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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46-마지막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고 안보이면 점점 소원해진다. 과거 생활이 단순했던 시절에는 목메어 불러도 보곤 하였지만, 지금은 치열한 경쟁시대이다. 선의 든 악의 든 중도를 유지하기 위하여서 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존재는 경쟁의 꽃이다. 경쟁 없은 조직이나 개인은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남여의 관계도 경쟁이다. 현재 당장 정복하려고 덤벼드는 것들이 많은데... 사랑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함께 살고 있지 않는 한.
춘자는그런 경쟁자들의 승자에게 주는 상이 되어 있었다. 한물간 늙은 사자들의 싸움. 상상되는가? 그것도 삶이다. 그들에게는 목표가 생겼으니까.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잊었던 욕망을 살아나게 하여 쌓아 묵혀 두었던 내공으로 버무려 발악의 술수를 펼치고 있었다. 그 중간에 여류시인 피춘자가 있었다. 정작 그것을 피춘자 시인은 모르고 있었다. 다만, 많은 멋진 중년들이 눈을 가리게 하고 폼 나는 것들만 보여주니 그 현실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피춘자. 그도 결국은 여자 아닌가? 그녀도 결국은 황금노을로 감싸진 중년여성 아닌가? 그녀도 머잖아 죽을 것 아닌가? 죽으면 끝이라 메?
피춘자는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발을 넘느냐? 돌아서느냐? 기로를 자꾸 만들고 그 기로의 선은 한발 넘는 쪽으로 자꾸 가까워졌다. 아직은 자신이 없다. 사랑하는 알렉스와의 쎅스는 최고였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는 다시 그런 쎅스를 가질 수 없을 것이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 그러나 사랑없는 쎅스를 할 자신이 없었고 그것이 아직은 그러한 유혹을 이기게 하고 있었다. 춘자가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진 그때에도 유혹은 계속되었다. 카카오톡과 멧세지가 여러 사람들로 부터 와 있었다. 이런 날, 술이라도 마셔 취하고 싶었다. 그때 다시 멧세지가 왔단 신호음이 들렸다. 장윤수로 부터였다. 그라면 이 복잡 다난한 심정을 털어 놓을 수 있으려나 생각하였다. '10분후에 나갈께요.' 드디어 남자와 술에 한발 들여 놓았다. 누가 피춘자를 탓할 수 있을까? 뭐라고 탓할까? 과거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된 여류시인 피춘자에게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
장윤수는 기다리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기다리게 한 것도 사실 부담이 될 것이다.
춘자는 입은 그대로 위에 붉은색 오리털 점퍼만 걸치고 나갔다.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로 면티셔츠에 집에서 입는 편한 면치마였다. 발목만 덮는 짧은 양말에 다크 브라운색의 첼시부츠를 신었다. 춘자가 장윤수의 차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가자 장윤수는 이미 차에서 나와 운전석 옆 자리의 문을 열고 기다렸다. 세상에 공짜가 어딧는가? 그건 맞다. 얻은 것에 대하여는 조만간 혹은 머잖아 댓가를 치루게 된다. 그 댓가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그 지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윤수는 전직 외교관에 박사이다. 그가 차 문을 열어두고 춘자를 맞는다는 것은 내가 이렇게 써비스하니 너도 나에게 뭔가 해주어야 한다 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저 맥주 마시고 싶어요. 노래도 좀 크게 부르고 싶어요.”
이게 왠 떡이냐? 이유 묻지않고 바로간다. 장윤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표정관리도 했다. 같이 심각한 것 같이. 이런게 분위기이다. 스스로 많은 내공을 포기한 분위기. 내공을 갖춘 전사가 내공을 포기하면 포로가 되겠다는 의미 아닌가?
춘자는 맥주를 빈속에 마시고 나니 아랫배가 뜨거웠다. 장윤수는 그런 춘자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에 나타나는 노래마다 춘자가 일어나 따라 불렀다. 장윤수도 드디어 취기가 돌자 춘자 앞에서 그녀를 보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래는 경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라드 그리고 부르스. 장윤수는 춘자의 뒤에서 춘자를 안고 같이 돌며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춘자는 그의 가슴에 안겼다. 자동차 안에서 느꼈던 그의 손놀림이 생각났다 가는 사라졌다.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하였다. 춘자는 브레지어를 하지 않은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하는 그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숨이 가퍼기 시작하였다. 그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와 희롱하기 시작하였다. 자포자기가 되었다.
