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토론마당에 게시된 어느 분의 글을 읽어보니 독일 뮌헨에 거주하는 건축가 임혜지 박사라는 분이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그 분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찾아봤다. 그 분의 주장을 요약하면 정부의 4대강사업이 운하건설 사업과 다르지 않다는 것과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하천을 살리기 위해 과거에 건설했던 보를 철거하고 하천의 재자연화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십수년 전 뮌헨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뮌헨의 중심지를 관통하는 하천을 보니 한국의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볼 수 있는 하천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맑은 자연하천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 하천은 재자연화 공사를 거친 하천이었을 것이다. 임 박사는 독일의 그런 하천들을 보면서 한국의 4대강사업이 선진국들의 추세에 역행하는 사업으로 인식한 것 같다.
현재 세계에서 환경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나라가 독일이다. 2차대전의 패전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다시 공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독일의 주요 과제였다. 현재 독일의 녹색당은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슈퍼마켓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그런 나라에서 선박의 운항을 위해 곳곳에 건설됐었던 보나 댐을 철거하고 하천의 재자연화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사는 주로 운하로서의 기능이나 경제성이 상실된 하천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고 독일은 지금도 경제성에 따라 새로운 운하도 건설하고 있다. 유럽의 양대 하천인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잇는 운하가 대표적인 예다.
임 박사가 댐이나 보를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건축가가 아니라면 자연하천의 일반이론에 관한 지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분이 독일의 예를 거론하면서 4대강사업을 비판한다면 그 비판이 합리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하천이나 수자원을 관리하는 한국의 공무원들 중에 상당수가 하천 관련 서적과 논문들을 상당히 많이 읽은 사람들일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4대강사업이 하천의 일반이론과 한국하천의 특성에 기초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의 여부다. 임 박사는 지형적으로나 기후적으로 독일의 하천과 한국의 하천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 같다. 일반적으로 독일은 한국보다 지형이 완만한 편이어서 하천경사도 한국의 하천보다 완만하다. 또한 서안해양성기후에 가까운 독일은 연중 강우량의 편차가 크지 않아 하천 수량의 계절적 편차도 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자연상태의 독일 하천과 한국 하천은 발달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인간생활을 위해 수자원을 확보하는 방법과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도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임 박사는 그런 측면을 간과하면서 독일의 예를 들며 4대강사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한국의 하천을 자연상태로 내버려두었다면 한국의 평야지역 대부분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되었을 것이다. 지형과 기후 차이로 인해 한국의 하천은 독일의 하천보다 침식과 퇴적작용이 훨씬 활발히 진행되는 하천이며 유로변경도 심한 편이다. 그래서 역대 왕조들이 치수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평야지역은 대부분 강 주변의 자연제방과 배후습지로 남아있을 것이다.
한국의 평야지역이 지금처럼 풍요롭게 보이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끊임없이 하천 치수사업을 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4대강을 포함하는 한국의 하천들은 이미 자연하천이 아닌 인공화된 하천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의 하천을 자연상태로 내버려둔다면 현재 평야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거주는 물론 농사도 힘들어 모두 산지나 구릉지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임 박사의 시각대로 한국의 4대강사업이 부분적으로 운하를 위한 사업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4대강사업 후 부분적인 추가공사로 선박의 운행이 가능한 하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사업이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라는 목적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운하를 위한 공사처럼 보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임 박사가 운하를 위한 사업이라고 보는 근거가 하상의 준설과 보의 건설인데 하상의 준설은 운하건설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치수사업은 하천 양안의 제방을 높이고 튼튼히 보강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방법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천의 끊임없는 퇴적작용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하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상이 높아지는 만큼 제방을 높히면 하천은 궁극적으로 하상이 주변의 평야지역보다 높아지는 천정천이 되어 비가오면 주변평야의 빗물이 하천으로 유입되기 어려운 것이다.
하상을 준설하면 준설한 만큼 상대적으로 제방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홍수가 예방되는 것이다. 본류의 하상을 준설하면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역행침식이 나타나는데 하상의 준설로 본류와 지류 하상의 고도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점차적으로 상류로 진행된다. 그것은 본류의 하상 준설로 지류의 하상도 자연적으로 낮아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역행침식에 의해 일시적으로 곳곳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지류하천도 점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확을 이미 수립해 놓은 상태다.
