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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비단수 놓고
흰 바위 가린 솔잎 밤톨 구른 얼음골
능선은 만삭 다된 아지매로 누웠거니
비단에 단풍수 놓자 으앙 우는 산돌이
* 금수산(錦繡山 1,016m); 충북 단양 제천. 능선은 아기를 밴 형국으로 사계절이 모두 고우나, 가을철 단풍이 특히 좋다. 국망봉, 도솔봉과 함께 소백산맥의 기저를 이루며, 단대천(丹垈川)이 발원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약470년 전까지 백암산(白巖山)이라 불렸는데, 퇴계 이황(李滉)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그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고쳐 불렀다. 제2단양팔경의 하나로 삼림이 울창하고, 산정에 오르면 멀리 한강이 보인다. 동쪽 기슭 금수암(錦繡巖)은 높이 3m쯤 되는 흰 바위 위에 붉은 빛의 산·물·구름 등의 모양이 그려져 있어, 일명 화암(畫巖)이라 불린다. 산기슭에는 용소가 있는데, 장마나 가뭄에도 수량이 변치 않아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망덕봉 하산길인 한양지(寒陽地)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을 맛볼 수 있다.(자료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수정)
42. 귀곡성 들려
고개턱 짙은 안개 머리끝 쭈뼛해져
낙엽이 원혼인가 강바람은 휘쟁이춤
선무당 밤산행 말라 귀곡성(鬼哭聲)이 들리리
* 귀목봉(1,036m); 경기 가평, 원래 이름 없는 고지인데, 산인들이 귀목고개 위에 있다 하여, 그렇게 부른다. 남쪽 장재울계곡이 좋다. 험준하지 않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길이 가끔 헷갈리기도 한다. 서투른 산객은 이쪽 산 일대에서 밤늦게까지 산행을 하지 않는 게 좋다.
* 강바람; 눈이나 비는 내리지 않고 심하게 부는 바람을 이름.
* 휘쟁이춤; 호상(好喪. 壽를 다한 죽음)에 상여 나갈 때, 앞가림하는 춤으로 원귀들을 양손 칼로 쳐 정지해주는 것이다. 망나니(휘쟁이) 가면을 쓰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며, 억눌려 온 서민의 한을 후련하게 씻어낸다. 조선시대가무인 검무(劍舞)의 일종으로, 가히 백미(白眉)라 할만하다. 전승여부는 알 수 없다.
* 1985년 12월 월간 《산》 박영래 기자(동반자 이태영 노총각)가 취재한 체험담이다. 1,250m봉 골짜기에서 “아저씨 같이 가요!” 라는 처녀귀신의 소리가 들렸다(下略). 간 큰 나라도 실제로 들었다면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다. 환청(幻聽)인지 메아리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튿날 증언을 채록(採錄)했다. 적목리 가림마을에 10대 째 살아온 박중규 이장으로부터 6.25 한국전쟁 때 “현리에서 퇴각하는 인민군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르는 순박한 화전민 70여 가구 수백 명을 학살했다”라고 전한다. 월간 《山》 1991년 1월호 귀목봉 기사 참조.
* 귀신새; 호랑지빠귀를 이른다. 한밤중 혹은 새벽에 울어 모습을 잘 볼 수 없다. 낮에도 더러 울지만, 깊은 산골이나 음산한 날 들으면 모골이 송연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73(9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43. 하늘재 가인
하늘재 가인이랴 베로 기운 산 돛대
흰 삼대 꽂혔으니 얼 풍수도 맥을 짚나
미끈한 속살 만지면 오줌 찔끔 싸느니
* 포암산(布巖山 962m); 충북 충주, 경북 문경, 백두대간. 암봉이 잘 생겨 등산객이 아니라도, 먼데서 얼른 알아볼 수 있다. 하늘재(525m)를 경계로 월항삼봉(851m)과 이어진다. 산세가 험하여 삼국시대부터 요충지였다. 이 재는 신라 때 북방의 문화를 영남지방에 전해 주던 관문으로, 지금도 성벽이 남아있다. 일명 ‘베바우산’으로 부르는데, 마치 커다란 베를 이어 붙인 것처럼 보인다 하여 지은 이름이다. 또한 희게 우뚝 솟은 바위가 껍질을 벗겨 놓은 삼줄기, 즉 지릅같이 보여서 마골산(麻骨山)으로도 불렀다. 별칭 계립산(鷄立山)이라고도 한다. 월악산, 주흘산, 조령산, 신선봉과 함께 ‘조령5악’중 하나다(자료 일부 디지털충주문화대전에서 발췌 수정). 이 산은 여염(閭閻)집 처녀가 아닌, 의젓한 산중가인(山中佳人)이다.
