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한 피서여행
큰 아들 한테 전화가 왔다 다음주 초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강원도 정선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으면 한다.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처지에 특별한 일이 있을리 없고 함께 하기로 했다. 직장에서 강원랜드 근처에 있는 리조트를 배정 받았는데 2박 3일이다.
미역국재료, 꽁치 통조림, 깻잎 과 열무김치, 울외 장아찌를 준비할 테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리고 얼음물과 손녀가 좋아하는 뻥튀기 한자루를 더 챙겼다.
휴가철이라 일찍 출발 한다 했어도 8시가 넘었다. 네비에 목적지를 입력, 내부 순환도로와 만나는 구리방향 국도는 출근 시간과 겹처서 꽉 밀려있다. 강능방면 고속도로에서 안흥으로 안내를 한다. 찐빵고장 답게 식당은 안보이고 빵집 간판만 보인다. 산은 더 험해지고 계곡 길을 달리면서 절경에 반하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국도변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정선에 도착하니 2시다. 화암동굴을 가려 했으나 계곡의 절경을 보고서 생각이 달라졌다.
백두대간 협곡을 운행하는 관광전용 열차를 타 볼수 있는 근처까지 왔는데 아까운 생각이 든다. 아들 내외도 찬성이다. 화암동굴은 내일로 미루고 태백시를 경유 철암역으로 향하는데 탄광촌 흔적 들이 보인다. 역직원이 나와 있다. 열차표를 사려는 데요 하니 단말기를 두드리면서 대답이 없다, 매진되어 자리가 없고 입석은 판매 할수 없다는 것, 산중 오지 한가한 역에서 차표가 없다? 열차도착 시간이 되니 관광버스가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역사 안이 붐빈다. 팔월 말까지 매진이라니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불찰이다. 태백지역 여행 안내도를 살펴보니 고생대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우리가 5억년 전 땅위를 가고 있고 그 유적을 살피러 가자하니 따라 주었다. 자연사 박물관 가기 직전 구문소求門沼 가 보인다.
황지 연못의 물줄기가 태백시를 관통하고 산을 뚫어내 동굴과 연못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 낙동강으로 흐른다.
태백시에는 강의 발원지 3개소가 있고 이름은 삼수령三水嶺이다. 백두대간 삼수령에 떨어진 빗물은 간발의 차이로 운명이 갈라진다. 황지연못으로 가면 낙동강 발원지가 되고 검룡소로 흐르면 한강 발원지가 된다. 다른 한줄기는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간다. 정상에 조형물과 정자각이 있다.
이곳은 고생대의 지질이 잘 보존되어 있고 지질활동을 연구 할수 있는 화석과 고생대 암석도 많다. 지구가 생겨난 과정과 생명 탄생 해설이 있다. 원시 지구의 대기는 산소가 없었는데 최초로 산소를 만들어준 것은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다. 초기 바다는 푸르지 않았다, 이것이 번성하면서 바닷물에 철분은 산화철이 되고 침전되면서 푸른 바다가 된다. 산소를 만들어준 박테리아 화석이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름은 스트로마톨라이트, 지금도 호주 대륙 샤크만에는 광합성 박테리아가 자라는 암석이 발견 되고 있다.
육지는 맨틀의 바다를 떠다니는 판들이며 용암을 만드는 마그마의 활동으로 판들이 부딪치면서 지진과 화산이 분출하고 바다에서 솟아오른 대지와 충돌하면서 산맥을 만든다.
한반도 역시 남중국 판의 일부이며 적도 근처 바다가 움직이고 솟아오른 지역으로 거대 암석질인 낭림육괴, 경기육괴, 영남육괴가 부딪치면서 새로운 육지가 만들어졌다. 임진강대는 낭림육괴와 경기육괴가 만난 곳이다.
이 세월 동안은 고생대 식물이 번성하였으나 지각地殼운동으로 고생대 식물은 땅에 묻혀지고 석탄이 되었다.
위층으로 가는 계단에 지질학적 연대기를 축약해 놓았다. 지구가 생겨나서
현재까지를 24시로 압축한다면 인류는 밤 23시를 한참 지나 나타난 것이다
나 혼자만 흥미 진진 했나?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 한다.
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앞이 탁 트이고 시가지가 내려 다 보인다.