4대강에 건설되고 있는 보는 갈수기때 가용용수를 늘리기 위한 것인데 수문이 있는 가동보이기 때문에 집중호우로 하천의 수량이 증가할때 수문을 모두 열면 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갈수기때 보에 의한 물흐름의 정체로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하천수량이 증가하면 희석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나는 하천의 수량과 수질에 따라 수문을 적절히 관리하면 홍수나 수질악화를 예방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요컨데 임 박사가 독일의 예를 들면서 한국의 4대강사업을 비판하는 것은 독일과 한국 하천의 특성을 배제한 시각이었고, 그런 시각에서 하상의 준설과 보의 건설만으로 운하를 위한 사업으로 보는 것도 어설픈 시각이라는 것이다. 임 박사가 4대강사업에 관한 전문가들의 토론을 요구하는 것도 한국의 정치현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정치적 성향을 배제한 채 토론에 임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사업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자세인 것이다...
아래 글은 임혜지 박사가 정부측 입장에 반론한 글이다.
임혜지 (2010년 3월 26일 금요일)
며칠 전에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가 있은 후 사대강 공사 저지를 위한 재독한인들의 활동상이 3월 19일자 경향신문 11면에 실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국토해양부 사대강 정책 블로그에 제가 쓴 '독일 교포를 위한 강의 - 사대강 사업'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글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공개적으로 답신을 드립니다.
반박글을 쓰신 4kang Story님이 지적한 제 글의 문젯점들이 바로 4kang Story 님의 오해와 부인에 기초해 있기에 일단 오해부터 풀어드리겠습니다.
1. 4kang Story 님은 대운하 논쟁은 대통령의 포기선언을 포함하여 수차례에 걸쳐 상세히 해명해 왔는데 왜 제가 아직도 사대강 사업을 대운하라고 오해하고 있는지 실망했다고 했습니다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대강과 운하를 동일하게 놓고 얘기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6월 29일에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것이 대운하의 핵심공사인데 나는 두 강을 연결하지 않겠다. 고로 나는 대운하 공사를 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곧이어 정부측으로부터 '일단 사대강 공사를 먼저 해놓고 나중에 국민이 원하면 연결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 수 있다.'라는 발언이 나왔고, 몇달 후인 2009년 11월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복원은 내가 하고 4대강을 연결해서 대운하를 만드는 것은 다음 대통령이 필요하면 그때 판단하면 된다'고 공언했습니다.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것만이 대운하의 핵심공사가 아니라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워 수심을 확보하는 것 역시 대운하의 핵심공사입니다. 그래서 사대강 공사를 먼저 해놓고 나중에 연결하면 운하가 된다는 말은 학술적으로 지금 운하 공사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홍수를 방지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정비 공사는 배를 띄울 수 있게 만드는 뱃길 공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공사이며 이를 부정하거나 혼동하면 큰 폐해가 올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수와 치수를 위해서 사대강 공사를 한 것이라면 나중에 뱃길 공사/운하 공사로 이어질래야 이어질 수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무슨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건 나중에 배가 뜰 수 있다면 그건 애초부터 운하 공사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2. 4kang Story님은 사대강 공사의 형태는 라인강의 운하 공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습니다. 강을 직선으로 만들지 않으며 콘크리트도 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대강 공사는 강과 강을 연결하는 것도 아니고, 갑문과 선박 터미널도 없으며, 강을 직선화하지 않고, 수심과 저수로의 폭이 일정하지 않으니 배가 다닐 수 있는 뱃길 공사/운하 공사가 아니라고 하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독일의 라인강 운하 공사와 비교해 그 폐해를 주장한 저의 칼럼의 내용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만...