44. 아홉 폭 병풍
한 줄로 늘어섰네 아홉 폭 녹옥(綠玉)병풍
봉우리 포동포동 묵향마저 그윽한데
빨갛게 물든 감잎도 산수화에 끼웠지
* 구병산(九屛山 877m); 충북 보은, 경북 상주. 호서(湖西)의 소금강인 속리산에서 뚝 떨어져 나와, 마로면 적암리와 경북도계에 위치한다. 수려한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 산으로, 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가을 산행지로 적격이다. 예로부터 보은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을 지아비 산, 구병산을 지어미 산, 금적산(金積山 652m, 미답)을 아들 산이라 하여, 보은 '三山'이라 일컫는다. 보은군청에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1999년 5월 17일 ‘충북알프스’로 출원해,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다. 또한 적암리 산동네의 오래 된 감나무가 일품이다.
45. 덕과 절을 배워
뒷뜰재 북남 가른 산마루 눈빛 다정
띠 두른 남조천(南造川) 가 사인암(舍人岩)은 붉은 주역(周易)
용틀임 바위에 앉아 덕절(德節) 한 수 배우리
* 덕절산(德節山 780.3m); 충북 단양. 소백산과 월악산 사이의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다. 자연학습과 풍수적 가치가 있는 산이라, 능히 덕(어짐, 베품 등)과 절(지조)를 배울만하다. 뒷뜰재는 옛날 하선암이 있는 대잠리 사람들이 단양으로 학교를 가거나, 장을 보러 넘나들던 고개로, 북쪽 두악산(斗岳山 727m)과 가르는 안부(잘록한 부분)가 된다. 이산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산은 부드러운 육산계(肉山系)라, 이름이 서로 바뀐 듯하다. 남동쪽으로 단양8경 사인암(명승 제47호)을 품은 남조천(운계천)이 흐른다.
46. 도를 감춘 산
엄청 큰 시루떡이 바위로 포개지고
심원골 묘터 위는 솔바람 잦아드니
멱 감은 푸른 소(沼)에다 하늘 길을 갈무리
* 도장산(道藏山 828m); 경북 상주 문경. 도를 감춘 오묘한 산이다. 입구 오른쪽 암봉이 예사롭지 않다. 거대한 시루떡이 바위로 포개진 모습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를 이룬 채 솟아있고, 바위 틈새에 들어선 소나무가 바람결에 흩날린다. 푸른 물이 흐르는 계곡은 군데군데 작은 모래사장이 형성되어 있다. 심원골을 가운데 두고, U자 혹은 원형(圓形)산행을 즐길 수 있다.
* 2008년 3월 21일 한 조경업자에 의해,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도장산 표고 724m 지점의 국유림인 명품소나무가 도채(盜採)되었다. 높이 2m, 폭 3m, 수령은 300년(혹자는 100년)으로 추정하며, 시가는 약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2008. 5. 22 연합뉴스 인용)
* 우리에게 천도(天道, 하늘의 길)란 과연 무엇인가?
47. 아홉 학이 날아가
푸근한 흙산이라 참나무 우거져도
아홉 학 비상(飛翔)하니 이 몸도 부운(浮雲)인 걸
산 꼭지 붉바위 타고 주유천하(周遊天下) 즐길까
* 구학산(九鶴山 983m); 강원 원주, 충북 제천. 옛날 산에서 살던 아홉 마리의 학이 사방으로 흩어져 신림의 황학동·상학동·선학동, 봉양의 구학리·학산리, 영동의 황학산, 백운의 방학리·운학리, 송학의 송학산에 각각 한 마리씩 날아가, ‘학’자가 들어가는 아홉 곳의 지명이 생겨났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남쪽과 서쪽은 경사가 가파른 바위지대이며, 중간과 하단부는 울창한 수림지대를 이룬다. (자료 일부 디지털제천문화대전에서 발췌 수정)
* 학(두루미)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새이다. 선학(仙鶴)·선금(仙禽)·노금(露禽)·태금(胎禽)·단정학(丹頂鶴) 등으로도 불린다. 학명은 Grus japonensis이다.