방 두개에 널따란 거실 정갈한 실내에 이부자리가 깨끗하다. 밥은 전기밥솥
에 맡기고 간장에 재어온 소고기로 미역국을 끊이고 돼지고기 볶음과 울외
장아찌 김치를 곁들이니 진수성찬, 식기와 그릇은 많은데 주전자가 없다.
습관대로 커피 믹스와 브랙커피 두가지를 큰 잔에 넣고 타 마셔야 하는데
작은 잔이라 물을 부으니 넘실거린다. 다른 잔에 나누어 따르다 흘려버렸다. 아빠, 무슨 성질이 그리 급하세요, 흘려가면서요 잔소리를 듣고 나니 갑자기불편함이 온다. 옷도 마음대로 벗을수 없다.
어릴 적 간염을 앓은 탓 인가 젓 갈든 김치를 싫어하고 식사 중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해 한다. 작은 방에 누워 생각에 잠겨있는데 집사람이 들어온다. 불편하고
집으로 가고 싶다하니, 나한테라도 말했으니 반분은 풀렸을 거고, 아들 뜻 받아주며
사는 며느리 고맙고 다시 볼 때 어쩌려고, 서운한 생각 잊으라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아들이 들어온다. 아버지 잘못했으니 마음 푸세요 사
과하는데, 으응 괜찮다 대답하고 나니, 서운한 마음이 사라진다. 아직도 수양
이 덜되었나 보다 그런 일로 내색을 하다니, 조금 있으니 손녀가 들어와 할
아버지 할아버지 삐치시면 안되요, 재롱을 떤다.
서울은 열대야로 잠을 못 잔다는데 새벽에는 찬 기운이 들어 이불을 덮었다.
젊은 세대와는 생활 리듬이 다르다 늦게 일어난 아들 내외가 매점에 간다
나갔고 단둘이만 있어 전망 좋고 시원한 집안에 머무는 것이 진짜 피서다.
늦은 오후 곤도라를 타고 백운산 전망대로 향했다. 강원랜드와 주변 집들이
인형의집 같이 작아 보인다. 스키장은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고 인공눈을 만
드는 키 큰 스프링 클러들이 눈에 띤다.
정상이 가까워 오니 키 작은 나무들만 보이고 아래는 스케이트 보드 모양의
일인용 모노 래일을 타고 신나게내려간다.
전망대 광장 젊은 연인들의 마네킹 모습이 재미 있다,
신나게 무언가 설명하는 모습, 작업 중인가? 또 다른 한쌍 남친은 서있고
아가씨는 앉아 울고 있는데 우리 내외가 달래주는 모습을 찍어주면서 한참을 웃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백두대간이다. 첩첩 산중인 이곳이 태고적에 바다였다는 것을
상상하며 상전벽해桑田碧海를실감 해본다.
이틀 밤이 빨리도 갔다. 집에 가는길 아쉽지만 래일 바이크는 접고 화암동굴
을 찿았다. 입구가 산 중턱이라 무인운전 되는 모노래일을 타고 올라간다.
폐 금광을 활용하여 관광지로 개발하고 금을 캐는 광부들의 작업 과정을 실
제 모습 같게 보여주고 있다, 굴속에서 중노동 얼마나 힘들었을까?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모습 고기반찬은 없어 보인다. 금이 들어있는 바위를
볼수 있도록 투명 유리창에 확대경을 설치해 보여주고 있다.
동굴속 시원함이 계속되면서 썰렁 한것이 냉장고 속이다. 수평으로 계속 되
던 굴이 수직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조명이 비치
는 곳들 마다 예술작품이다. 지하 동굴 광장중 이곳이 최대 규모라 하는데
비행기가 지나 갈만 하다 할까? 사진을 찍어도 후래쉬 광량이 부족해서 그
웅장함을 담을 수 없다.
수천 만년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만들어 졌지만 자연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진화론이니 창조론이니 다투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온다.
동굴의 신비함과 화석들, 수억년 세월을 품고 있는 암석들의 나이테, 바다가 솟
아 올라와 백두대간을 만든 대자연大自然의 서사시敍事詩를 감상하며
풍화작용으로 없어지고 유일하게 남은 곳 정선과 태백 고생대 유적지
추억으로 담고 간다.
첫댓글 즐거운 가족여행을 하셨네요. 재미있는 마네킹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