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이 하늘나라 갔어 엄마"..차량 급발진에 손주 잃은 할머니 오열
김화빈입력 2023. 1. 12. 22:13수정 2023. 1. 12. 22:51
유족, 차량 제조사 책임 묻는다..소장 제출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도현이한테 주고 싶었던 손흥민 크리스마스 씰인데 이걸 장례식장에 올렸다. 직접 못 주고…”
강릉 차량 급발진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현군 (사진=MBC 실화탐사대)
지난달 6일 오후 3시 59분께 강릉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승용차 추락 사고로 운전자인 68세 여성이 크게 다치고 동승한 12살 손자가 사망했다. 지난 8년간 손주의 등·하교를 도맡아온 고(故) 이도현 군의 할머니는 손주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사고 목격자들은 11일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와의 인터뷰에서 ‘소리에 놀랐다. 큰 소리가 났는데 뒤에서 연기가 났다’ ‘사고차량이 엄청 빨랐다’ ‘충돌 사고에 놀랐는데 굉음과 함께 차가 사라져있더라’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된 할머니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잡으려고 해도 핸들도 안 되어서 도현이만 불렀어 괜찮냐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안 되고)”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치료를 받느라 손주 사망 소식을 접하지 못한 할머니는 ‘도현이 살려달라고 그렇게 소리치고 외쳤는데, 도현이 너무 건강했는데, 그날 하늘나라 갔다’는 말을 듣자 흐느껴 울었다.
할머니는 “어떻게 하냐. 도현아 나도 같이 가자. 내가 도현이 없이 어떻게 사냐”며 거듭 눈물을 흘렸다.
결국 유족 측은 급발진 추정 사고에 관한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급발진으로 가드레일을 뚫고 나와 추락한 급발진 추정 의심 차량 (사진=MBC 실화탐사대)
사고 직전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등에는 해당 차량이 굉음과 연기를 내며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고 600m가량을 더 달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고 차량은 제동 장치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족과 변호인 측은 자율주행 레벨2 차량인 이 자동차가 주 컴퓨터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 가속제압장치(ASS)를 채택하지 않은 설계 결함,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결함, 충돌을 견디는 능력이 결여된 지붕(루프)을 장착한 설계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운전자가 급발진하는 중에도 최소 2차례 충돌회피 운전을 한 것은 페달 오조작 같은 운전자 과실이 아니라 자동차를 통제하며 운전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또 ‘웽’하는 굉음과 흰 액체의 분출 등도 차량 결함을 의심하게 한다고 밝혔다.
김화빈 (hwaa@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