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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총사 3권
검궁인 저
차례
19장 대계(大計)
20장 두 얼굴의 남(男)과 여(女)
21장 까마귀와 공작(孔雀)
22장 지상(地上)에서 가장 바쁜 인간(人間)
23장 일만초(一萬招)의 싸움
24장 출천환용(出天幻龍)
25장 악마의 대법(大法), 환혼백팔영시(還魂百八靈屍)
26장 욕망(欲望)의 인간(人間)들
27장 급전(急轉)
28장 기인탑(奇人塔)
19장 대계(大計)
①
- 무간동(無間洞).
그곳은 극락쾌활림 서쪽의 절벽 아래 있었고 지표의 변동으로 형성된 천년동부였다.
지금 대규모의 공사(工事)가 벌어지고 있었고 천여 명에 달하는 노예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전설의 지극천단(地極天壇)의 장소를 발굴하고 있었다.
그 참혹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공사 중에 참혹한 죽음을 당하기가 일쑤였는데 그것은 무간동의 특수한 지형 탓이었다.
말 그대로 지옥의 무간동이었다.
쿵! 쿵!
웃통을 벌거벗은 노예들이 암벽을 파내고 있었다.
찌는 듯한 열기가 동부 속을 메우고 있었으며 노예들은 몽롱한 환각 상태였다.
쿵! 쿵! 와르르르.......
어쩌다 천정의 암반이 일시에 무너져 십여 명의 노예들이 깔렸다.
"으악!"
노예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압사한다. 죽음의 공포는 이곳 말고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유황소(硫黃沼).
이글이글 연기를 내며 끓어오르는 유황소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피부가 타 들어갈뿐더러 그 지독한 유황연은 폐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더욱 무서운 것은 너비 삼십여 장에 달하는 유황소 위로 한 가닥 외줄의 철삭이 맞은편 동굴로 연결되어 있고 그 철삭에 매달려 노예들이 맞은편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화르륵!
갑자기 유황천이 뿜어져 오르면 노예들은 불꽃에 덮여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유황소에 떨어졌다.
때로는 거무죽죽한 늪이 고여 있는 곳도 있다. 수만 년을 두고 동식물이 썩어 고인 늪이었고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죄수들은 조심스럽게 늪을 가로질렀다. 파낸 흙과 돌덩이를 밖으로 날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악!"
비명과 함께 한 노예가 쑥 빠져 버린다. 함정과 다름없는 늪 속으로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었다.
무간동의 작업은 수 갈래로 진행되고 있었다.
봉황성주 단목신수는 지리에 통달해 지관(地官)으로 하여금 지맥의 형성과 상태를 연구케하여 몇 방향으로 파 들어가는 것이었다.
실로 수많은 노예들이 작업 중에 희생되고 있었고 또 작업이 끝나면 마뇌향과 여색(女色), 술의 힘을 빌어 죽음의 공포마저도 잊고 뼈를 녹이는 쾌락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소진시키고 있었다.
때로는 탈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여태껏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그들은 극락쾌활림의 출구를 벗어나기도 전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각종 기문진법과 매복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독한 곳이로군!"
무간동을 둘러본 천우는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가슴속에서는 무서운 분노가 끓어올랐다.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물로 희생시키다니! 단목신수, 언제고 이 대가를 치를 날이 있을 것이다......!'천우는 비밀리에 굉천과 수시로 만나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결코 완전한 승산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벌이는 무모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무간동을 철저히 탐사했다. 구석구석의 지형과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만 근 보름이 걸렸다.
그가 부림주로써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가 온 이후로 단 한 건의 탈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고 그것은 은밀히 굉천과 하나의 묵계를 설립했기 때문이었다.
굉천은 사실상 노예들의 은연중 지도자였고 그는 노예들 중 몇몇 영향력 있는 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극기(克己)로써 마뇌향의 유혹을 끊은 자들이었다.
마뇌향의 무서움은 그 중독성에 있다. 일단 중독 되면 하루에 한 번 마뇌향을 복용하지 않으면 결코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천우는 그 점을 굉천에게 설명했고 첫 단계로써 노예들이 마뇌향에서 벗어날 것을 알게 했다.
마뇌향을 뿌리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뼈 속 깊이 중독 되어 매일 섭취하지 않으면 전신에 오한이 날뿐더러 미칠 듯이 온 몸에 경련과 통증을 느낀다.
