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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 006 -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
씬1/ 마당 + 대문 앞 (D)
#마당 작게 떠드는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옥,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걸어 나온다. 뒤늦게 역시 살금거리며 뒤따라나오는 영숙. 거실 안에서 왜 저러나 싶어 보는 혜옥.
영옥, 살금살금 대문 쪽으로 가는데, 카메라 영옥 보다 앞서 담장을 넘어가면,
#대문 앞 교복입은 고교생 셋이 담배를 피고 있다. 두 놈은 담벼락에 기대고, 한 놈은 서서. (담배 꽁초를 손에 들고만 있는 정도)
영옥 : (나와서 뒷짐 지고 서서) 하이~
고교생, 놀라 후다닥 불끄고 튀려는데,
영옥 : 괜찮아 괜찮아. 편하게 있어, 편하게. (영숙에게) 조교 앞으로.
영숙 : (앞으로 나와선다)
영옥 : 얘가 내 동생이야. 한 많은 인생 소시적에 좀 폈지. 그래서 요꼬라지 됐잖아.
(영숙의 팔을 돌려서 우두둑 우두둑 소리내게 하며) 뼈도 삭고... 속도 썩었어.
영숙 : (말 끝나기 무섭게 바로 콜록콜록)
영옥 : 제대로 걷지도 못해.
영숙 : (벽 잡고 다리 후달리는 척)
혜옥 : (나와 애들 보며) 누구야?
영옥 : 얜 또 멋으로 폈어.
혜옥 : 뭘?
영옥 : (머리 툭 밀며) 벌써 오락가락해. 젤 어린 게.
산쵸, 담너머로 고개 내밀며
산쵸 : (궁금) 뭐 하세요?
영옥 : (산쵸 보며) 쟨 고3이야! 간접흡연두 무섭지?
아이들 : (깜짝 놀라는)
영옥 : 나? 바르고 건강하게 살았지! 이 나이에 쇠심줄도 씹어 먹잖아! (윗니 아랫니 다다다 부딪혀 보이는)
한시름 놓은 애들 피식 웃자, 영옥의 얼굴이 살벌해진다. 애들, 살짝 긴장하는.
영옥 : (카리스마) 계속 필래?
학생1 : (넙죽) 죄송합니다.
학생2,3 : (넙죽) 죄송합니다.
학생들, 가려는데,
영옥 : 꽁초!!
학생들 : (꽁초 주워가며)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언뜻 깍듯해 보이나, 카메라 쪽으로 빠지면서 피식 웃는 게 겁먹었다기 보다 귀찮아 피하는 느낌이다.
영옥과 영숙, 하이파이브하고 들어가고. 혜옥, 뒤늦게 손들었다가 뻘쭘해 들어가는.
타이틀 : 영옥, 한손에 슬리퍼 들고 무림 고수같은 자세를 취하고, 뒤에서 영숙과 혜옥 따라하는데.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
씬2/ 마당 (D)
담배꽁초가 담긴 쓰레받기를 쓰레기통에 쑤셔 박듯이 버리고 열받아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던져놓는 영옥.
영옥 : 징글징글한 놈들! 에으!
영숙과 혜옥, 거실에 앉아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고 화분의 화초 입을 닦으며
영숙 : 또 그래놨어? 에으, 애들 습성도 희한해. 폐썩는다고 담배 먹지 말라구 테레비에서 그렇게 떠드는데도,
죽~~어라고 펴대고.
영옥 : (열받는) 아 그냥 학교 앞에서 버스타고 집에 가지, 왜 꼭~~ 이리 기어들어와서 담배는 피고, 저~~리 넘어가서 버스타고.
왜 그러는 거야, 왜?
혜옥 : (생글) 언니도 이제 갔나봐. 애들한테 안 먹히네.
영옥 : (찌릿 쳐다보자)
혜옥 : (화분 들고 돌아서는)
그때 애들 작게 웅성이는 소리 들린다. 영옥의 찌릿하는 눈빛!
씬3/ 대문 앞 (D)
애들, 어제와 같은 포즈로 쪼그려 앉아 막 담배를 빼 물고 불 부치려는 찰나, 쾅! 문 열고 나와 허리에 손 얹고 서는 영옥.
놀랬다가 아씨... 하며 일어나는 학생들.