“아앙~ 어떻게 해줘요. 날 망가뜨려줘요.”
춘자는 스스로는 무엇을 말한지 모를 지경이었다.지금 본능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장윤수는 노련하였다. 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춘자의 허리와 가슴과 히프를 천천히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춘자는 옴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춘자는 화면에 나타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발악하듯. 그에따라 장윤수의 손바닥 놀림도 빨라졌다.
“춘자씨. 사랑합니다.”
그의 속삭임이 귓속을 간지럽히며 흥분을 더 하게 하였다. 춘자의 허리가 움직이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였다. 장윤수는 그의 손을 부드럽게 천천히 리드미칼하게 젖가슴에서 허리 그리고 히프를 애무하였다. 피춘자 스스로 벌리길 유도하는 것이다. 춘자는 미칠 것 같았다. 온 몸이 달아올라터질 것 같고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막 소리치고 싶었다.
“아아아~ 나 좀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나 터질 것 같아요.”
“아앙. 이제 그만요. 나 미치겠어요. 키스해 주세요.”
장윤수는 실수한 것이다. 숨막히게 화려한 계약서를 받았으면 살피고 읽고 재고 겨누고 전 후 생각하고 해서는 안된다. 일단은 즉시 도장을 찍어야한다. 그는 그의 손바닥 놀림에 철옹성 같이 도도한 피춘자가 흐느적거리는 것을 즐기며 음미하고 있었다. 시간도 좋고 장소도 분위기도 다 좋다고 생각하였다. 춘자는 흐느적거리며 더 크게 온 몸에서 불타는 욕정의 흥분을 노래로 발산하려는 듯 더욱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섞여 땀에 섞여 술기운이 몸밖으로 나가자 맑은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장윤수의 크고 거친 손바닥이 헐렁한 치마를 뚫고 이미 젖은 춘자의 팬티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자 춘자는 온 몸을 떨었다.
“잠깐만요. 나 이제 가야겠어요. 잘못되었어요. 미안합니다. 박사님.”
춘자는 정신이 번쩍 들자 미친듯 급히 문을 열고 노래방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장윤수도 취한 상태라 손도 쓰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채 달려나가는 춘자를 보고만 있었다. ‘바나나는 익기 전에 껍질을 벗기고, 벗기자 곧 한 입 베어 먹어야한다. 제대로 먹자면... ’ 악을 쓰며 부른 노래가 춘자를깨운 것이고 자신감에 방심했던 장윤수는 때를 놓친 것이다.
집에 돌아 온 춘자는 차거운 물을 냉장고에서 꺼내 벌컥 마셨다. 안정이 되자 눈물이 나왔다.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한참이나 울었을까 더 울 힘이 없어서 멈췄다. 춘자는 창가의 탁자에 앉아 멍하니 어두운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멍한 채. 그러다 춘자는 불현듯 스리랑카에서의 알렉스를 떠 올렸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의 며칠 동안은 참 재미있었다는 생각에 미소가 입가에 돌았다. 그렇게 신나서 팔짝 팔짝 뛰며 알렉스와 다니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참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칭얼거려도 좋았고 짜증내어도 좋았고 천방지축 휘저으며 다녀도 좋았다.