가히 초인적인 의지력이 아니고서는 결코 마뇌향을 끊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천여 명의 노예들은 마뇌향에 중독 되어 의지를 잃은 채 강제 노역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굉천을 노예들에게 마뇌향을 끊도록 설득했다. 뿐만 아니라 당분간 그들의 무모한 탈출을 감행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대를 위해 소를 버려야 하오. 총주."
굉천의 말에 천우는 흠칫했다.
"그게 무슨 뜻이오, 굉호법?"
굉천은 탄식했다.
그들이 비밀리에 만나는 장소.
그들 사이의 대화는 오늘따라 무거워 졌다.
"아... 노부는 향후 무림의 운명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저버릴 수가 없소."천우는 빙긋 웃었다.
"호법의 마음을 알고 있소. 그러나 결코 위선자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오."굉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오이다. 문제는 단목신수에게만 극한된 것이 아니오.""......?"
굉천의 얼굴에는 진정으로 무림을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상 이십 년 전 마왕성(魔王城)의 혈겁을 제외한다면 무림은 수백 년 간 지극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미증유의 대겁(大劫)을 위한 잠정적인 평화였을 뿐... 오늘날의 무림은 자칫하면 종말로 치달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오."천우는 담담히 말했다.
"홍수(洪水)가 나면 흙으로 막고 싸움이 나면 장수가 나서는 것이오. 너무 비관 할 필요는 없지 않소?""아아... 노부가 지나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은 총주께서도 잘 아시리라 믿소이다. 사실 이곳의 일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소이다."천우는 흠칫했다.
"그것은 무슨 말이오?"
"대효웅(大梟雄) 단목신수 외에도 지옥삼겁천(地獄三劫天)을 중원으로 진입시켜 혈겁을 조성시킨 막후인물, 그 자야 말로 어쩌면 더욱 가공할 인물일지도 모릅니다."굉천의 음성은 어두웠다.
"더구나 무림은 사분오열 되어 있소이다. 정통마도(正統魔道)를 부르짖는 측천환마전(測天幻魔殿)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총주께서는 과거 천중오정(天中五鼎) 외에도 천외사마(天外四魔)라는 무서운 인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천외사마?"
"그렇습니다. 그들은......."
- 측천환사제(測天幻邪帝) 철붕우(鐵朋羽).
- 만독왕(萬毒王) 묘천(苗天).
- 혈우악신(血雨惡神) 탑륭(塔隆).
- 녹림대제(綠林大帝).
천외사마라 불리웠던 그들은 실상 천중오정보다 먼저 중원무림에 이름을 날렸다. 그들은 정도(正道)와는 숙적이었으며 개개인의 가공할 무공과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바로 당금무림에 서서히 야망의 발길을 내딛기 시작한 사도(邪道)들,측천환마전(測天幻魔殿).
독황교(毒皇敎).
고루혈사교( ?血死敎).
녹혈림(綠血林).
그들 사개단체가 바로 그들의 집단이었다.
천외사마는 모두 편격하고 사이(邪異)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최소한 오십 년 전으로 그들은 노마(老魔) 이전에 거마였다.
천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그토록 고강하단 말이오?"
굉천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소이다. 실상 그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벌써 중원의 반이 폐허가 되었을 것이오.""......!"
"그들 천외사마가 이끄는 사패(四覇)만 해도 무림의 장래를 암담하게 하고 있소이다. 단목신수가 일찍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들 때문인지도 모르오."천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옥삼겁천, 사패, 봉황성... 이렇게 삼대 세력이 각축을 벌이는 셈이구료.""그렇소이다. 하나 만일... 사패가 그 어느 쪽이든 기운다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무림은 도탄에 빠져 구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오.""......!"
천우는 얼굴빛을 굳혔다.
굉천은 그의 안색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상 이곳의 일은 극히 작은 일에 불과 하오이다. 문제는.......""......?"
"바로 총주이시오. 오직 총주만이 이 난세를 평정시킬 수가 있소이다."굉천의 말은 확신에 차 있었고 굳은 결의가 엿보였다.
천우는 그를 직시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굉호법의 뜻은 무엇이오? 말씀해 보시오."
"이 늙은이의 생각으로는... 고육계(苦肉計)로써 총주께서 단목신수의 신임을 얻은 후... 봉황성으로 들어가 대계(大計)를 행사하셔야 한다는 것이오.""......!"
천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건 무슨 뜻이오?"
굉천은 신안을 번쩍이며 말했다.