영옥 : 아~씨?
학생1 : 야, 가자.
영옥 : 가긴 어딜 가 쨔샤!
학생들 : (돌아보면)
영옥 : (손바닥에 침뱉어 머리를 가지런히 눌러내리며) 댐벼!
애들, 가소롭다는 듯 푸! 웃는데, 영옥, 재빠르게 발로 슬리퍼를 던져 손으로 탁 잡고!
암전에서 다다다다 때리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씬4/ 동네 담벼락 일각 (D) - ENG
F.I되면 맞아서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짜증내며 서 있는 학생1, 2, 3. 그 주변 학생 서너명 더 있고.
학생1 : 아 진짜 쪽팔리게 할머니한테 맞구...
학생4 : 쌍문동 쓰레빠?
학생2 : 아 노인네 뭘 먹길래 힘이 그렇게 좋은 거야?
학생4 : 진짜 쓰레빠도 때려? 제대루 때려?
학생1 : 장난 아냐. (허공 보는데)
<인써트 : 플래쉬 애니메이션 스타일.
*졸라맨 플래쉬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최소한의 배경과 형태만 그려지고, 억양만 있고 발음은 없는 음성 깔리는 그림.
영옥, 재빠르게 발로 슬리퍼 던져서 손으로 탁 잡고. 현란한 슬리퍼 액션으로 애들을 잡는다.
애들, 모두 바닥에 널부러지고, 영옥, 슬리퍼 든 손을 쳐들고 마무리 자세>
다시 학생들로 돌아와...
학생1 : 태어나서 그렇게 펄펄 나는 할머닌 첨 봤다... 차... (어이없는)
씬5/ 까페 (N/ENG)
미자, 지영, 윤아, 밥겸 안주겸 해서 맥주 한 잔 곁들여 먹고 있다.
지영 : 백만원?? 야, 넌 보드 탈 줄도 모르면서 뭘 그렇게 비싼 걸 사?
윤아 : 나 이번에 시즌권 샀잖아~ 열라 다녀서 완전 프로보더 되고 말거야!
미자 : 누구한테 배울건데? 강습받게?
윤아 : 아니이~ 재욱이한테~ 재욱이 보드 진짜 잘타잖아~ 내가 밥사는 대신 걔가 가르쳐주기로 했어.
미자 : 좋~겠다! 보드 가르쳐줄 남자두 있구~
윤아 : 너두 같이 배울래?
미자 : 됐어~ 난 스키두 잘 안타는데.
이때 동직과 정민, 들어오는.
동직 : 어이!
지영 : (놀라움, 반가움) 어? 오빠?
동직 : (지영옆에 앉으며) 내가 너 여깄을 줄 알았지!
그러는 동안 정민은 대충 의자 끌어다 옆에 앉고.
지영 : 어떻게?
동직 : 텔레파시!
미자 : (NA/힘빠지는) 윤안 보드가르쳐줄 남자친구가 있고, 지영인 오빠가 있고.. 나만 아무도 없다.
정민 : (갑자기 생각난 듯) 아! 윤아씨, 축하해요.
윤아 : (어리둥절) 뭘요?
정민 : 애인 생긴거요~
일동 : (어리둥절)
윤아 : 무슨 소리래? 나 애인없어요~
정민 : 어? 내가 그저껜가 봤는데? 집앞에서 키스하는 거?
일동 : (엥?? 황당해 윤아보는)
윤아 : (!!!) 아.. 아니야...
동직 : (정민 딱 때리며) 짜식이 헛소리를! 얌마 너 헛소리 한 벌로 술사임마! 짜식이..
정민 : 아닌데..? 윤아씨 맞는데...?
윤아, 찔리는 듯한 표정이고 미자와 지영, 의심의 눈초리.
씬6/ 원룸거실 (N)
미자와 지영, 윤아를 추궁하고 있다.
미자 : 요거봐라~?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지영 : 불어! 누구야?
윤아 : (귀찮게 생겼다는 듯) ... 재욱이.
미/지 : 뭐?! / 재욱이??
지영 : 걔랑은 그냥 친구래매!
윤아 : 친구야.
지영 : (어이가 없는) 넌.. 친구랑 키스하냐?
