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2018. 6. 1. 선고 2017구합1591 판결
[살아있는자의장기이식대상자선정불승인취소] 항소[각공2018하,496]
【판시사항】
갑이 신장이식이 필요한 을과 자신이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며 국립장기이식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을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이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업무안내서의 규정에 따라 갑의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내지 재량준칙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행해진 위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신장이식이 필요한 을과 자신이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며 국립장기이식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을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질병관리본부장이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업무안내서의 규정에 따라 갑의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과 함께 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 및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은 타인 간 장기기증에 대하여 법령에 근거가 없는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라는 새로운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을 추가하고 있으나 이는 규정 형식이나 내용에 비추어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규칙 내지 재량준칙에 불과하여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처분이 적법한지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규칙이 제시한 기준만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기준, 곧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장기매매 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처분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 등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행해진 위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행정소송법 제27조
【전 문】
【원 고】 원고
【피 고】 질병관리본부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샘 담당변호사 이승민)
【변론종결】
2018. 4. 27.
【주 문】
1. 피고가 2017. 9. 20. 원고에 대하여 한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와 소외인은 2012년경 같은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서로 알게 되어, 그 이후 산악회 활동을 같이 하는 등 친분이 있는 사이이다.
나. 소외인은 신장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오던 중 그 질환이 악화되어 ○○대학교병원으로부터 2017년경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다. 원고는 2017. 6. 29. 국립장기이식기관인 피고에게, 소외인과 자신은 내연관계라고 주장하며 소외인에게 신장을 기증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신청을 하였다.
라. 피고는 2017. 9. 2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이라고 한다)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 업무안내서의 규정에 따라 원고의 위 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업무안내서(15.2.)에 의하면 “타인 간 이식대상자를 지정하여 기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기증자와 이식대상자 당사자 간 관계가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와 진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 후 승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불륜관계를 사유로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을 신청하였는바, 위 규정에 근거하여 장기를 기증하고 이식받을 정도의 불륜관계라고 인정을 하기 위해서는 ① 사실혼에 준하여 함께 거주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부부 또는 연인관계로 인정될 정도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거나 ② 두 사람 간의 불륜관계로 인하여 각각의 부부관계가 파탄 또는 파탄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을 감수하면서까지 두 사람 간의 진정성이 느껴지거나 ③ 평소 부부관계가 법적인 의미의 부부일 뿐 사실상 부부로서의 의무준수 등의 의미가 없어 법적 배우자보다 다른 이성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인정될 정도의 관계여야 합니다. |
원고 등이 제출한 통신기록 등으로 판단컨대, 원고와 소외인 두 사람의 관계로 인하여 소외인의 가정생활에 최소한 외견상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외인이 원고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보기에는 관계 자료가 미흡하여 불승인함을 알려드립니다. |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제시한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고, 피고는 장기이식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처분사유를 제시하며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의 법률위임원칙 위배 여부
장기이식법 제26조 제3항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제11조 제4항에 따른 16세 이상의 장기등기증자와 20세 미만인 사람 중 골수를 기증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장기등의 이식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의 가족에게 골수를 기증하려는 경우 외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미리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여 위임근거를 두고 있다. 이러한 위임에 따라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는 ‘장기등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아니하여 법 제7조에 따른 금지행위(장기등의 매매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시행규칙의 규정 자체가 법률의 위임 없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가 제시한 처분사유가 법령에 근거 있는 것인지 여부
가) 장기이식법과 그 시행규칙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장기등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아니하여 장기등의 매매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식대상자 선정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고가 장기이식법 시행규칙과 함께 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는 타인 간 장기기증(타인지정)의 대상을 ‘고교동창, 사실혼 부부 등과 같이 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오랜 기간 친분관계가 있어 기증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2017. 11. 5. 질병관리본부고시 제2017-8호) 제4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런데 위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 및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은 타인 간 장기기증에 대하여 법령에 근거가 없는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라는 새로운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을 추가하고 있는바, 이는 그 규정형식이나 내용에 비추어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규칙 내지 재량준칙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 ‘살아있는 자의 장기이식 업무안내’의 규정은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장기이식법과 그 시행규칙이 제시한 기준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다) 그런데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제시한 것은 장기이식법 및 그 시행규칙에서 전혀 근거를 찾을 수 없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자신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점 이외에 장기이식법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의 기준, 즉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장기매매 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무런 처분사유를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위 사유만으로 행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처분사유의 추가 허용 여부
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유무는 처분사유를 법률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착안하여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와 같이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행정처분의 상대방의 방어권을 보장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구현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고, 추가 또는 변경된 사유가 당초의 처분 시 그 사유를 명기하지 않았을 뿐 처분 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당사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여 당초의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두12629 판결 등 참조).
나) 피고는 원고와 소외인의 내연관계 유지 자체가 장기이식법 제7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그 밖의 반대급부에 해당할 수 있다거나, 원고와 소외인이 실제로 내연관계인지 알 수 없고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으리라는 충분한 의심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장기기증이 사실상 장기매매로 의심된다는 사유는 위에서 본 이 사건 처분사유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방창현(재판장) 고영식 함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