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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진리를 굳게 믿으며 룰루랄라 울산 큰애기야시장으로 간다. 큐브스테이크부터 해물삼합까지 무려 36가지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소문에 어제저녁부터 굶었다. 지글지글 불쇼, 황홀한 냄새. 무얼 먹을까 잠시 고민하는 동안 현기증이 난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눈과 입이 즐거운 야시장 먹방 타임
어느 것을 골라도 베스트! 36가지 골라먹는 재미
울산 야시장이 대박 났다. 지난해 11월 11일에 문을 연 지 100일 만에 146만여 명이 다녀갔다. 그 이유를 파헤쳐보고자 울산으로 달려갔다. 야시장의 이름은 울산큰애기야시장이다. '울산 큰애기'는 1960년대 가수 김상희가 불러 국민가요 반열에 올랐던 노래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 삼돌이가 예쁜 서울 아가씨보다 복스럽고 다정한 울산의 아가씨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울산큰애기야시장에 가는 길도 노래처럼 복스러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신이 나고 설렌다.
[왼쪽/오른쪽]'울산 큰애기' 노래와 함께 사람들이 몰려드는 저녁 7시 /
울산큰애기야시장이 열리는 곳은 중앙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이 문을 닫고 나면 7시부터 야시장으로 변신한다. 7시가 가까워지자 판매대들이 줄지어 나타나서 순식간에 골목길에 늘어서고, 하나둘 불을 밝힌다. 정각 7시가 되자 '울산 큰애기'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 큰애기~♪" 신나고 정겨운 노래가 끝나자 골목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꽉 찬다.
야시장은 골목이 모두 3개다. 길이 390m에 모두 36개의 판매대가 들어선다. 그렇다. 36개다! 놀라운 건 36개 판매대가 모두 다른 음식을 판다는 사실! 군것질 거리는 물론 양식 한식 중식 그리고 디저트까지 끝이 없다.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상인들도 웃음꽃 활짝 [왼쪽/오른쪽]면과 빵을 한 방에 즐기는 치즈야끼소바빵 / 침샘 폭발 하나야끼
처음부터 곤욕이다. 삼겹살로 야채를 감싸 안은 통삼겹말이가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간다. 토치로 불을 입히자 불 향을 머금은 육즙으로 통통해지면서 침샘을 폭발시킨다. 이번에는 모차렐라치즈라면핫도그다. 흔한 핫도그는 잊어도 좋다. 핫도그가 라면 옷을 입었다. 한입 깨물면 고소하고 바싹한 라면 맛에 놀라고, 쭉쭉 늘어지는 치즈 맛에 반한다. 통삼겹살이 들어간 삼겹살김밥도 불티나게 팔리고, 꼬치집 앞도 장사진이다. 면과 빵을 한 방에 즐길 수 있는 치즈야끼소바빵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통통 육즙 품은 통삼겹말이 [왼쪽/오른쪽]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맛과 비주얼의 해물삼합 / 겉은 바싹한 라면, 속은 쭉쭉 늘어지는 치즈로 채운 모차렐라치즈라면핫도그
수육에 묵은지를 올리고 그 위에 새우, 전복, 낙지를 골라 올려 먹는 해물삼합은 눈과 입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손님이 고른 새우와 전복이 철판 위에 올려지고, 화려한 불쇼가 펼쳐진다. 손님들은 너도나도 신기한 불쇼를 핸드폰에 담기 바쁘다. 쫄깃한 수육, 새콤매콤한 김치, 그 위에 신선한 해산물의 만남. 맛도 비주얼도 고급 레스토랑급이다. 큐브스테이크집에도 불쇼가 한창이다. 큼직한 큐브 모양의 소고기가 불 속에서 온몸을 불사른 다음 치즈 두른 소시지와 함께 손님들을 유혹한다. 딸기 쏘옥 품은 와플과 전구소다는 여심을 저격하고, 커다란 꼬치는 아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화려한 해물삼합 불쇼 [왼쪽/오른쪽]여심 저격 와플 / 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왕꽈배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끼우동에 짬뽕에 탕수육까지 중식도 맛볼 수 있다. 얼큰한 칼국수는 면성애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막 튀겨져 나온 왕꽈배기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빨간오뎅' 역시 허리띠를 푼 지 이미 오래지만 안 먹으면 섭섭하다.
웃음 끊이지 않는 먹방 데이트
울산큰애기야시장의 인기 비결
36가지 먹거리마다 베스트인 이유가 있다. 요리 전문가와 호텔 주방장이 포함된 심사위원들이 심사숙고하여 뽑은 지원자를 시민평가위원들의 품평회를 거쳐 높은 점수를 받은 36인이 최종 선정된 까닭이다. 뽑힌 36인의 면면을 살펴보니, 패밀리 레스토랑 출신 셰프도 있고, 요리학원 선생님도 있고, 장래에 해외에 나가 한식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지닌 젊은이도 있다.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은 쉼터다. 1구간과 2구간을 연결하는 공간에 멋진 쉼터가 있다. 판매대에서 산 음식들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티슈까지 준비해 두었다. 음악다방도 야시장의 흥을 돋우는 데 한몫한다. 1980년대에 유행한 음악다방처럼 디제이가 선곡한 음악을 틀어주고, 사연을 보내면 달달한 목소리로 읽어준다. 음악다방은 평일 저녁8시부터 9시까지, 주말에는 10시까지 진행한다. 주말에는 버스킹과 다양한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궂은 날씨에도 끄떡없다. 전국에서 가장 길다는 아케이드 시설 덕분이다. 야시장이 쉬는 월요일을 빼고는 무조건 열린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된다.
[왼쪽/오른쪽]중식 일식 한식에 디저트까지 없는 게 없다. / 깨끗하고 편안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쉼터 [왼쪽/오른쪽]신청한 곡을 들을 수 있는 음악다방 / 전국 최장 아케이드가 있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끄떡없다
시계탑에서 추억길까지 원도심 투어 재미는 덤
시장 주변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옛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원도심이다. 영화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원도심 골목은 감동과 재미가 있다. 큰애기길, 추억길, 읍성길 모두 3코스로 엮어졌다. 그중에 시계탑에서 문화의 거리를 지나 똑딱길과 청춘고복수길 그리고 젊음의 거리로 이어지는 추억길이 인기가 많다. 야시장 2구간을 빠져나오면 커다란 시계탑이 보인다. 시계탑은 프라하의 천문시계처럼 울산의 랜드마크다. 시계가 귀한 시절이던 1966년에 만들어졌다. 매 시간 정각이 되면 기적을 울리며 증기기관차가 돔을 한 바퀴 도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시계탑을 지나면 문화의 거리로 이어진다. 수십 개의 갤러리와 창작소 그리고 소극장이 들어서 있고, 일본식 정원이 예쁜 옛 학성여관은 마로니에라는 간판을 새로 달았다. 마로니에를 지나면 좁디좁은 똑딱길로 이어지고, 타향살이로 데뷔한 가수 고복수를 기념하는 고복수길로 연결된다. 재미있는 벽화와 소소한 조형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울산의 랜드마크 시계탑 [왼쪽/오른쪽]영화의 한 장면 같은 원도심 골목 산책 / 추억길을 걷다 만난 조형물
글, 사진 : 유은영(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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