독일의 라인강 뱃길 공사/운하 공사와 우리나라 사대강 공사는 근본적으로 아주 비슷합니다. 강바닥을 깊이 파내고 보/갑문을 세워 물을 가둔다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바닥 준설과 갑문의 건설은 라인강 뱃길 공사/운하 공사의 핵심적인 공정이었고 자연에 대한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세히 알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한 링크) 라인강도 다 직선인 것이 아니고 콘크리트 구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준설과 보/갑문이 공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큰 줄기라면 강과 강을 연결하는 작업, 갑문과 선박 터미널을 만드는 작업, 물길을 일부 수정하는 작업, 수심과 저수로의 폭을 일부 수정하는 작업은 훗날 증축과 변경이 가능한 디테일에 속합니다. 예를 들면, 보는 물을 막아놓는 구조물이고 갑문은 물을 막아놓아 층이 진 강에서 위층 아래층으로 배를 올리고 내리는 구조물입니다. 즉, 보는 갑문의 일부입니다. 강을 막아 보를 건설하는 것은 난공사이지만 일단 보를 건설해 놓기만 하면 나중에 거기다 갑문 덧대는 공사는 어렵지 않습니다.
나중에 한반도 대운하 공사로의 변경이 가능한 방향으로 공사를 시작했다는 사실은 '일단 사대강 공사를 해놓으면 나중에 운하로 바꿀 수 있다'는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에 힘입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제가 라인강의 사례를 들어 환경 재앙을 경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4kang Story님은 '법치주의를 따르는 한국 정부는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과 문화재보호법 등 실정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간단하게 부인했습니다. 저는 이 점을 대단히 섭섭하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이 유례 없는 국민소송을 벌이게 된 직접적인 동기를 이렇게 한 마디로 일축하시다니 정부측 실무자 분으로서 토론에 성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법 전공자가 아니므로 국민소송의 공동집행위원장이신 이상돈 법학교수님의 글을 읽고 공부해서 답변을 드리는 바, 사대강 사업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을 다 위반하였습니다.
사대강 사업은 예비타당성을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에 속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기초를 두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13조 2항 10호는 그 자체가 무효인 법률이며, 중앙하천관리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대강 공사는 하천법 제 23조 1항, 7항에 대한 위법이자, 하천기본계획 수정안 역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안이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견해입니다. 또한 사대강 종합정비 기본 계획은 정부가 아무런 사전환경성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정책기본법 제 25조에 따라 이 계획은 무효이며, 사대강 사업은 지표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단 두 달만에 속성으로 해치운 23개의 기관이 수중 지표조사 허가 업체가 아니었으므로 명백히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했습니다. (자세히 알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한 링크)
지금까지 4kang Story 님이 지적하신 문젯점에 대한 대답을 해드렸다고 생각하고, 작금의 사대강 공사가 성공적인 대운하 공사가 아니라는 것은 지금 정부에서 열심히, 사뭇 당황하여,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저는 사대강 공사가 진정으로 강을 살리기 위한 공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겠습니다.
1. 4kang Story님은 환경평가가 몇 개월만에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저의 주장이 틀렸으며 환경부에서 국책사업으로 1년 이상 축척해 온 자료를 반영한 것라고 쓰셨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이 2009년 6월 29일에 있었고 사대강 공사의 첫 삽을 뜬 것이 그해 11월 10일입니다. 사대강 공사를 위한 준비와 설계, 조사 기간이 넉 달밖에 되지 않습니다. 환경부에서 1년 이상 축척해 온 자료라면 사대강의 전신인 대운하 자료를 말하는 것이겠군요. 대운하와 사대강 공사는 서로 다른 공사라면서 대운하를 위한 환경평가 자료를 사대강 공사에 반영했다는 말입니까? 대운하와 사대강 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는 말입니까? 고로 대운하와 사대강 공사는 동일한 사양이라는 증거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2. 정부가 주장하는 강 살리기 운동은 이미 강을 살리는 취지에서 멀리 벗어나 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 철저하고 면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지요.
