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등잔불 그리고 더 많이 산 느낌 김옥춘 국민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전봇대가 마을에 들어서고 전기를 만난 거로 기억해. 등잔불을 쓰다가 유리로 바람을 막아 불 꺼짐을 줄이고 더 밝게 쓸 수 있는 호롱불을 썼지. 그을음이 참 많이 생겼었어. 사회에서 만난 동갑내기들은 책보와 등잔불을 추억으로 기억하는 이가 드물더라고. 어렸을 때 이야기하다 보면 10여 년 앞서 태어난 사람들과 같은 걸 추억할 때가 많았어. 그러니까 또래보다 더 많이 겪은 느낌이었어. 더 많이 산 느낌이었어. 느리게 누리며 살아온 게 속상하냐고? 글쎄? 살면서 속상할 때 많았지. 느리게 누린 게 가난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느리게 누린다고 가난한 건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느꼈을까? 이제는 나 가난하다고 느낄 때마다 나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내게 질문을 던져야겠어. 지금 불행한 게 맞냐고. 혹시 단지 조금 불편한 건 아니냐고. 2024.10.21 | 책보와 가방 그리고 가난과 느린 문화
김옥춘
책보 알아? 책과 필기구를 싼 보자기?
여자애들은 허리 앞에 보자기 끈을 묶어 허리 뒤에 반듯하게 책보를 찼지.
남자애들은 한쪽 어깨와 다른 쪽 겨드랑이를 지나 가슴 앞에 보자기 끈을 묶어 등 뒤에 비스듬하게 책보를 메었지.
여자아이 중 누구도 책보를 비스듬하게 메지 않았다고 기억해. 남자아이 중 누구도 책보를 반듯하게 차지 않았다고 기억해. 공식 같은 거였어. 법 같은 거? 책보 메는 법!
국민학교 2학년 때까지 책보에 대한 기억이 있어. 3학년 때는 책보를 쓰는 아이가 없었던 거로 기억해. 나도 3학년 올라가기 전에 책가방을 썼던 것 같아. 편리한 것은 참 빨리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해.
느린 문화 속에 머물러 있는 걸 다소 불편함을 불편하지 않게 누리는 걸 가난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며 살았다고 생각해.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난이 가난이 아니었어. 개선하고 싶은 불편함이거나 다소 불편함을 불평 없이 행복하게 누리는 친환경적 생활이었던 거야!
아닌가?
2024.10.21 |
첫댓글 예전에는 빈부 격차가 심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보다는 부모의 관심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골에 사는 부자집 아이들도 책보를 가지고 다녔는데, 중심가에 살던 노동자의 부모를 둔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다녔거든요.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맞아요.
그랬지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순수하고 소박하고 정겨웠던
옛 추억이 그립습니다
잠시 옛 추억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옛 추억이 생각 납니다 오훗길 행복한 시간 되세요
60년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엔 그러했지요. 그리운 옛추억을 소환해주신 김옥춘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한주도 행복한 가을 날 되시길
책가방도 그렇게 보니 변천사가 그렇게 변해 왔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늘 행복 하십시요~
지금은 시골이나 도시나 이렇게 살기 좋은세상이 되었지요 그때는 호롱불 아래서 책보고 숙제도 하고 옷벗어서 이도 잡고 그랬지요
그시절이 그리워지네요 이제 추억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