* 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다(孔子). 진리를 깨친 사람은 그만큼 사고의 폭이 넓어져,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고사성어대사전)
48. 옻칠 한 산
대간 길 큰 단풍도 절 넙죽 한다는데
세 냇물 탯줄 기른 갈전곡봉(葛田谷峯) 쓰다듬고
톡 쏘는 삼봉약수로 막힌 가슴 뚫어요
* 가칠봉(柯七峰 1,240.4m); 강원 홍천 인제. 백두대간 분기점인 갈전곡봉(1,204m 방태천, 계방천, 내린천의 발원지)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지릉선의 첫 봉우리이다. 가을 산으로 좋다. 휴양림에서 원점회귀 하는 방법이 있지만, 구룡령(九龍嶺)에서 오르면 장쾌한 마루금을 밟는 재미가 있다. 깊은 숲, 약수, 바람 부는 능선의 멋진 소나무, 수백 년은 넘겼음직한 큰 상수리나무, 맑은 계류는 분명 이 땅의 숲과 산인데도, 딴 세계로 착각케 만든다. 남쪽 자락에는 유명한 삼봉약수터가 있다. 단풍이 마치 붉은 옻칠을 한 것처럼 아름답다 하여, 한자로 가칠봉(加漆峰)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관리소 안내판에는 ‘산의 봉우리가 까칠하고 힘들다 하여’ 불려진 이름이라 돼있다. 원 뜻은 가지가 7개 달린 것처럼, 검고 아기자기한 산이라는 뜻인데, 따지기 뭣해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약수터 서쪽에 응복산(鷹伏山 1,176.7m)이 멀지 않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홍천9경 중 제9경 ‘삼봉약수’(78면) 시조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49. 관세음 웃음
산로(山路) 옆 백금덩이 발 잡아 수작 걸고
키 넘는 퍼런 산죽 마수(魔手)를 뻗혀오니
자비길 따로 없어라 빙긋 웃는 관자재(觀自在)
* 속리산 관음봉(觀音峰 982m); 충복 보은. 문장대 기준 서쪽 능선이다. 이 봉은 속리산의 숱한 암릉 중 백미를 자랑하는 곳으로, 하얀 기암괴석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한 길 넘는 시누대의 날카로운 댓잎이 마냥 거슬린다. 신라 때 구봉산(九峰山)으로 불렀든, 속리산의 9개 봉우리 중, 하나이다.
* 우리네 인생길도 늘 좋은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산길과 마찬가지로 희비영욕(喜悲榮辱)이 교차한다..
50. 학이 노는 산
비탈은 단애인저 격전지 굽어보라
도봉사(道奉寺) 쉰질바위 두루미 즐겨 놀기
임포(林逋) 형 아들을 뺏어 내 종으로 부리리
* 유학산(遊鶴山 839m); 경북 칠곡. 산세가 학이 노는 모습이라 하여, 그냥 학산(鶴山) 또는 유악산(遊嶽山)으로 부른다. 6.25 한국전쟁 때 다부동전투로 유명한 호국의 산이다. 정상부는 완만한 억새밭이지만, 남북사면은 급경사 단애를 이루며, 그 아래로 붕락(崩落)한 암설(巖屑)들이 쌓여있다. 광암천과 한천의 상류 골짜기가 된다. 도봉사(道奉寺) 뒤 쉰질바위(학바위)에 멋들어진 천연암장이 있어, 영남의 바위꾼들로 늘 붐빈다. 칠곡 제1의 명산이다.