윤아 : 키스 아냐~ 그냥 살짝 뽀뽀만 한거야~
미자 : (어이없어 웃는) 하! 미치겠다 진짜~
지영 : 그래서! 이제부터 걔랑 사귀는거야?
윤아 : 아니.
지영 : 그럼 뭐야?
윤아 : (답답) 뭐긴~ 그냥 친구라니까? 서로 애인도 없고 그러니까 울적할 때 만나서 위로도 해주구..
지영 : (OL) 대충 키스두 하구??
윤아 : (호흡) 그래, 실수했어! 그치만 우리두 그냥 웃구 넘겼는데 니가 왜 더 난리야?
지영 : 웃구 넘겨? 어떻게 뽀뽈 하구 웃구 넘기지?
윤아 : 하~ 내가 이래서 니네한테 말 안한거야~ (일어나며) 무슨 엄마두 아니구!
윤아, 침대방쪽으로 가버린다.
지영 : 미쳤어... 애가 개념이 없어 개념이..
미자 : 그래두 난 부럽다..
지영 : 뭐?
미자 : 울적할 때 불러낼 남자두 있구~ 스키장두 같이 가구... 나두 남자랑 영화두 보구.. 술두 마시구.. 얘기하구 싶어..
지영 : 그래서.. 뽀뽀두? 이것들이 가만보믄 은근히 밝혀...?
미자 : (지영 딱 때리며) 야! 니가 더 불순해! 니가! 그런 게 아니라.. (하다) 하~ 그냥 남자랑 대화가 하고 싶다고..
씬7/ 미자방 (N)
미자, 베개 껴안은 채 엎드려 영화보는 영화 ‘마이걸’
미자 : (NA) 애인은 아니더라두 같이 밥두 먹구.. 늦으면 집까지 데려다두 주구.. 그냥.. 외로울 때 전화라두 할 수 있는 남자가..
(한숨) 난 왜 없는거냐.. 왜 그럴 놈이 한 놈도 없는 거냐말이다..
미자, 휴대폰 집어 주소록 쭉 검색해보는.
미자 : 차... 인간관계 참~ 편중돼 있다.. 어째 이렇게 여자친구들만 줄줄 있냐.. 씨..
미자, 뒤척거리며 계속 검색하다 한 번호에서 멈춘다.
미자 : 만만한 동균이한테나 해보까... (통화버튼 누르고 잠시 기다리다가 분위기 잡고) 동균아~
여자 : (나이 지긋한 듯) 여보세요?
미자 : (어? 당황) 여보세요? 동균씨.. 전화 아닌가요?
여자 : (싸늘) 맞는데.. 밤늦게 무슨 일이시죠?
미자 : 예? 아.. 저기, 별 일은 아니구요..
여자 : 전하실 말씀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미자 :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얼른 끊고) 뭐야.. 엄만가? 아우 꿀꿀해!
씬/ 방송국 외경 (D)
씬8/ 녹음실 밖 복도 (D)
미자, 오는데 녹음실에서 나오는 민지, 미자를 보고는 인사 하는둥 마는 둥 싸늘하게 휙 지나간다.
미자, 응? 어이가 없고.
미자 : 저게 선배한테 인사도 안하고.. 차!
이때 동균,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다 미자보고
동균 : 어, 선배.
미자 : 응, 동균아. (약간 민망한 듯) 저기 어제~
동균 : 어제밤엔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에요?
미자 : 아 그냥~ 근데 니네 어머님 좀 완고하신 것 같더라? 밤늦게 전화했다고..
동균 : (난감/OL) 엄마 아니에요~ 민지에요.
미자 : (황당) 뭐? 아니, 그게 민지목소리라구?
동균 : 네.. 저.. 사실은 민지랑 사겨요.
미자 : (할 말을 잃은)
이때 민지, 다시 오면서 두 사람 보더니 불쾌한 듯 흘겨보곤 휙 들어가는데 미자, 아무말도 못하고 눈치보는 표정.
동균 : 민지야... (대신 미안한 듯) 쟤가 어제 오핼 해갖구, 그때가 열두시 다 됐었잖아요..
미자 : (황당, 무안) 어... 내가 너무 늦게 전화했지..
동균 : 아뇨...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동균, 들어가고.
