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대효웅(大梟雄)
①
극락전(極樂殿).
그 곳은 밤이 되자 다시 광란의 도가니로 화했다.
색(色)과 술(酒)에 절은 인간 군상들이 도처에서 밤을 불태웠다.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그들은 세월을 탕진하고 있었다.
오직 쾌락만을 찾아 중원을 떠나 이역 만리의 오지에 온 그들은 과연 그들이 그렇게 바라던 바를 이룬 것일까?이미 그들은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본능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마뇌향이 그들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그것은 실로 무서운 일이었다.
신안쌍천비공 굉천.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 그렇다면 단목신수의 아들이 아니란 말인가?"
그는 오히려 무심한 듯 대꾸했다.
"그렇소. 그 당시 어머님께서는 이미 태중에 나를 임신하고 계셨오.""그럴... 수가......!"
굉천은 넋을 잃고 만다.
천우가 십지천화 송문연의 아들임을 그는 어렵지 않게 알아보았다. 그녀가 무황(武皇) 단목신수의 첫 번째 아내임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아들은 당연히 단목신수의 아들이어야 했다.한데 그녀의 아들인 천우는 스스로 단목신수의 아들이 아니라고 거리낌없이 얘기하고 있다.
천우와 굉천.
그들 두 사람은 한 채의 정자 그늘에 의지하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척 한가롭게 담소하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하나 그들의 대화를 누군가 들었다면 놀라 자빠지고 말리라.
굉천은 감정을 억제하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의 부친은 누구인가?"
천우는 대답 대신 담담히 물었다.
"굉노인은 혹시 과거의 천중오정을 아시오?"
굉천의 안색은 급변했다.
"알고 말고."
이어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들 오인(五人)은 불세출의 기인들이었네. 노부가 알기로 그들이야말로 백년이래 무림 최고의 기재들이네."그 말을 듣자 천우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하나 내색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들을 모두 아시오?"
굉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현 무황 단목신수도 그들 중 일 인이었고, 천기장(天機莊)의 환천대공(換天大公) 우문학(宇文鶴), 그리고 자네의 모친인 십지천화도 그 중 일인이네. 한데 나머지 이인은......."그는 다소 의혹이 담긴 투로 말을 이었다.
"그들 이인은 신비의 인물이지. 특히 화령신군(火靈神君) 종자백(種子白)과 건곤전신(乾坤戰神) 만리무외(萬里武外)는 출신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네."천우는 그를 힐끗 바라보며 무심한 투로 물었다.
"그 두 사람을 본 적이 있소?"
굉천은 고개를 저었다.
"없네. 그들을 보았다는 사람조차 못 보았네."
"그럴 것이오."
천우는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들은 볼 수가 없었을 것이오. 아무도......."
이어 그는 여전히 담담한 투로 말했다.
"화령신군 종자백... 바로 그 분이 선친이시오."
"그... 그럴 수가......!"
굉천의 노인이 경악으로 말미암아 크게 부릅떠졌다. 이에 천우는 차갑게 내뱉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눌러두었던 분노가 치솟았다.
"단목신수는 어머님을 가로 챈 것이오."
굉천은 놀람이 채 가시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십지천화는 봉황성을 떠난 것이로군. 그렇다면...... 그녀가 미친 것은 연극이었겠군.""아니오. 그것은 사실이었소."
천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탄식성을 발했다.
"어머님은...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셨던 것이오.......""그랬었군."
오랜 고초로 정기를 잃은 굉천의 두 눈이 천우를 바라본다.
그 눈에는 표현키 어려운 감정을 담고 있었고 한동안 그렇게 천우를 주시하다가 문득 물었다.
"그럼... 자네는 단목신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먼저 노인장이 그를 어찌 생각하시는지부터 알고 싶소."천우 역시 굉천을 똑바로 주시했다.
굉천은 안색을 차갑게 굳히며 대답했다.
"흥! 단목신수 말인가? 그 자는... 다시없는 위선자이지!""......!"
"흐흐... 당년 우리 삼백 인이 실종된 것은 마왕성의 공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지. 모두 그 작자의 음모였네.""......."
천우는 놀라지 않았다.
그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나 다름없는 때문이었고 마왕성에 있던 시절에 이미 오대가신(五大家臣)으로부터 들은 바가 있었다.
환우겁천백팔마는 결코 정파를 공격한 적이 없었다. 천화신군 종자백은 정사파 모두에게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그는 단연 독보적인 무공과 만인을 호령하는 영웅의 기상은 천하무림을 굽어볼 정도였다.
굉천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 극락쾌활림을 누가 세웠는지 아는가?"
"모르오이다."
"바로... 가증스러운 자... 단목신수가 세웠네!"
비로소 천우는 크게 놀라고 만다.
그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환천군림보란 결국 그의 야망의 부산물이겠구료?"
"흐흐... 그렇네. 그 자는 겉으로는 정인 군자인 척하면서 내심으로는 무림재패를 꿈꾸어 온 일대 효웅(梟雄)이지."굉천.
그는 심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으음......"
천우는 쓴 입맛을 다시며 잠시 침묵했다.
한 인간에 대한 극도의 회의와 환멸이 그의 입을 막아 버린 것이었다.
