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하얼빈
장소 : CGV 피카디리 5관(종로 3가역 2-1번 출구부근)
시간 : 15시 20분~17시 25분(뒤풀이, 송년회는 저녁 8시 즈음에 끝났음)
함께 해주신 사람들 : 아사달 통사님, 량세진 통사님, 청년위원장 김연우 통사
짧은 평가 : 「영웅」부터 본 뒤 봐야 리해가 쉬움. 한번은 볼만함. 대신 큰 기대는 버릴 것.
소감 : 사실 난 「하얼빈」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재작년에 본 「영웅」 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서 성에 안 찼을 수도 있다.
력시넷 송년영화로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볼 것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아사달통사님의 제안으로 하얼빈을 보기로 결정하였다. 작품을 론의할 거면, 적어도 1번은 봐야 하지 않을까?
무려 첫 장면이 의병들과 일본군의 전투였는데, 팔다리는 물론이고 목 날아간 시신들도 려과 없이 보여줬다.
중~고등학생 때 인터넷에서 본 의병들 작두 처형, 참수 사진을 고려하면 이 부분은 고증 잘 했다. 그런데 잔인하거나 끔찍한 장면을 못 보거나 심약하신 분들에겐 힘들 수 있겠다고 느꼈다. 보기 힘든 거 맞다. 하지만 이건 보기 힘들어도 알아야 한다.
안의사님 및 다른 의병들이 '동지', '투쟁'을 당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동지'란 '운동'을 같이 진행해 나가는 사람들을 일컫고, '투쟁'이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그런데 현대의 우리나라에서 '동지',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
이 또한 잔존한 일재 잔재에 의해 개개인이 파편화되고, 서로를 경쟁 상대로 보는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다.
초반부의 전투 고증, '동지', '투쟁' 단어를 자주 비추어 준 것은 좋았으나, 몇몇 인물들의 대사가 아쉬웠다.
특히 이토가 "조선은 어리석은 왕들과 부패한 유생들의 나라다. 허나 백성들이 골치다. 그들은 받은 것도 없는데 이상한 힘으로 저항한다." 라고 말하는 장면은, 최근 인터넷에서 류행하는 짤방인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도 없으면서 위기가 닥치면 떨쳐 일어나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진 민중들이 화답하여 일어나 싸웠다'를 생각나게끔 한다.
동학, 3.1혁명, 5.18, 6월 항쟁, 광우병 초불, 바끄네 탄핵, 그리고 지금의 응원봉 초불, 며칠전의 남태령 밤샘집회.
거슬러 올라가면 다 맥을 같이하고 있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는 없는' 민중 하나하나가 모여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물론 이토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영화가 나온 시기를 고려하면 요즘 시국의 분위기에 화답하기 위해
인터넷에 있는 그럴듯한 말들을 '적재적소같은' 장면에 적당히 붙여넣기했다는 느낌이라,
함축한 주제의식에 비해 대사가 얄팍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초불이 앞으로 가야할 길, 일본 사회의 병폐(사회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썩어가는 것)도 분명히 말하고 있고, 초반부에 '안의사님이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군인 모리를 놓아준 것',
동지였던 김상현이 밀정이 되는 과정과 그 행적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주고 있다.
안의사님이 모리를 놓아줬을 때, 왜 놓아줬냐는 리창섭의 심정도 리해가 되었고,
(잘한 건 아니지만)대부분의 보통 사람이었으면 김상현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실적이라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인물상이다.
아마 나였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리창섭이 모리(초반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본 군인)에게 "너는 이등의 암살은 관심없냐. 왜 자꾸 안중근 얘기만 하냐"
라고 하는 장면은, 윗사람들을 바꿔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고, 다른데 탓을 돌리는 일본 사회의 병폐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이 들고 일어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저 명령만 따르고 '어쩔 수 없다'며 변명할 뿐이니
사회가 고여서 썩어가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이 영화에 대해 악플을 달고 있을 일본인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상현은 잡혀서 가스실험을 당하다 끝내 시키는 대로 다 불어버렸고, 굴욕적으로 고기를 받아먹는다.
서구식 스테이크였겠지만, 그가 받아먹는 고기가 항일 의병들의 것(인육) 처럼 느껴져서 몹시 소름끼쳤다.
그리고 모리는 마지막에 김상현에게 김구에게 접근하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김상현은 모리를 살해한다.
죽기 싫어서 밀정을 택했지만, 그도 결국에는 동지들에 대한 죄의식, 마음 밑바닥에 남은 량심의 소리에 공명하였을 것이다.
중간에 나온 "독립운동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독립운동 한다는 것들이 배포가 이래서야 되겠냐"는 말은
지금의 초불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조선총독부에 폭탄 던지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의 초불 행진은 소꿉놀이 맞다.
부스 신청, 탄핵노래자랑, 돌아다니며 전단지 뿌리고 서명운동 홍보하고 새참 사먹기.
시민자유발언 및 사회자의 규탄발언, 행진하고 구호외치고 끝.
집회는 신나야 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더 거세져야 한다. 윤깡통 퇴진, 탄핵, 파면, 빨간당 해체 다 좋지만
윤깡통 사형, 김거니 사형, 문제의 105인 국적박탈 도 적극적으로 외쳐야 한다.
첫댓글 "그가 받아먹는 고기가 항일 의병들의 것(인육) 처럼 느껴져서 몹시 소름끼쳤다."
적들에게도 가소롭게 보이는 것이 밀정입니다.
동감되는 구절입니다.
죽기 싫어서 력사도 령혼도 다 버렸으니, 우습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대에게는 민족반역자로 기억될 것이고 자업자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