미자 : 아우 드러... 아우 기분 드러... (스스로) 그냥 아무짓도 말고, 조용히 살자. (자기이마 때리며) 제발 일좀 저지르지 말라구~
씬9/ 대문 앞 (D)
담벼락에 널어놓은 이불에 담배빵이 되어 있는 걸 보고 쪼그려 앉아 아까워하는 영숙과 혜옥. 심각하게 보기만 하는 영옥.
영숙 : (아까워 무릎 치며) 아우 이를 어째. 아우 아까워서 이를 어째.
혜옥 : 우리 꺼야?
영숙 : (머리 때리며) 니꺼야 니꺼, 니 이불!
혜옥 : (무안하니까) 알어. 어서 많이 봤다 했어.
영숙 : 아우 망할 놈들. 어느 눔의 손모가진지... 아우... 그러게 애들은 설 건드리면 안돼. 제대루 잡어야지...
영숙, 아까워 어쩔 줄 몰라하는데, 영옥, 카리스마 풍기는 심각한 표정. 잠시 후 무서운 미소가 번진다.
영옥 : 요것들이 개기네. 심하게 개기네.
또 다시 웃음끼 싹 가시는데 무섭다.
씬10/ 마당 (D)
영옥은 베란다에 서서 발하나는 베란다 틀에, 한손은 허리에, 한손은 손갓 만들어 멀리 본다. 부록은 옆에서 안절부절이다.
부록 : 이만 들어가시고, 제가 나중에 따끔하게...
영옥 : (OL) 넌 안 통해.
부록 : 그러죠.
영옥 : 나쁜 놈의 시키들.
부록 : (어렵게) 어머니, 뉴스에서 보면, 요즘 애들 함부러 건드렸다간 큰일 당하는 사람들 많다고...
영옥 : (자세 풀고 호통치는) 그렇다고 안 건드리냐? 엇나가는데 냅둬?
부록 : ... 그러게요.
영옥 :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 어른이 잔소리 안하면 세상 끝이야.
부록 : ... 끝이죠.
다시 손갓 만들어 진지하게 멀리 보는 영옥.
씬11/ 헬스클럽 (N/ENG)
미자,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싸이클타고 있다.
미자 : (NA) 모든 걸 잊어버리고 싶을 땐 운동이 제일이다.
(ON) 후--- 후--- (있는힘껏 밟다가 후! 한번에 힘빠지며) 그래도 꿀꿀해... 아...
정민 : (OFF) 미자씨!
미자, 응? 녹초된 얼굴로 돌아보면 정민, 슥 다가와 계기판 보더니 헉!
정민 : 두 시간!! 아니 무슨 시합나가요? 나이를 생각해가면서 해야지~
미자 : (짜증)
정민 : 난 딱 십오분! 그 이상 안하잖아~
미자 : (신경질) 그럼 딱 십오분 하세요! 남이사 두시간을 하든 세 시간을 하든 신경쓰지 말구요!
정민 : (무안)
씬12/ 미자방 (N)
녹초가 되어 들어오는 미자, 가방 틱 던져놓고는 풀썩 주저앉는.
미자 : 아우 죽겠다.. 괜히 열받아가지구 한시간이나 더 뛰구.. (하다) 내가 좀 심했나.. 그래도 동직오빠 친군데..
씬/ 동네외경 (D)
씬13/ 고교 앞 (D) - ENG
영옥, 담벼락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맞은편 비추면 고등학교 정문. 애들,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옥의 살벌한 눈빛.
씬14/ 학교 일각 (D) - ENG
많은 애들, 짜증내며 학교 건물 뒤로 뛰어간다. 맞은편에서 오는 애들한테,
학생3 : 아씨... 야 쌍문동 쓰레빠 떴댄다. (뛰어가고)
학생2 : 아씨... (발길 돌리는데)
학생1 : (오다가) 왜?
학생2 : 쌍문동 쓰레빠 떴대.
학생1 : 아...씨. 학교까지 뜨냐 씨. (발길 돌려 가는)
씬15/ 학교 뒤편 (D) - ENG
#학교 담안 애들, 가방을 던지고 담을 훌쩍 뛰어넘는다.
#학교 담밖 순서대로 털썩 떨어지는 애들.
그런데, 어느새 그 맞은 편 담벼락에 기대어 정문에서의 폼과 똑같은 포즈로 앉아있는 영옥.
