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시간이 많다.
오늘도 산에나 갈까?? 하는 마음이 일었다.
아침 날씨가 쌀쌀하다.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북한산에나 다녀오리라는 생각으로 화정역으로 갔다.
연신내역에 내려서 시장 사이로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족발이며 멍게, 닭튀김 ..... 안주하기에 알맞은 음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혼자 산에 오르면서 푸짐하게 안주까지 챙기기는 그렇고,
그리고 지금 내 배낭 속에는 어제 안주로 마련한 소시지가 들어 있다.
영등포역에서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나와서 계단 바로 위에 있는 가게에서
매일 같이 구워대는 소시지다.
퇴근 시간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이고,..
저것을 언제 사 먹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사지를 못했다.
어제는 회사 동료와 둘이서 저녁을 반주를 곁들여서 먹었다.
그래서 그 옆을 지나다가 붉은색 얼굴로 소시지를 샀다.
냄새 걱정에 몇 번을 비닐봉지로 묶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배낭 속에는 소시지와 화정역에서 산 김밥 한 줄과 집에서 넣은 컵라면 한 개가 들어 있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중간에 슈퍼에서 이슬이를 한 병 넣고 산길을 올랐다.
오늘 생각으로는 족도리봉에라도 올라보자는 생각으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완만한 경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산길 초입이어서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 있다.
산길에 진달래라도 피어 있으니 한결 풍경이 좋다.
그래도 고향 뒷산에 핀 진달래와 어찌 비교하리오...
우복산 양지바른 우리 마을 뒷산에는 봄마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었었다.
그것을 아이들과 참으로 많이도 따 먹었었는데....돌계단이 있으면서도 평지가 있어서
흙을 밟으며 산길을 오르니 마음이 더 흡족하다.
날씨는 그런대로 화창하지만 춥다.
옷을 더 껴입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봄의 색에 맞는 옷을 입고서 산악회 단체로 일행들이 지나간다.
마치 아이들이 소풍을 온 것 같이 재잘거리며 산을 오른다.
나는 급할 것이 없다.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맞은편 산도 구경하면서 ....
그리고 까마귀와 까치들의 영역 싸움도 구경하면서 아주 천천히 산에 올랐다.
모처럼 까마귀들이 울음을 듣는다.
아무리 천천히 오르는 산이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다.
얼굴에 땀으로 질펀하다.
쉬었다가 오르는 산....
생각 없이 오르면서 생각 없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혼자 오르는 산이 이제는 맘에 든다.
나는 농사를 이었으면 건달농사를 지었겠고 ,,,,
지금같이 산에 오를 때는 건달산행을 한다고 생각 하면서 웃었다.
건달농사란, 씨는 뿌리되 애써 수확을 위해 더 노력하지는 않는 농사법이요.
자연이 주는 만큼만 수확해서 호구로 삼는 것이요.
시간을 노동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남는 시간은 자신을 위해서 즐길 줄 아는 농사법이다.
건달농사를 한다면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 텐데....
하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남이 봤으면 건달농사로 볼 것인데...
내가 더 나이 먹어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있다면
시골 한적한 어디에서 건달농사를 지으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금 건달산행도 나에게 아주 알맞은 산행이다.
미리 산행의 방향을 정해두지 않아도 되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가..
내려가고 싶으면 그만 내려가면 그만이고..
산이 있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즐거우면 그뿐이니 ...
족도리봉은 금방 올랐다.
사방을 둘러보니 서울의 모습과 주변 풍경이 들어온다.
가슴이 후련하다.
멀리 향로봉과 비봉이 보인다.
족도리봉에서 땀을 식히고 향로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내려와서 한적한 곳에서 소시지와 이슬이 반 병을 마셨다.
기운이 다시 솟는다.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 다시 산을 올랐다.
향로봉 암벽구간은 출입을 금지시켰다. 는 푯말이 붙어 있다.
산행 도로에서 이끄는 쪽으로 산을 오르는데 앞서가는 여인의 뒷모습에 홀리어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진다.
조금을 더 오르니 향로봉으로 금지선을 두른 곳으로 사람들이 올라간다.
