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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목요일 가람작은도서관에서
김상진, 이예림, 최규호가 만났습니다.
김승철, 심선진은 책 나눔을 보내왔습니다.
김승철 선생님이 서울 책사넷 2주년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서울 책사넷 동료 회원 선생님들 김승철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오늘 진행하는 10월 책사넷 모임은 제게 특별합니다! 왜나면.. 오늘은 제 생일이면서 동시에 2023년 10월부터 시작한 서울 책사넷이 2주년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오늘까지 책사넷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힘써주신 김상진 과장님과 회원 동료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이런 좋은 날에 직접 만나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 마음을 월간 김승철로써 달래봅니다. 오늘 모임은 더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 |
이예림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수오서재
책사넷 모임 때는
내 장점 100가지를 써보라는 책 속 물음에 겨우 5-6가지밖에 적지 못해 놀랐음을 나누었습니다.
얼마가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
다 읽고 나서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덧붙여보았습니다.
최근 현장에서 느꼈던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책 속에는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지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완성되어 간다.”
그동안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삶이 계획과 달라서 낙심했던 분들,
그러면서도 하루를 성실히 견뎌내던 분들.
그분들의 모습이야말로 시인이 말한
‘생각지도 못한 완성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문장은 현장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말 같아요.
모든 사람의 삶은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 의미와 회복의 힘이 숨어 있음을 매일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 마음으로, 여전히 다정한 사람을 꿈꾸는 저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사람 곁에 서보려 합니다.
최규호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박병덕 역, 민음사
모기, 파리는 왜 존재하는가. 저런 ‘빌런’같은 사람은 왜 살아있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한가지 답을 발견했습니다.
싯다르타는 처음 구도의 길, 사문(沙門)의 길, 단식하고 사색하고 기다리는 방법을 터득하는 길, 생각하고 통찰하는 삶, 관념과 금욕과 깨달음의 추구, 즉 원래 우리가 생각하는 석가모니의 길을 걸었습니다.(正)
하지만 진리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생각에 곧 석가모니를 떠나고, ‘어린애’의 삶, 즉 속세의 모든 사람들처럼 충동, 욕망, 허영, 성애를 추구하는 삶으로 빠져듭니다.(反)
이런 쾌락에도 역시 허망함을 느낀 싯다르타는, 구도의 길과 속세의 길을 모두 아우르는, ‘단일성’, ‘사랑’의 길로 나아갑니다.(合)
이 모든 충동들, 이 모든 어린애같은 유치한 짓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지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다르타에게는 이제 더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187쪽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207쪽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세상, 어떤 좋은 사회에 대한 일종의 이상향을 가지고 있고, 그 이상에 따라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회복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지 않습니까? (마침 지난달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었던 터라 지금 세상의 어떤 부분에 대한 나쁜 감정과 염려가 더욱 심해져 있는데)
그래도 이런 관점은 아주 흥미롭고, 또 생각보다 훨씬 더 유용하고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을 평온하게 지키는데도 좋고, 또 사람을 대하고 일할 때 기본 바탕으로 삼기 좋은 세계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을 위해, 어떤 상황에 맞서, 어떤 변화를 위해 일하되, 그저 사랑으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내 좁은 머릿속에서 생성시킨 관념과 판단의 칼날을 잠시 내려놓고,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서 사람과 만물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
때때로 소중한 숙면을 방해하는 원망스러운 모기에 시달릴 때마다,
창조주는 인간들이 극심한 가려움과 수면을 방해받는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장난스럽게 낄낄거리고 있을까? 좋은 것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이러면서?
...이런 생각은 좀 멈추고,
모기는, 이 세계의 단일성, 조화, 옴, 범(梵)을 이루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구나.
그러면서 분노로 박수쳐 때려잡습니다.