애들, 가방을 챙겨들다 영옥을 보고는 흠칫하는데, 영옥, 검지를 까딱이며 이리 오라고.
애들, 살짝 갈등하다가 냅다 도망가자, 영옥, 앉은 채로 돌을 던져서 애들을 타다닥! 맞추는.
씬16/ 학교 뒤편 (D) - ENG
쪼그려 앉아 있는 영옥의 앞에 학생1,2,3들 무릎 꿇고 앉아있다.
영옥 : 이불에 담배구멍 내논 거, 니들이지?
애들 : ...
영옥 : 그지??
학생1 : ... 아닌데요.
영옥 : 사내놈들이 치사하게 그짓말이냐? 했으면 했고, 얻어터지면 얻어터지는 거지. 맞는 거 무서워서 그짓말이야?
애들 : ...
영옥 : 안 때릴 게 말해봐. 했어, 안했어?
학생1 : ... 했어요.
라는 말과 동시에 쑥 일어나는 영옥에서 암전!
씬17/ 동네 담벼락 일각 (D) - ENG
학생1,2,3, 맞아 부은 얼굴을 하고는 짜증스레 머리 긁적이며 앉아있다. 그 앞에 학생 서너명 서 있고.
학생1 : 아씨... 안 때린다고 해놓고.
학생4 : 또 쌍문동 쓰레빠한테 맞았냐?
학생1 : 아주 오지게 맞았다... (허공 보는데)
<인써트 : 플래쉬 애니메이션
영옥 : (억양만) 안 때릴 게 말해봐. 했어, 안했어?
학생1 : (억양만) 했어요.
그 말에 벌떡 일어나서 슬리퍼를 벗어 던지는데! 너무 세게 던져 영옥의 뒤로 날아가버린다.
영옥 : ...!!
애들 : (순간 낄낄대는)
학생1 : (E) 거서 웃는 게 아니었는데...
순간 정적. 아차 실수했구나 싶은 애들.
천천히 걸어가 슬리퍼를 주워드는 영옥. 그 뒤로 공중을 날며 슬리퍼 무술 보이고, 이전보다 더 현란한 슬리퍼 액션.
학생1 : (E) 진짜 미친 듯이 날더라.
마지막엔 학생들 모두 널부러지고 슬리퍼 치켜든 영옥의 마무리 자세에서>
서서 듣던 애들 모두 앉아서 감탄하는 표정.
학생4 : (맹) 그 할머니, 혹시 전직 무술 배우 아냐?
학생2 : 아... 우리 내일 쌍문동 쓰레빠네 꼭 가야 되냐?
학생4 : 그 할머니네 가? 왜애?
학생1 : (짜증) 아 몰라! (머리 긁적이는)
씬18/ 헬스클럽 (N/ENG)
미자, 운동하러 나오는데 정민, 힘없이 싸이클 타고 있다.
미자 : (약간 어색) 안녕하세요.
정민 : (표정 안좋고 형식적으로) 네 안녕하세요.
미자, 응? 정민 태도 거슬린다.
정민이 보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운동 시작하려 하는데 정민, 표정 심각. 화난 사람처럼도 보인다.
미자 : 뭐야... 화났나..?
미자, 흘깃흘깃 쳐다보며 망설이다 정민에게 다가간다.
미자 : 저기요...
정민 : 네?
미자 : 혹시.. 화나셨어요?
정민 : ... 아니요.
미자 : (할 말 없어 손만 만지작 거리는데)
정민 : 저기요, 우리 어디가서 술 한 잔 할래요?
미자 : (응? 보는)
씬18/ 까페 (N/ENG)
미자, 맥주마시는.
미자 : (정민보며) 이 남자.. 왜 이래?
보면 정민, 맥주 들이키더니 크-- 분위기잡는.
미자 : 무슨 일.. 있어요?
정민 : ...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어요.
미자 : (???)
정민 : 일년 전쯤... 헤어졌죠.
미자 : ...
정민 : 근데... 걔가 결혼을 한대요... 하.. (술마시는)
미자 : (!!!)
정민 : 사랑했던 사람이 결혼을 한다는데.. (훗 웃고) 그런 기분 모르죠?
미자 : (물끄러미 보다가 한숨 푹 쉬고) 그 기분 알죠.. 저두 얼마전에 그랬거든요.