나도 그 줄을 넘어서 향로봉에 올랐다.
그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햇살이 비친 북한산이 너무 아름답다.
그 보습에 취해서 한참을 바라보며 기쁜 시간을 가졌다.
멀리 노적봉 백운대가 보이고,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이 보인다.
산의 경치에 빠져서 저절로 흥얼거림이 나온다.
향로봉을 내려와서 비봉으로 갔다.
진흥왕 순수비를 보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도저히 그곳에 오를 수는 없었다.
족도리봉 아래에서 그렇게도 까마귀가 울어 대던데.....
다시 사모바위 쪽으로 길을 잡았다.
앞서가는 사람에서 흘러나오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온다.
생각 없이 그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금방 사모바위에 도착이다.
사모바위 바로 아래 편편한 바위에 걸터앉아 산바람을 맞으며
남아있는 소시지와 이슬이를 비우고
보온병에 들어 있는 따뜻한 물과 커피를 마셨다.
날씨가 너무 춥다.
가끔 햇살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바람이 듬성하니 불고 춥다.
그래도 애써 산행을 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왔다.
그냥 내려갈까? 하니, 조금은 욕심이 난다.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일찍 집에 돌아갈 이유도 없고...
응봉능선으로 내려가려는 마음을 접고 문수봉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사방을 둘러보며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을 오르니
신선의 맘이 이와 같을까?
마음이 흡족하니 흥얼거림이 저절로 나온다.
문수봉 꼭대기 근처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니 소나기가 묻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쌔게 분다.
아주 바람이 휘몰아친다.
금방 어두워지더니 이곳으로 비구름이 몰려온다.
그 찰나에 산 아래에서부터 쌔찬바람과 같이 눈보라가 몰아치며 올라온다.
실로 장관이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래에서 눈보라가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것이,
모두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순식간이었다.
북한산 전체에 눈보라가 내리기 시작했다.
잿빛 하늘과 서울에서는 들뜬 빛의 모습이 보이고 바람과 눈보라,
그 풍경으로 둘러친 산봉우리들....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눈보라를 맞으며 문수봉 정상에 올랐고
한참을 넋을 잃고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했다.
문수봉에서 대남문을 거쳐 대성문쪽으로 올랐다.
앞서거니 같이 간 사람들은 대남문에서 하산 길에 들었고
나 혼자 대성문으로 올랐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아무도 없다.
혼자 대성문에 올라 북한산성지원쎈타 쪽으로 내려갔다.
이 길로 내려가면 보국문과 대성문 갈림길이 나온다.
전에 보국문까지는 갔었기에 대성문에서 내려가는 길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다리가 무척 아프다.
모처럼 많은 산길을 걸었다.
터덜터덜 산길을 내려갔다.
어디 막걸리라도 추렴을 하고 싶었지만 혼자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내려가는데
집에서 전화가 온다.
돼지고기 삶아놓았으니 아무것도 사가지고 오지 말라는 ....
허~~~~~ 오늘은 행복하다.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구경하고,...
이제 막걸리 한 병만 꿰어차고 집에 들어가면 된다.
오늘은 운 좋은 날이다.......








첫댓글 멋진 산행하셨군요. 북한산이 요렇게 아름답게 보이다니, 고맙습니다.
문수봉 꼭대기에서 옆에 사람들이 “15년을 북한산에 올랐어도 오늘 같은 장관은 처음이라.” 고요....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건달산행"하면서도 갈곳은 다 가고,볼건 다보고,즐길건 다 즐기고,먹을건 다 먹고....그만한 건달산행이면 신선이 부럽지 않소이다...ㅎㅎㅎ 노을비님~~혼자하는 멋진산행...디기 부러워요...여유있게,슬슬..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 여유자작이 참 보기 좋습니다...계속 건달산행~~~Go!!!!ㅎㅎㅎ
시간이 규칙적으로 나지 않아서 부득이 혼자 산행하는 날이 많을 것 같아요... 건달산행의 묘미를 알려면 아직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하겠지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