김상진 [국수] 김숨, 창비
단편이지만 긴 호흡의 이야기들입니다. 특정 조건 속에서 길게 대화를 나누거나, 관조 성찰을 길게 풀어내는 식입니다. 길게 끄는 표현들 속에 답답함보다는 속마음을 켜켜이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호흡을 숨으로 바꾼다면 김숨의 소설은 긴 한숨 같습니다. 이하이의 노래 <한숨>이 생각 났습니다.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나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이하이의 <한숨> 가사 중 '안아줄게요' 하기 전 이 부분이 참 좋습니다. [국수]의 소설들은 '말뿐인 위로'보다는 넋두리, 국수 조리, 끊임 없는 일상 대화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막차', '국수', '옥천 가는 날'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여성과 여성의 서사입니다. 시어머니와 암말기 죽음을 앞둔 며느리, 중년 여성과 새엄마, 자매와 엄마의 시신 사이에서, 미움이 이해로 흘러 화해와 용서의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소설은 이하이 노래처럼 '가끔은 실수'하고 '누구나 그랬으니까' 시간이 흐른 뒤에서 이해 화해 용서해도 괜찮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닭을 한마리 푹 곤 국물에 국숫발을 말고, 연한 살점만을 쭉쭉 찢어 들깨와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서는 고명으로 올린...... 한 대접 비우고 나면 절로 몸보신이 될 것 같은 닭칼국수 말이에요. 당신은 양념장 대신 집에서 가져온 나박김치를 곁들여 식탁에 차렸습니다.
맘 편히 기다리면 들어설 거다. 기다리다보면 자연히......
당신이 돌아간 뒤 나는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 변기에 쏟아버렸습니다. 당신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1층에 닿기도 전에, 당신의 운명과 내 운명을 저주하면서요. 59쪽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새엄마의 닭칼국수와 위로를 변기에 쏟아버린 딸은 어릴 적 첫 만남부터 그런 오해를 쌓아온 인물입니다.
반죽에 찰기가 붙어서인지, 한덩이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응어리를 주무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단단하고 차지게 맺힌 응어리와 한바탕 씨름이라도 하는 듯해요.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괜한 오기까지 뻗치는 게......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 손가락들이 악착같이 달려들고 매달릴수록 이놈의 응어리는 더 차져만 가지 뭐예요. 그런데요...... 글쎄 이놈의 응어리와 달리 말이에요, 제 안에서는 뭔가가 풀리는 것만 같아요. 이놈의 응어리처럼 뭉치고 맺힌 뭔가가...... 응어리라고밖에는 별달리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그 뭔가가 부드럽게...... 반죽의 시간이 당신에게는 혹 가슴속 응어리를 달래고 푸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61쪽
혀에 암이 생겨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새엄마를 위해, 엄마가 늘 해주던 국수를 준비하며 응어리를 풀어갑니다. 국수를 조리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이해와 화해의 과정입니다. 이런 표현들이 내내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국숫발이 모양으로만 보자면 끈 같기도 하네요. 가늘고 기다란 게 하얀 운동화 끈 같기도...... 혹 당신이 뽑아낸 국숫발들은 끈이 아니었을까요. 당신은 자식이란 끈 대신 밀가루로 반죽을 개어 끈들을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요. 69쪽
부옇게 떠다니는 밀가루 속에서 국숫발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끈 같다는 생각이 더 절실히 드는 게...... 저기 당신과 여기 나 사이에 놓인 연줄만 같아서...... 길든 짧든 굵든 얇든 우그러졌든 간에 한가락 한가락이 죄다...... 죄.......
기껏 뽑은 국숫발들을 도로 뭉쳐버리고 싶은 충동이 불현듯.
어서 한솥 물을 받아 얹어야겠어요. 국수 삶을 물을요. 내 변덕맞은 손이 국숫발들을 뭉쳐버리기 전에요. 77쪽
당신의 입이 벌어지기 전에 애써 들어올린 국숫발들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간신히 걸쳐 있던 한가락의 국숫발마저도 흘러내립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혀가 국숫발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듯해서 나는 숟가락을 집어듭니다. 국숫발들을 뚝뚝 끊기 시작합니다. 오래전, 당신이 내게 처음 끓여준 국숫발들을 숟가락으로 뚝뚝 끊어냈듯 말이에요. 80-81쪽
국숫발에서 새엄마와의 연줄을 떠올리고, 여전히 화해하지 못해 충동이 일어나지만 결국 엄마에게 국수 한 그릇을 내어놓습니다. 새엄마가 처음 끓여준 국숫발을 끊어낸 것이 아이의 심술과 떠난 친엄마를 배신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면 새엄마를 위해 뚝뚝 끊어내는 심정은 이해를 넘어 화해와 용서겠지요. '말뿐인 위로'를 넘어 '국수' 한 그릇 내는 일, 국수 한 그릇 대접하고 싶습니다.
심선진 [노상관찰학 입문] 아카세가와 겐페이, 후지모리 테루노부, 미나미 신보, 서하나 역, 안그라픽스
노상관찰자: 쓸모없음의 즐거움에 대하여
최근 [노상관찰학 입문]을 접했다. 1986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노상관찰학'을 알린 책이다. 낯선 개념이었으나 기시감을 느꼈다.