정민 : (응? 의외인) 진짜요?
미자 : 네.. 옛날 남자친구가 저보다 먼저 결혼한다니까.. 기분 그렇더라구요..
정민 :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미자 : 그냥 뭐.. 할 수 없는 거죠. 어쩌겠어요..
정민 : (흥분) 어후~ 난요, 아까 걔네 집앞에 가서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드러눕고 난리 쳤잖아요~
미자 : (황당) 에??
정민 : 그래두 안나오길래 에이! 잘 먹구 잘 살아라! 그러면서 걔네집 담벼락에 오줌 막 싸놓구 왔어요.
미자 : (경악, 입 떡 벌어진)
정민 : 왜 그렇게 봐요... 사람 창피하게.
미자 : 창피한 줄은 알아요?
정민 : ... 그럼요.
미자 : 창피한데 아무한테나 막 얘기하고다녀요?
정민 : 얘기 안했는데? 미자씨한테 처음 하는 거에요.
미자 : (???)
정민 : 미자씬.. 왠지 좀 편한 거 같애요.
미자 : (도끼눈) 왜요? 내가 만만해 보여요?
정민 : 이거봐! 이렇게 화도 막 내고.. 지영씨나 윤아씬 안그러잖아요~ 되게 예의차려서 얘기하고..
미자 : 그럼 나는, 매너가 꽝이란 소리에요?
정민 : (웃으며) 아니요~ 이러니까 편하다구요~
미자 : (기가 막힌) 차! 무슨 메조키스트두 아니구..
씬19/ 거리일각 (N/ENG)
미자와 정민, 걷고 있다.
미자 : (훨씬 편해진 듯 수다) 전 둘이 사귀는 줄 몰랐죠~ 괜히 심심해서 전화 한 번 했다가.. 차! 쪽팔려 죽는 줄 알았네.
정민 : (사무적인 톤) 그건 미자씨 잘못이 아닌데? 무슨 사건이든 알고 했는냐 모르고 했느냐가 포인트거든요~
미자 : (정민보고) 이럴 땐 진짜 변호사 같네요.
정민 : 이럴 땐? 그럼 다른 때는요?
미자 : ... 바보같애요.
정민 : 네??
미자 : (웃으며) 농담이에요~ 생각보단 말이 잘 통한다구요~
정민 : (픽 웃고) 원래~ 남자나 여자끼리보다, 남녀 사이가 더 잘 통할 때가 많아요~
서로 다르니까 그대로 인정해주고 이해심도 더 많아지고.
미자 : (걸음 멈춰 의외라는 듯 정민보는)
정민 : 왜요?
미자 : 진짜 생각보다 똑똑하네?
정민 : 차! 나 바보 아니라니까? 나 변호사잖아~
미자 : (웃음나는)
씬20/ 집앞 (N)
정민, 미자를 걸어오는.
미자 : 고마워요.
정민 : 뭘요~ 내가 고맙죠. 미자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미자 : (흐뭇, 멈춰서고) ... 저기요.
정민 : 네?
미자 : 우리 친구할래요?
정민 : (응? 미자보는)
미자 : 편한 친구요~ 심심할 때 이렇게 얘기도 하고..
정민 : (OL) 아 얘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이러면 친구된거지~ 뭘 새삼스럽게 친굴해요? (미자 툭 치며) 거 사람 참 싱겁네!
미자 : (엥?)
정민 : 갈게요. (되돌아가며) 들어가요! 추운데.
미자 : (얼떨떨한 미소)
씬21/ 미자방 (N)
미자, 들어와 침대에 털썩 앉더니 흠~ 다소 만족스러운 듯 눕는다.
미자 : (NA) 정말 오래간만이다. 남자랑 걷고.. 대화하고.. 집에도 데려다 주고.. (옆으로 누우며) 왜 여자친구로 만족 못하고
남자친굴 갖고싶은 걸까? 대리만족? 궁여지책? (다시 돌아누우며) 아- 어쨌든 나한테도 편한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다..
(ON/만세) 야호~
씬/ 동네 전경 (D)
자막 <며칠 후>
씬22/ 대문 앞 (D)
학생1,2,3, 각자 금연 포스터를 부치고 있다. 자신들이 그린 조잡한 포스터다.
뒷짐 지고 서서 감상하는 영옥 영숙 혜옥.
