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병영 모범 부대’ 육군5보병사단을 가다
배지열
입력 2022. 12. 22 17:07
업데이트 2022. 12. 22 17:19
“책 속에서 찾았죠” 최전방 지킬 ‘단단한 마음’
지난 19일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철권대대 북카페에서 독서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병들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장병들.
독서 코칭 프로그램에서 장병들이 작성한 과제.
22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022 병영독서대상 시상식에서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철권대대 독서 코칭 프로그램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대 제공
오래전부터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직접 겪어보지 못한 것을 간접 체험하면서 인생의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군 생활에도 책 읽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걸 증명한 부대가 있다.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운영하는 독서 코칭 프로그램으로 ‘병영독서대상’에서 문체부 장관 표창의 영예를 안은 육군5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철권대대 장병들이 주인공이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최전방 GOP 부대에 책 읽기 ‘열풍’
지난 19일 찾은 철권대대 주둔지는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졌지만, 북카페에 모인 장병들의 독서 열기는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최근 전역자를 포함해 10명의 용사는 지난 9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이곳에 모여 독서 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국방부와 문체부가 주관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한국도서관협회가 주최한 이 사업은 장병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사전에 선정된 책을 읽고, 외부 강사의 수업에서 책과 관련된 배경·역사를 배운다. 용사들은 준비한 질문과 자신의 감상을 나누면서 독서와 한 단계 가까워진다.
철권대대는 3개월간 6차례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 결과 단체 부문에서 문체부 장관 표창이라는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했다. 22일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정헌조(대위) 공보정훈장교는 “일과 외 시간까지 할애해 수업을 준비한 장병들과 멀리까지 오셔서 지도해준 강사님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양한 책 이야기에 흥미 폭발
대대는 최전방 경계 임무를 맡은 일반전초(GOP) 부대라 독서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기는 어려운 여건이었다. 그러나 대대는 독서 인프라를 구축·확장하고, 독서 코칭 프로그램으로 소통 문화를 확산하자는 목표로 사업에 지원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했던 장병들도 시간이 갈수록 독서의 참맛을 알아갔다.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전하는 능력을 높여갔다. 이동주 일병은 “사실 입대 전에는 독서와 거리가 멀었는데, 저 같은 사람도 책과 접할 기회가 생겨 좋았다”며 “전역해서도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정보는 다 책에서 찾아볼 것”이라고 전했다.
책을 읽고 생활 습관까지 바꾼 사례도 있다. 책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내용이 인상 깊었다는 최재훈 상병은 “후반부 ‘운동을 통해, 계획을 통해’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을 키운다는 구절이 와닿았다”며 “그 이후에 뜀걸음을 열심히 했고, 힘들이지 않고 뛸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 뿌듯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장병들은 단순히 책 읽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느낀 내용을 전우와 나누면서 감상을 정리하고,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었다. 책 『방구석 미술관2: 한국』을 본 이제마 일병은 “‘뇌는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한 후 그에 대한 이유를 쓰는 시인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며 “책과 가까워지면서 미래에는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포부를 밝혔다.
책 읽는 병영문화 확산 앞장
장병들은 독서 감상을 정리·발표하며 생각의 폭도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 읽은 책과 최근 읽은 책을 비교하고, 범위를 넓혀나가면서 독서의 무한한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것.
독서 코칭 프로그램을 이끈 강민주 강사는 “책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왜 책을 좋아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치게 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게 최초 목표였다”며 “장병들이 수업일을 설레는 감정으로 기다리고, 독서가 삶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서가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완전한 임무 수행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장병들의 마음은 최전방을 수호하는 군인으로서 강철 체력과 지력을 향상해 대한민국을 이끄는 인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정지원 상병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완했다”며 “독서로 지식을 얻는 재미도 찾은 만큼 꾸준하게 책을 읽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대는 내년에도 책 읽는 병영문화 확산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차기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북카페 확충 등 독서 환경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정 대위는 “독서 코칭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독서 토론 모임’이나 ‘대대 책 1만 권 읽기’ 등 자체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지열 기자
사진 < 김병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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