강을 깊이 파거나 보를 세우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융화하는 방식으로 하천 정비를 하는 것은 이미 국제적인 추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2년 전까지는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춰 자연과 화합하는 방향으로 하천을 정비했습니다. 강 살리기의 성공사례로 통하는 태화강과 시화호도 보를 철거하고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공사한 결과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연어의 정착을 위해서 이미 여러개의 댐을 폭파하였고, 미국에서는 수익에 비해 운영비가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벌써 몇백 개의 댐을 철거하였습니다. 독일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하여 많은 하천에서 보의 건설을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라인강, 이자강 등의 대표적인 강 뿐 아니라 전국의 크고 작은 강, 샛강, 동네의 개천에서도 재자연화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에 손을 대는 작업이 아니라 자연으로 되돌리는 작업임에도 이들은 신중합니다. 사람을 살리든, 자연을 살리든 생명을 존중하는 신중함은 필수적 태도입니다. 신중함이 결여된 우리나라 정부의 강 살리기 계획은 무모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자강 8km 구간을 재자연화하는데 준비기간 10년, 공사기간 10년이 걸렸습니다. 홍수에 의연한 강, 깨끗한 강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면 적어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독일인과 한국인의 능력이 동등하다는 전제 하에서 볼 때, 대운하에서 사대강 정비로 목적을 바꾼지 4개월만에 공사를 시작하여 강바닥을 폭약으로 발파하는 행위는 사대강 정비 공사의 목적이 결코 홍수에 의연한 강, 깨끗한 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급하게 공사판을 열어 뛰어드는 목적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대형 건설공사판을 벌인다는 그 자체이 있는지, 땅투기꾼과 건설회사에게 상을 주려는 것인지, 대한민국을 강변 위락시설의 왕국으로 만들어 경제부활을 꿈꾸는 것인지는 제가 알 수 없는 노릇이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강을 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3. 우리나라에선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세우는 방법으로 강 살리기를 한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옛날에 외국에서 운하를 만들었던 방법인데, 그 방법으로 강 살리기도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며 요술방망이라도 되나 봅니다. 정부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한번 그 방법을 국제 사회에 수출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유럽에서 한창인 재자연화공사도 돈이 많이 드는 공사인데 보와 댐을 철거하지 않고도 홍수방지, 수질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니, 그게 성공한다면 정말 대박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선 국제 학술대회에서 먼저 검증을 받아야겠지요. 권위 있는 학술잡지에도 한국식 신기술이라고 소개해야겠지요.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우월한가를 밝히기 위해 국제적 인증을 받기도 해야겠고요.
그런데 왜 정부는 국제 학술대회는커녕 국내의 학자들과의 토론도 피하고 있는지요? 국민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대공사를 준비함에 있어서 학술적인 정보 교환이 절실한 이 시기에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는 국민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합니다. 학술적인 토론 대신 공상 만화영화 같은 홍보물이나 만들어서 세뇌 수준으로 무조건 "좋다. 믿어라" 합니다. 토론은 쌍방에 대한 배려와 협동이고, 홍보는 일방적인 독선과 강요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좋은 방법을 모색하는 투명한 토론은 피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행위는 정부에서 국민에게 무언가 감출 것이 있는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저는 사대강 공사가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주장하다시피 대운하도 아니고, 우리 국민의 70%가 의심하다시피 강 살리기도 아닌 이 사대강 공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목적이 불투명한 공사에 국민의 세금을 그렇게 많이 쓰면서, 아니 후손의 세금까지 미리 땡겨 쓰면서, 남의 나라에서 이미 겪은 환경 재앙을 자초하다니요.
사대강 공사를 일단 중지하고 국내외의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해서 학술대회를 열어 진정한 강 살리기에 대해 깊고 넓게 토론한 후에,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철저히 조사하고 연구한 후에 다시 공사에 임할 것을 요청합니다. 급하다고요? 그럴 시간도 돈도 없다고요? 그럼 그만둬야죠. 요행을 바랄 일이 따로 있지요. 자연과 소통하는 유일한 언어는 과학이기 때문에 자연에 접근할 때는 과학적인 방법을 써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해외 동포들은 외국에서 가정을 일구어 자식을 키우고 세금을 내며 그 곳에다 뼈를 묻을 사람들입니다. 한국에 물난리가 나도 머리카락 한 올 적시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왜 그런 그들이 어렵게 번 돈을 한국의 국민소송비용에 십시일반 보태는 걸까요? 해외에 사는 동포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막연하고 무조건적입니다. 해외교포들에게 고국이란 개인의 손익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냥 그립기만 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계산 없이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뼈를 묻을 곳도 아닌데도 우리는 지금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를 국내에 사는 국민들만큼이나 아파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