*임포(林逋, 송 968~1028); 항주 출신으로 자는 군복(君復), 호는 화정(和靖)이다. 서호의 고산에 은거해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청빈하게 살았는데, 시사서화(詩詞書畵)에 모두 능했다.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아들로 삼을 만큼 사랑했다(梅妻鶴子). 大家 구양수가, “매화를 노래한 모든 시 가운데 최고의 절창”이라고 격찬한, 임포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중, 함련(제3·4구), 경련(제5·6구)만 소개한다.(필자 졸역)
疏影橫斜水淸淺 (소영횡사수청천); 맑은 물에 비스듬히 앙상한 가지 뻗어 있고
暗香浮動月黃昏 (암향부동월황혼); 황혼녘에 아스라이 은은한 향기 풍겨오네
霜禽欲下先偸眼 (상금욕하선투안); 하얀 새가 앉고 싶어 눈길 먼저 슬쩍 주고
粉蝶如知合斷魂 (분접여지합단혼); 흰나비가 안다면 넋을 놓고 보겠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463(34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51. 봉황의 뱃속
봉황의 뱃속이니 길 찾기 쉽지 않아
시누대 밟고 지나 산나물 지천인데
어둔내 와폭(臥瀑)을 올라 붉은 볏을 따리오
* 봉복산(鳳腹山 1,022m); 강원 횡성. 봉황을 닮았다. 들머리 동네인 신대리는 시누대(신대)가 많아 붙인 지명이다. 지능선도 아예 ‘산죽능선’이라 한다. 좌우로 두 골이 있는데, 동쪽은 한남대계곡(봉복사 경유)이고, 서쪽은 어둔내계곡인데, 그기 와폭(臥瀑-누운 폭포)이 멋지다. 일반적으로 두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며, 은행잎을 닮은 원점회귀 동선(動線)이 된다. 산 뒤쪽 봉복샘은 유명한 섬강의 발원지다. 일명 화채봉(花彩峰), 또는 봉복산(奉福山)으로도 부른다.
* 졸저 『山中問答』 산악시조 제1집 105면. 164면. ‘꽃 한 송이 원망’ 화채봉 시조 참조. 2001. 6. 10 발행. ㈜도서출판 삶과꿈.
52. 용은 춤추고
삿갓재 한 식경 쯤 부처님 그림자가
파랑새 지저귀고 약초향 그윽한데
안개가 잔뜩 낄 때는 붉은 용이 춤추지
* 무룡산(舞龍山 1,492m); 전북 무주, 경남 거창. 백두대간 덕유능선으로, 용이 춤추는 형국이다. 북쪽 동엽령에는 원추리 등 산야초가 흐드러지고, 남쪽의 삿갓재가 그리 멀지 않다. 최근 그 일대에 나무계단이 많이 설치 된 것으로 보인다. 일명 불영봉(佛影峰)이라 한다.
* 한유(韓愈) 잡설(雜說) 1. 용
龍噓氣成雲(룡허기성운) : 용이 기를 내뿜어 구름을 이루는데
※噓氣:기운을 내뿜다. 숨을 밖으로 보내다 (불 噓)
雲固弗靈於龍也(운고불영어룡야) : 구름은 본래 용보다 신령한 것은 아니다.
※固:본래, 원래.
然龍乘是氣(연룡승시기) : 용은 구름을 타고
茫洋窮乎玄間(망양궁호현간) : 넓고 넓은 창공에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茫洋:끝없이 넓은 모양.(아득할 茫) ※窮:극에 달하다. 끝까지 도달하다. ※玄間:하늘
薄日月(박일월) : 해와 달에 가까이 다가가
※薄:가까와 지다. 가까이 다가가다.
伏光景(복광경) : 그 빛을 가리기도 하고
※伏:숨기다. 가리다. 은닉하다.. ※光景:빛. 광휘
感震電(감진전) : 천둥과 번개에 감응해서
神變化(신변화) : 신묘하게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神:신묘하다. 신비하다.
水下土(수하토) : 빗물이 되어 땅에 떨어져
※水:빗물
汩陵谷(율릉곡) : 언덕과 골짜기를 잠기게 할 수 있으니
※汩:물이 흐르는 모양, “여기서는 물에 잠기다”(물 흐를 율)※:陵谷:언덕과 계곡
雲亦靈怪矣哉(운역령괴의재) : 구름 역시 신령하고 괴이하다고 할 수 있다
※靈怪:영묘하고 괴이하다.
龍之所能使爲靈也(운룡지소능사위령야) : 구름은 용이 신령스럽게 되도록 한 것이지,
若龍之靈(약룡지령) : 이 용의 신령함은
※若:이, 그(대명사)
則非雲之所能使爲靈也(즉비운지소능사위령야) : 구름이 신령스럽게 되도록 한 것이 아니다.
然龍弗得雲(연룡불득운) : 그러나 용이 구름을 얻을 수 없으면
無以神其靈矣(무이신기령의) : 그 영을 신령스럽게 할 수 없다.
失其所憑依(실기소빙의) : 용이 의지하는 구름을 잃는다니
※憑依:의지하다. 영혼이 옮겨 붙다.
