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18일
은행나무잎
동방에서 건너와 내 정원에 뿌리내린
이 나뭇잎엔
비밀스런 의미가 담겨 있어
그 뜻을 아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오.
둘로 나누어진 이 잎은
본래 한 몸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에 답을 찾다
비로소 참뜻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는가.
내가 하나이며 또 둘인 것을
200여 년 전인 1815년 가을날, 독일 시인 괴테는 한 여인에게 사랑의 시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지에 노란 은행잎 두 장도 붙였다. 예순여섯 살 시인의 표정은 사춘기 소년 같았다. 얼마 뒤 그녀에게서 화답 시가 도착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안네 빌레머, 서른한 살의 유부녀였다.
괴테는 그녀에게 은행나무를 보여주었다. 은행나무잎을 유심히 보라면서 비밀스러운 의미를 설명했다.
“이 나무의 잎은 특별해요. 아직 어린나무일 때는 부채꼴에 나 있는 절개선이 거의 보이진 않지만, 시간이 지난 뒤 가지를 보면 절개선이 있는 잎이 많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두 개의 잎인 것처럼 보이지요,” 시인은 둘로 갈라진 은행잎에서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의 합일을 발견했다.
10월 하순의 은행나무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괴테의 시가 생각나서 떨어진 은행잎을 주어서 유심히 들여다본다. 노랗게 물이 든 은행잎을 편지지에 붙여서 나도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은행이 거리에 떨어져서 오가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피해서 다닌다. 고약한 냄새로 인해서 사람들이 꺼린다.
노랗게 물든 가로수길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시를 적은 은행잎을 코팅해서 벗들에게 보낸 추억이 떠오른다. 은행잎을 모아서 상자에 가득 넣어서 우체국에 가서 소포로 보낸 추억도 가을이면 찾아온다. 누군가의 추억 속에 살아가는 일은 너무도 소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