"총주께서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를 잊으셨소이다. 그것은... 아직도 과거에 봉황성을 뛰쳐나가신 사모께서 임신했던 총주를 단목신수는 자신의 아들(子)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오.""......!"
천우는 흡사 벼락을 정수리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렇다. 확실히 단목신수는 십지천화가 뱃속에 가지고 있던 어린아이를 자신의 혈육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십지천화에게 무수한 영약지초를 복용시켰다.
또한 십지천화가 화령신군 종자백과 관계를 맺은 시기는 단목신수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시기와 미세한 차이밖에 없었다.
단목신수는 십지천화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라 굳게 믿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 그러나......!"
천우의 안색이 몇 차례나 일그러졌다.
"해야하오! 총주! 이 일은 개인의 자존심이나 명예를 따질 일이 못되오! 무림, 전 무림이 오직 총주의 한 몸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굉천은 천우의 앞에 엎드려 간곡하게 부르짖었다. 그의 노안에는 정녕 무림을 위한 충정이 가득 어려 있었다.
"총주께서는 그의 아들로 행세하여 봉황성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가셔야 합니다. 그것만이 난세무림을 평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천우는 갑자기 머릿속이 몹시 헝클어지는 것을 느꼈다.
단목신수는 그의 불공대천지수다. 어찌 눈앞의 원수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단 말인가?"해야 하오. 총주, 이마제마(以魔制魔)! 봉황성과 지옥삼겁천을, 그리고 결코 천외사패가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도록 총주께서는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것이외다."천우의 얼굴에 숱한 갈등이 아로새겨진다. 그는 결코 그와 같은 계략을 쓸 생각이 없었다. 정정당당히 원수를 붕괴시킬 생각이었다.
"그것만이 희생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무림을 지키는 길이오. 만일 정공(正攻)을 지향한다면 설사 중원은 지킬 수 있다 해도 그 희생은 막대할 것이며 중원무림은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굉천의 말은 간곡했다.
"결단을 내리십시오. 총주께서 굴욕을 참고 대계(大計)를 세우시는 것만이 호생지덕을 펴는 유일한 길이오!"천우는 깊은 탄식을 터뜨렸다.
"알겠소. 굉호법, 그대의 충정에 감복할 따름이오."
"승낙하시는 것이오?"
"그렇소."
"고... 고맙습니다. 총주!"
천우는 빙긋 웃었다.
"한데 호법의 고육계란 무엇이오?"
"그것은 일단 단목신수의 신임을 얻는데 필요한 제 일단계의 계책입니다.""......?"
"극락쾌활림에서의 공사는 장장 이십 년을 계속한 것입니다. 그 공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 동안 희생된 고수의 수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천우는 차갑게 말했다.
"그는 원혼의 대가를 치를 것이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됩니다. 작은 희생으로 큰 일을 추진시켜야 합니다.""......?"
"일단 노부는 이곳의 인물 중 무림을 위해 희생을 각오할 의기를 지닌 자들을 모아 반란 계획을 세우겠습니다."천우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을 이용한다는 것이오?"
굉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반란 직전에 총주께서 그를 깨끗이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큰 공을 세우는 것이며 필시 단목신수의 귀에도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천우는 침중하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반란에 가담했던 자들은......."
"허허... 이미 이곳에서 버린 목숨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그들도 웃으며 죽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호법......."
천우는 가슴이 뭉클했다.
굉천은 비장한 음성으로 말했다.
"노부 이미 일을 추진했습니다. 총주께서 날짜만 정하시면 됩니다.""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소?"
"허허... 천려일실이라 했소이다. 한 가지만 삐끗해도 만사는 끝이올시다. 노부는 그런 우를 범할 수가 없습니다.""그럼, 그들은......."
천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허허... 총주, 큰 일을 위한 작은 희생에 마음을 두시다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한을 남기시렵니까?""......!"
천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으며 굉천의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의기를 보았다. 그것은 확고한 신법이었다. 그는 천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장렬히 바치려는 확고한 결심을 결코 바꾸지 않을 것이다.
천우는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호법......."
그는 다만 굉천의 손을 힘껏 잡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그는 한 마디만을 물었다.
"모두 몇 명이오?"
"구십 구 명입니다."
"구십구... 기억하겠소. 무림에 태평성대의 그날이 올 때 반드시 그들의 값진 희생을 기리는 의사총(義士塚)을 세우겠소.""허허허... 고맙습니다. 총주!"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상큼한하고 유쾌한 좋은 주말보네세요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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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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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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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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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잘 보고 갑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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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