단목신수, 이른바 무황(武皇)이라 일컬어지는 인물에 대해 천우는 이미 알만큼은 알고 있었다. 하나 더 보태진 사실은 천우로 하여금 재삼 분노마저 일으키게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는 궁금했던 것을 상기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곳의 림주인 백봉황은 누구이요?"
굉천은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단목신수의 딸인 단목가영이네."
그것은 또 하나의 경악이었고 충격이었다.
"그... 그랬었군......!"
천우는 정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 감정을 누르며 다시 물었다.
"대체...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오?"
순간 굉천의 두 눈에서는 기이한 광채가 일었다.
"놈은 신(神)이 되려 하고 있네. 영원한 무(武)의 제왕을 꿈꾸는 것이네.""......?"
그의 이러한 반응에 천우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굉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네는 천여 년 간 전해 온 지극천단설(地極天壇說)을 아는가?""......!"
"흐흐... 바로 이 곳 장백산이 바로 그 장소이네."
"으... 음......!"
천우는 놀란 신음을 발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래 전... 천단은 지맥의 변동으로 지하로 깊이 가라앉았지. 놈은 그것을 인력으로 발굴해 내려는 것이네.""정말... 그다운 짓이로군."
천우는 고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 그 당시의 정파 삼백 인은 모두 이곳에 있소?"
굉천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는 이백 명 밖에 없었네. 하나 지금은 그나마 그 중 오십 명이 남았을 뿐이네."그는 탄식했다.
"백 오십 명이 모두 죽었네."
그의 탄식은 분노로 이어졌다.
"그들은 전부 놈의 야망에 희생되었지. 무간동의 화구(火口)를 막아 오다 진력이 고갈되어 죽었으니까......."천우는 다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곳에 화구가 있다는 말씀이오?"
"그렇네. 일단 그것이 터지면 이 일대는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네.""한데... 노인장은 어떻게 그 화구로부터 해방되었소?"천우의 말에 굉천은 히죽 웃어 보였다.
"노부는 엄살을 부려 일반 노역자로 빠져 나왔네."
"잘 하셨구료."
천우는 마주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머지 백인은 어디에 있소이까?"
그 말에 굉천의 얼굴에는 한 가닥 공포가 스쳤다.
"놈은... 수천년이래 금기(禁忌)로 여겨지는 환혼영시대법(還魂靈屍大法)을 시행하여 환혼백팔영마(還魂百八靈魔)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뇌호혈(腦戶穴)을 파괴시켰네."천우는 경악했다.
"환혼영시대법!"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치듯 부르짖고 있었다.
"그... 그럴 수가......!"
굉천은 탄식하며 덧붙였다.
"무서운 자이네. 그 자는 무림의 제황이 되기 위해 결코 서두르지 않았네. 무려 이십 년간을 그는 준비해 온 것이네. 만일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사실은 봉황성만으로도 충분히 무림을 장악했을 것이네.""한데...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오?"
"그는 반드시 확실하지 않으면 일을 벌이지 않네. 그 점이 바로 그의 무서운 점이네. 결국 그의 그런 신중함을 성공했네. 현 무림의 상황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지옥삼겁천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네. 또한 그 밖에도 우후죽순처럼 많은 신흥세력들이 등장했지. 하나 누가 진정한 패자인지는 미지수이네. 그가 원하는 것은 바로 최종적인 진정한 제황(帝皇)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반드시 신이 되어야 하지.......""......."
천우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굉천의 설명은 충분했고 완벽했으며 더 이상 그에게서 묻고 싶은 것은 이제 없었다.
그러자 그 쪽에서 질문을 던져 왔다.
"이제 자네 차례네. 자네의 진정한 목적과 정체는 무엇인가?"천우는 대답대신 한 동안 그를 직시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
'이 자는... 믿을 만하다. 그의 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이어 천우는 자신의 얼굴을 가볍게 스윽 문질렀다.
그러자 그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굉천은 잠시 묵묵히 천우를 주시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는 언뜻 보면 평범하고 단순한 듯한 용모이나 안으로 용(龍) 상을 지녔네 그려. 이것은 진정 대인의 상이며 또한 풍부한 감성과 놀라운 지혜가 갈무리된, 가히 천골이로군......."그의 눈에는 경탄의 빛이 어려 있었다.
하나 천우는 히죽 웃으며 반문했다.
"노인장은 관상도 보시오?"
그 말에 굉천도 역시 히죽 웃어 보였다.
"본래 노부는 용돈이 궁하면 점장이나 관상쟁이 노릇도 좀 했지."곧 그들은 의기 투합한 듯 화기애애해졌고 대화는 계속 끊임없이 이어져 갔다.
천우 그는 굉천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고 그의 얘기가 계속되는 동안 굉천은 경악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거듭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나 천중오정에 얽힌 비화와 천우의 부친인 화령신군의 살신성인, 그리고 마왕성의 붕괴 음모에 관한 얘기를 듣자 그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굉천은 실로 많은 얘기를 천우를 통해 듣고 있었다.
하나 정작 그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그 얘기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에도 얘기하는 당사자의 뇌리에는 한 가지 한 가지 치밀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노인장께 부탁이 있소."
천우는 굉천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무언가,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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