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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us-_-@hanmail.net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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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뭐야? 왜 안 피해?"
"엄마, 시집도 안 간 딸이 실명되면 책임질겨?"
"그, 그러게 누가 외박하래!"
발끈 화내시는 옥심의 어머니는 속으로는 딸의 눈을 걱정했다. 아주 제대로 그냥 꽂혔기 때
문에 가까이 와서 옥심의 눈을 살폈다. 다행이 눈을 감았기에 옥심의 눈은 사뿐하게 피멍만
들었다. 이거 안과에 가야하나, 옥심의 어머니는 딸의 눈을 보며 근심가득한 눈빛으로 말씀
하셨다.
"멍이 완벽하게 동그랗네."
"…감탄하는 거야?"
"내가 던졌지만, 아주 아주 퍼펙트하구나."
"엄마."
"응?"
"나 주워왔어?"
"응. 굴다리 밑에서."
"알았어, 아줌마."
"…오늘은 봐준다. 밥 먹어."
"흠."
옥심의 예상대로 엄마의 구박은 맞은 것으로 인해서 금방 멈추었다. 아직도 눈이 욱신거리
면서 아파왔지만,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전에 외박했을 때 피하려다가 빗자루로 엉덩이를
불이 나도록 맞았던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 그런지, 맞고 싶었다.
옥심은 밝은 표정으로 애써 웃으면서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옥심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눈만 껌뻑 껌뻑 거리고 있었
다. 옥심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친했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
게까지 옥심이 스스로를 깎아 내리며 말했는데 그 녀석이 또 연락할 리가 없었다. 아마도
배신감까지는 아니지만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옥심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옥심은 늪으로 빠져드는 꿈을 꾸었다.
밧줄만, 넝쿨줄기라도, 누군가의 손길이라도!
그러나 주변에는 시커먼 어둠에 둘러싸인 숲속의 고요함만이 남겨져 있었을 뿐.
옥심에게로 다가와 주는 사람은 없었다.
깊이 빠져 들어가 목까지 잠겼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기다릴 뿐.
다만 기다릴 뿐.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뿐이었다.
"또 늦잠이냐! 퍼뜩 일어나!"
엄마가 요란스러운 목소리로 옥심을 깨웠다. 옥심이 이불속에서 퍼뜩 눈을 떴을 때 엄마의
놀란 눈이 보였다. 엄마는 몹시도 놀란 눈으로 옥심의 눈 한쪽을 들여다 보았다.
"왜 빤히 봐?"
"아주…시꺼멓게 멍들었다. 잘 익었네."
"……엄마."
"응?"
"됐어, 엄마."
옥심은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아줌마의 표정을 보면서, 새삼스레 옥심이의
두꺼운 낯짝은 엄마에게 물려받았음을 인정했다.
역시 유전이구나.
옥심은 일어나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한쪽 눈에 동그란 시커먼 멍이 들어있었다.
아프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많이 많이 아픈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밥 먹어."
"응."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옥심은 정말 좋아한다. 밖에서 사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옥심은 하
루에 한끼 이상은 꼭 집에서 먹어야했다. 그래야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되도록 아침은 꼭
먹어야된다는 엄마의 말에 늘 순종적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멍이 들어서 아프거나 말거나, 밥은 잘 넘어갔다.
옥심은 밥 한 공기를 금새 해치워버리고 빈 공기에 밥을 더 채웠다. 밥솥 통째로 먹고 싶다
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은 고이 나빌레라 예쁘게 접었다.
엄마가 살빼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옥심의 어머니는 무척 늘씬했다.
"아침부터 두 그릇이냐."
"응."
"…뭐 안 좋은 일 있는 거야?"
"…아니."
옥심의 버릇을 알고 있는 엄마는 옥심의 저기압을 어제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맞아주는 것
도 그렇고 이렇게 폭식을 하는 것은 다 우울한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엄마니까 당연히 아는 것이지만, 옥심은 그걸 그냥 무시하려고 했다.
말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도서관 갔다 올게."
이윽고 밥도 든든하게 네 그릇이나 먹은 옥심은 엄마의 선글라스를 빌려 쓰고 밖으로 나갔
다. 옥심의 엄마는 도시락을 두개 싸주셨다. 밖에서도 왕창 먹을 것 같아서 일부러 싸주신
것이다.
옥심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 도시락들을 받았다.
'도시락 다섯 개도 먹을 수 있겠다, 오늘은.'
옥심은 흐느적거리려고 하는 발걸음을 애써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 옥심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벤…츠…?"
옥심은 그 차량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분명 저쪽 골목길에 주차되어있던 벤츠. 같은 위치
에 주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때 술에 취했었지만, 기억이 났다. 이 장소였다. 벤츠에 태워
져 호텔로 갔던 그 날도, 이 고급차는 여기에 주차되어 있었다.
설마 저 벤츠, 그때 그 벤츠?
옥심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차안에 누군가 있는 것도 같았다.
'튀…어야 한다!'
옥심은 집으로 도로 들어갈까 했지만 다른 쪽 골목길로 뛰어나가면 상관없을 것이라 판단했
다. 그리고 즉시 실행에 옮겼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이 옥심은 100M 달리기 기록을 재기라도 하는 것처럼 뛰었다.
제법 달리기는 잘했기에 옥심은 열심히 뛰어 나가 다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끼이이익―!"
그때 옥심이 뛰어가는 방향 앞쪽으로 벤츠가 멈추어섰다.
'뭐, 뭐야? 어떻게 눈치챘지?'
옥심이 벤츠 차량이 골목길의 앞을 막아버리자 뛰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벤츠 운전석에
서 누군가가 내렸다. 아주 아주 새끈하고 긴 몸을 가진 모델급의 남자. 샛노란 머리가 인상
적인 그 남자였다.
'진짜… 그… 변태…싸이코…잖아?'
옥심은 뒤로 주춤거리면서 한발자국씩 물러섰다.
"그렇게 도망치듯 뛸 것은 없지 않나?"
남자가 옥심에게로 걸어오면서 말을 건넸다. 옥심은 그 말이 되게 재수 없게 들렸다.
"누구? 저요? 저 아세요?"
"……."
"도망이라뇨. 그냥 약속에 늦어서 뛰고 있었는데."
"……."
옥심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베시시 웃으면서 거짓말을 해댔다. 그러나 남자의 인상은
점점 구겨지면서 다가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성큼 성큼 다가왔다.
옥심은 미간을 찌푸리는 그 남자의 표정에 겁이 났다. 대체 무슨 일로 옥심을 이 좁은 골목
첫댓글 정말.....재밌어요*^^*
민켱훈♡ 님, 꼬리말 정말 감사합니다^_^*단편에 익숙해서 장편을 끌어나갈 능력이 부족한 저에게;ㅂ;요렇게 재미있다 한마디 해주는 분은 정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늘 노력할게요;ㅂ;다음편도 봐주시길...그럼 오늘도 예쁜 하루 되세요~
담편 기대 >0<**
플ㄹF워GrL **^-^** 님, 꼬리말 정말 감사합니다>_</너무 오랜만에 꼬리말 받게 되어 너무 기분 좋네요! 노력해서 좋은 글 쓰도록 할게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