信不可歟(신불가여) : 정말 믿을 수 없어라
※信:정말로
異哉(이재) : 기이하도다.
其所憑依(기소빙의) : (용이 자신이) 의지하는 것은
乃其所自爲也(내기소자위야) : 곧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다.
易曰(역왈) : 역경에서 이르기를
雲從龍(운종룡) : “구름이 용을 따른다.”하였는데
旣曰龍(기왈룡) : 이미 용이라고 말하였으니
雲從之矣(운종지의) : 구름은 용을 따를 것이다.
(다음블로그 ‘달곶등대의 기다림’ 당송팔대가 산문 2016. 5 .2에서 인용)
53. 흰 산은 꽃제비
동엽령 원추리꽃 근심을 잊게 하고
아득한 칠연계곡 푸른 선녀 목간할 제
희멀건 바위봉우리 꽃제비가 쪼그려
* 덕유산 백암봉(白岩峰 1,503m); 전북 무주, 경남 거창. 백두대간. ‘송계삼거리’라 표기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북쪽은 중봉을 지나 향적봉으로 연결되며, 동쪽은 지봉(못봉 1,302.2m)과 빼재(수령, 신풍령)로 이어지는 대간길이다. 남쪽은 이 땅에서 가장 화려한 원추리밭 동엽령에 이르고, 서남쪽 안성지구는 짙은 칠연계곡이 있다. 산세는 갈림길에서 구걸하는 거지모습이다.
* 꽃제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어 ‘코체비예’(кочевье 유랑, 유목), ‘코체브니크’(кочевник 유목자, 방랑자)에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유력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어원과 등장시기가 확실치는 않다. 1985년 이후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널리 사용되었고, 1990년대의 북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위키 백과)
* 《동방문학》 제84호 꽃 테마 시.
54. 촐랑댄 촉새
송림은 싱그럽고 뚝깔꽃 정겨운데
물 넘친 천은계곡 산쟁이 알탕 하자
촉새가 지껄여대니 천근(斤) 산이 꼬집어
* 촉새봉(984.8m); 강원 원주, 충북 제천. 산 모양이 촉새부리처럼 뾰족한 형태를 이루고 있어 그렇게 부른다. 원래지명은 불영대산(佛影臺山)이다. 왜정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십자매(十姉妹) 새를 상징해, 십자봉(十姉峰)으로 불렀다. 최근 들어 산 모양이 십자가처럼 솟았다 하여, 일부 종교인들은 다른 뜻의 십자봉(十字峰)으로 고쳐 부르기도 하는데, 둘 다 지명이 왜곡된 것이다. 북서쪽 천은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피서산행지로 알맞다. 실제로 산은 가벼운 이름과 달리, 꽤 무거운 편이다. 산길에는 뚝갈꽃 군락이 위풍당당해, 마치 흰 구름을 깔아놓은 듯하다.
* 뚝갈꽃;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퀴퀴한 냄새가 난다. 산야의 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가 대략 1.5m이다. 전체에 흰색의 짧은 털이 빽빽이 나며, 밑 부분에서 가늘게 기는 가지가 나와 땅속 또는 땅 위로 뻗으며 번식한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가을까지 피고, 가지와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건과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으로, 둘레에 날개가 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패장(敗醬)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열로 인한 종기와 맹장염의 소염·배농작용을 하고, 어혈로 인한 동통에 효과가 있다.(자료 다음블로그 ‘야생화 숲’에서 인용, 2015. 9. 10)
* 알탕은 계곡 등에서 ‘벌거벗고 몸을 씻는 것’을 말하는, 산꾼들의 은어(隱語)이다.
* 촉새처럼 나불거리는 일부 정치인이여! 수만 근의 청산처럼 무거운 입을 지녀라!