죽는다는 것은 별거 아니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죽고 나면 끝이다.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냥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 백 억의 사람들이 살다 죽었다. 그 중 누구 하나라도 다시 살아나 죽은 후의 무엇에 대하여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나도 머잖아 죽는다. 알렉스도 머잖아 죽는다. 그의 수의는 누가 입혀줄까? 내 수의는 누가 입혀줄까? 그는 혼자 쓸쓸하게 죽을 것이다. 아무도 울어주는 사람없는 곳에서. 그리고 썩을 것이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내 몸을 닦고 수의를 입혀주길 희망한다. 혹 너무 흥분되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 바쁘게 지내고 있는걸까? 환호와 인기 돈 칭송하는 사람들 만나는 사람들. 아~ 사람들. 이건 내 중년의 모습이 아니야. 나는 이런 걸 꿈꾸지 않았어. 나는 모태미인도 아니야. 나는 아름답지도 않아. 그런 것들은 내삶을 위하여 아무짝에도 소용없어. 나는 원래 조용히 살고 싶었어. 이건 아니였어. 이런 중년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하는 쎅스는 불쌍한거야. 슬픈거야. 그냥 안고만 있어도 좋은 사람이 내게도 있었어. 나는 허영에 취해 잊고 있었어. 내 진정한 가치의 삶을.
춘자의 머리속에는 온갖 장면들이 영상같이 나타났다 간 사라지곤 하였다. 그러다 그 생각의 환영에도 지친 춘자는 밤 깊어서 어두운 바깥을 그냥 보고있었다. 그러다 탁자 옆에 놓여진 책을 팔굽으로쳐 바닥으로 떨어 뜨렸다. 무의식적으로.
소리에 놀라 정신을 차린 춘자는 허리를 굽혀 책을 줏었다. 소설책이었다. 춘자는 머리가 쮸뼛해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전 조수연 작가가 준 소설책이었다. 알렉스의 소설 책이라고 하였지만 시간나면 읽어 보려고 테이블위에 그냥 올려 놓았었다. 춘자는 알렉스 리의 소설책 3권을 다시 보았다. ‘신들의 전쟁’ ‘실버나인’ 그리고 ‘운명’. 그 소설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들은 알렉스에게서 이미 듣고 이야기한 것이다. 춘자는 깊고 장엄한 신음을 토했다.
“아아아!!! 알렉스.”
책갈피에서 떨어진 하얀 메모지에 조수연이 쓴 글이 있었다. ‘알렉스 선생님은 피춘자 선생님을 영원히 사랑한다 하였어요.’ 그리고 호주 브리스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춘자는 그제서야 알렉스가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먹는것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입는 것은? 뭘하며 지내는지? 지치고 아퍼 쓰러지지나 않았는지 모든 것들이 걱정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잊었었다. 약속들과 만남들과 시낭송들과 장윤수로 인하여...
알렉스에 대한 생각이 가슴 가득해지자 모성같은 보호본능이 힘을 내게 하였다. '가자. 가야지. 내가 그를 다시 살려야지. 아직 우린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그가 나를 위해 죽었듯이 이제는 이 피춘자가 알렉스 리를 위해 죽을 거야. 그의 소설이 잘 팔리게 내가 만들 거야. 그가 호탕하게 웃게 내가 만들 거야. 그가 또 나를 죽이게 내가 만들 거야. 나는 할 수 있어. 알렉스! 나에게 더 힘을 줘요. 춘자에게 힘을 줘요. 나의 바부 수호영혼아.'
춘자는 전화번호부를 찾아 정신나간듯 뒤졌다. ‘찾았다’ 춘자는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 쇼파에 바로 앉아 두 손을 아랫배에 대고 깍지를 꼈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착한 머리 굴리기를 하였다. ‘맑은 마음과 정신이어야해. 냉정하게... 결정되면 죽음으로 지킬 각오가 되어야해’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것은 절대 실수로 해서는 안되는거야.’ 춘자는 전화번호부에서 24시간 예약을 받는 항공사의 번호를 찾아 전화버턴을 천천히 눌렀다.
“대한항공이지요? 호주 브리스벤 도착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려는데요.”
“예. 원웨이. 뭐라고요? 내일 오후 출발? 이커노믹? 예.좋아요. 그것으로 해주세요.”
-끝-
Female poet Pi Chun-Ja-46 - Last episode
첫댓글 좋은 작품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해 주신 엔젤 아그네스 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연류시인 피춘자 좋은 소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신 서길순 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닐들 되시길 바랍니다~
세월속에 인생도 환희의 열정 논 나면 순박한 마음 후해속에 정서로운 아쉬움 남아가고 인생은 즐거워 높은 음향속 어찌 있으까?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속에 아스러이한 촉감 느끼며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