나는 언제부턴가 무용한 것에 끌렸다. 목적 없는 산책을 즐겼고, 경제적 가치가 없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었고, 최근에는 길 위의 경고문에 관심을 두었다. 특정 패션을 관찰하는 행동도 했다.
이러한 행동들이 '노상관찰학'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노상관찰자들은 도시 길거리의 무용하고 비생산적인 사물과 현상을 오직 재미와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들의 핵심 대상은 '초예술 토마슨'으로, 기능을 상실한 채 남겨진 계단이나 문과 같은 불가해한 흔적을 의미했다.
책은 노상관찰학의 뿌리가 곤 와지로의 '고현학(考現学)'에 있음을 설명했다. 고고학(옛것 연구)과 달리, 고현학은 간토대지진 후의 살아있는 현재 모습을 기록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1980년대에 '고현학'이 상업적으로 오염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순수하게 사물 자체의 재미를 관찰했던 곤 와지로의 초기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노상관찰'이라는 새 개념을 제시했다. 예술의 '의도' 감상을 거부하고 의도 없는 '물건'을 관찰하며, 전문화된 학문의 틀과 소비지상주의에 맞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책 속 대담은 이 '쓸모없는 짓'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빠진 이유를 밝혔다. 이는 유용한 인간으로 살아가던 이들의 반작용일 수 있었다. 유용성만이 가치 있는 세상에 대한 비판 의식에서, 그들은 기꺼이 무용한 것을 찾아 나섰다. "세상 사람들이 가치가 없는 것에 자기가 직접 가치를 매기는 일은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상관찰자들은 획일적 가치에 도전하는 용기를 보였다.
최근 소중한 산책 시간이 줄었다. 노상관찰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좋았던,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던 그 '쓸모없는' 시간의 소중함을 책을 통해 다시 떠올렸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길 위로 나서야겠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이름 모를 노상관찰자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승철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이시형 역, 청아출판사
좋은 책을 나눠주신 최규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2024년 12월 모임 책나눔에서 최규호 선생님께 선물 받은 책)
'수용소에서 수감자가 입은 정신 병리적 상처를 정신 요법이나 정신 위생학적 방법을 이용해 치료하려면 그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목표를 정해 줌으로써 내면의 힘을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 이렇게 사람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목표의 중요성과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저의 상황을 빗대어 보면.. 매월, '월간 김승철'을 보낸다는 목표가 있으니 모임 날에 맞게 보내면서, 성취와 의미를 느낍니다. (오늘은 그것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네요 ^^)
지역사회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를 만날 때 특히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를 만날 때, 지금 상황에서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아주 작고 간단한 목표를 세워보고 (예를 들어.. 하루 책 1페이지 읽기 1주일 챌린지, 하루 2장 바깥 사진 찍기 1주일 챌린지 등) 실행하며 작은 성취경험을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을 사회사업가가 응원하고 세워주면서 조금씩 구체적으로 목표의 수준을 높입니다. 그렇게 쌓이는 성취경험이 성공경험이 되어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써 적용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로써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꾸준하게 실천하며 미래의 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 이로써 당사자가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자주성을 회복하며 둘레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도록 사회사업가가 그 과정을 함께 하며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5년 11월 서울 책사넷 모임 안내
일시 : 11월 21일 저녁 7시 30분 ~
장소 : 가람작은도서관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1층)
참여자 : 참여를 원하는 당신!
준비물 :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1~2권
신청 : 기존 참여자 외에 참여를 원하는 분은
비밀 댓글 혹은 연락책에게 문자 남겨주세요.
연락책 : 김상진 010-7308-2433
첫댓글 2주년 축하합니다.
김상진 선생님의 그 꾸준함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상진 2주년이 되기까지
꾸준히 섬겨주심에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우와 싯다르타 제 인생책 중 하나인데 나누셨군요. 2주년 축하합니다. 언제나 응원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차, 인정과 우정이 가득한 모임 계속되시길 바랍니다. ^^ 대전도 모임 지속하고 있습니다. 카페 놀러오세요 https://cafe.daum.net/booktox
싯다르타를 인생책으로 꼽으신다니, 저도 괜히 마음이 통하는 기분이에요.
축하와 응원 감사합니다.
대전 모임도 꾸준히 이어가고 계시다니 정말 멋지네요.
좋은 인연이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는 게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