55. 반짝인 모래성
충주호 바라보며 순한 맘 길렀는가
쇠말뚝 박아놓아 산 혈맥 끊었다지
절경에 가렸다 해도 모래성은 반짝여
* 사봉(沙峰 887m); 충북 단양. 소백산맥의 지능선으로, 명봉인 제비봉(721m)의 모산(母山)격이다. 충주호를 끼고 있으며, 주위에 단양8경 중 4개경이 있다. 정상에는 왜정시대 때, 조선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이 한반도의 쓰라린 역사를 대변한다. 신빙성이 없지만, 잠정 수용키로 한다. 책 발간 후 수정함(필자 주). 절승인 구담봉과 옥순봉에 가려 빛이 바래진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산음가 제24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56. 손등에 앉은 제비
청풍호 다 안으면 설마동 섭섭할 터
붉은 옥 눈부셔라 고사목과 대작할 쯤
날렵타 제비 한 마리 내 손등을 쪼느니
* 제비봉(732m); 충북 단양. 이름만으로도 얼른 가늠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북쪽으로 청풍호(충주호) 조망이 뛰어난 단양의 명산이다. 부채살처럼 퍼진 산릉이 마치 제비가 하늘을 나는 형국이다. 바위가 홍옥처럼 반짝이고, 산, 호수, 계곡. 단풍 등이 조화의 미를 이룬다. 호수로 유입되는 서쪽의 설마동계곡이 좋다. 정상부근의 고사목도 멋있다. 보통 사봉(887m)과 연계해 등산한다.
* 충주호를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실은 후자가 더 운치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95번(369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57. 병사의 함성
오지에 갇힌 두메 여래(如來) 드신 곤드레밥
피 묻은 이끼 바위 세월에 씻겨가도
병사들 우렁찬 함성 청류 따라 흐르네
* 병무산(兵武山 998m); 강원 횡성 갑천. 명경지수가 흐르고, 산나물의 제왕 곤드레가 많이 자란다. 이산과 발교산에서 발원하는 병지방(兵之方) 계곡은 횡성에서 가장 오지(奧地)에 속한다. 이 계곡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데, 지명은 신라 박혁거세 군(軍)에 쫓기던, 진한(辰韓) 태기왕의 수하 병졸들이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된다. 갑천(甲川)이라는 이름도 그때 왕이 피 묻은 갑옷을 계천(桂川)에서 씻었다는데서, 비롯되었다.(월간 《산》 제525호 2013. 8월 박영래 기자)
* 한자는 兵無山으로 표기하는데, 오기(誤記)로 보인다.
58. 수레를 타고
박쥐굴 어디 갔나 능선은 공깃돌이
된비알 고얀 녀석 몽혼(夢魂) 주사 찌른 버섯
삐거덕 상여바위가 이 몸 실어 나르네
* 수레의산(679m); 충북 음성. 이름이 특이한 산이다. 음성(陰城)의 진산으로, 본명은 차의산(車依山)이다. 상여바위(병풍바위)에서 유래되었다. 능선에 박인 잔돌들이 자꾸 발에 걸린다. ‘전설의 샘은 보았으나, 박쥐굴은 보지 못했다. 표고 600m 이상과, 서쪽 계곡 400m 이상의 사면에는 신갈나무군락이 형성되었다. 가끔 독버섯이 눈에 띤다.
59. 백마 탄 무사
암봉은 장엄하나 뺀질이 중머리라
오름짓 조심하오 사타구니 찢길 터
철갑옷 입은 무사여 백마 타고 나오소
* 희양산(曦陽山 998m); 경북 문경, 충북 괴산. 옛날 사람들은 이 산을 보고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오는 형상‘이라고 했다. 지증대사가 한복판 계곡으로 들어가 지세를 살피니,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져,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 하고, 계곡물은 백 겹의 띠로 둘러,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라며 감탄한 산이다. 남쪽자락에는 음력 초파일을 전후한 약 한달 가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조계종 특별수도도량인 봉암사(奉巖寺)가 있다. 한국100명산이다.
60. 주목은 글썽이고
쌓인 눈 밟는 재미 스키 객(客) 같은 눈길
연 쪽빛 하늘에다 궤적 그린 항공기
삭풍이 뺨을 때릴 제 앳된 주목(朱木) 글썽여
* 발왕산(發旺山 1,458m); 강원 평창.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겨울하늘에 항공기가 그려내는 궤적은 환상적이다. 산정에 올라서면 사방이 일망무제(一望無際)다. 옛날 도승이 이 산에 팔왕(八王)의 묘자리가 있다 하여, 팔왕산으로 불리다가 변하여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 이 산에는 1997년 11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고시된 주목군락지가 있다. 평균임령 70년, 수고 6∼16m, 경급 22∼26㎝ 외, 최고령주목 260본을 비롯하여, 전나무와 기타활엽수가 생육하는 천연림이다. 동쪽과 서쪽 사면에서는 송천과 오대천이 각각 발원한다. 전국 최대를 자랑하는 용평스키장은 199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위시해, 각종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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