검은 덩어리 밑에 ‘담배는 독약’이라고 쓴 포스터를 보며.
혜옥 : 이건... 뭐야?
학생3 : (기죽어) 폐요. 썩은 거에요.
혜옥 : 너무 난해하다...
애들 포스터 부치는 거 마무리하면.
영옥 : (휘릭) 또 담배 필꺼야?
애들 : ... 아뇨.
영옥 : 피다가 걸리기만 해. (슬리퍼 던져 벗어들고) 알지?
애들 : ... (움찔하곤) 네. / 안 펴요.
영숙 : (달래는) 늙은이 주책이라고 고깝게 듣지는 마. 자네들 기죽일라고 괜히 그러는 거 아냐.
혜옥 : 다~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영옥 : 애들한테 잔소리해야 그게 어른이야. 니들도 이 담에 늙어서 애들한테 잔소리해야 돼. 알았어?
애들 : ...
영옥 : 왜 대답이 없어?
학생2 : (쭈뼛쭈뼛) 우린 안 늙을 껀데요.
할머니 셋, 피식 웃는.
영옥 : 그래. 나도 니들 나이 땐 안 늙을 줄 알았다. 들어와.
애들 : (??, 겁먹는)
혜옥 : 또 때리게?
영옥 : 쓰으~
혜옥 : (찔끔)
영옥 : 들어와 밥 먹구 가. 고기 궈주께. (포즈 주고) 삼겹살...
영옥, 앞 서 들어가면, 영숙과 혜옥, 애들보고 들어가라는데, 애들, 펄쩍 뛰며 정말 괜찮다고 하는.
영옥 : (카랑카랑, OFF) 안 들어와?
말끝나기 무섭게 확 들어가는 애들. F.O
씬/ 동네 외경 (D)
씬23/ 대문 앞 (D)
#영숙과 혜옥, 마당에서 허리 체조하는데, 카메라 담을 타고 넘어가면, 영옥, 대문 앞에서 뒷짐 지고 왔다갔다 한다.
교복입은 어리버리한 학생4, 오는데, 영옥, 지나치는 듯 하면서 그 놈 보며 돈다. 그 놈도 괜히 겁먹어 뒤돌면서 신경전.
그 놈, 겁먹었는지 울컥해서 한마디한다.
학생4 : (억울) 저 그냥 지나가는 거에요!
영옥 : 누가 뭐래 임마? 가아!
학생4 : 씨이... (휙 가는)
#영숙과 혜옥, 체조하면서
영숙 : 거 살살 해요.
혜옥 : 애들 졸다가도 쌍문동 쓰레빠 떴다 그러면 눈 번쩍 뜬대. 살살해.
#영옥 있는데, 학생1,2,3 온다. 영옥을 보자 주눅들어 안녕하세요! 하며 급하게 가려는데,
영옥 : 쓰으~ 각도 봐라!
다시 머리가 땅에 닿게 안녕하세요!하고 후다닥 가는.
영옥 : (보며, 좋은) 오버한다. 90도만 하라니까.
그 뒤로 애들 오는데 깍듯하게 인사하고 가는. 그렇게 지나가는 애들 감시하는 모습에서 코드. F.O.
씬24/ 헬스클럽 (N/ENG) - 에필로그 (스크롤)
F.I. 정민, 대충 운동하는 척하며 어딘가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미자, 다가오며 반갑게 툭 친다.
미자 : 하이 친구!
정민 : (미자에게 눈길도 안주고) 저기요..
미자 : 뭐요?
정민시선 따라가보면 늘씬한 여자, 수그리면서 관능적으로 스트레칭 중.
미자, 약간 깨는 표정으로 정민을 보는.
정민 : 혹시 저 여자 벗은 거 봤어요?
미자 : (엥?? 경악)
정민 : 본 적 없어요?
미자 : 있으면요.
정민 : 그냥 뭐좀 궁금해서.. 저 볼륨(가슴 가리키며) 저거 다 진짠지 그런 거..
미자 : (경악) 변태..
정민 : (정색) 벼 변태?
미자 : (무시하고 가버리는)
정민 : 좀 심하네~ 친구사이에 그런 거 물어볼 수도 있지!
정민, 억울하고 화난 표정이고 미자, 외면하며 운동에만 열중하는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