 모습 그대로이시길 바라며 건강하시도록 기원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잘 읽고 갑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보내시길~
글을 읽으니
제가 선배님과 함께 다녀온듯 합니다
기온차가 심한 요즘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라옵니다
미소가 어울리는 여고생처럼 무학대사묘탑에 서있는 낭만언니 모습이 건강하고 즐거운듯 하여 참 좋아보입니다~~지금처럼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