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살아야만 하는 여인의 팔자
조선 초기에 강원도 원주에 김생원이라는 사람이마음씨 고운 아내와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비록 큰 부자는 아니어도먹고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땅도 있었으므로 별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남에게는 말 못하는 고민이 있었다그것은 평소에는 자상하고 아내를 아껴주던
남편 김생원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내를 때리는 것이다
이것이 어쩌다 그러는 것이 아니고 술만 먹었다하면 아내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때리고는 정신없이
누워 자는 것이다
아내의 몸은 하루도 성할 날이 없이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다 요즘 같으면 당장 이혼에다가 폭행혐의로
남편은 구속감이지만 이들에겐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술에서 깨어나면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모르고
무의식 상태에서 난동을 부렸다면서 아내의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고 주무르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는 것이다
아내도 남편의 이 행동을 병이라고 생각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뿐이다
용한의원을 찾아 처방도 받아보고 약을 먹기도 하였으며이름 있는 무속인을 찾아가 굿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 보았지만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김생원은 술을 될 수 있는 한 먹지 않으려 하였으며꼭 술을 먹어야 하는 날은 아내는 미리 두툼한 옷을
입고 매 맞을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김생원이 친구의 잔치에 가는 것을 보고아내는 집에서 미리 맞은 준비를 해놓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대문 밖에서 목탁치는 소리가 들려 대문을 열어보니 노스님 한 분이 염불을 하며 시주를
왔다고 한다
아낙은 안으로 들어가 제일 좋은 쌀을 담아와 스님의 바릿대에 담아주고 공손히 합장을 하였다
스님은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들더니 깜짝 놀란다
별로 화장하지 않아도 이목구비가 잘생긴 얼굴에다가 집안에서 제일 좋은 쌀을 시주하는 마음씨
고운 이 여인의 모습이 무언가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본 것이다
스님은 돌아서려 하는 여인을 다시 불러 걱정거릴 이야기 해 보라고 한다
그러나 여인은 말을 하지 않는다
스님은 여인이 말을 하지 않자 짐작가는 대로 이야기를 해 보다
혹 남편께서 매질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 본다.
그래도 여인은 말을 하지 않자 남편은 지금 어 갔는지 물어 본다.
그제사 여인은 입을 열며 친구의 잔치에 갔다고 말을 한다
스님은 당부의 말을 한다
남편이 들어오면 오늘도 매타작을 시작할 터인즉 보살께서 고운 쌀을 정성스럽게 시주를 해 주시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지금 ,당장에 집 안팍을 말끔히 치우시고 손에 들고 때릴 만 물건들은 모두
치우라고 이른다
그리고 다만 한가지의 목화를 따서 말린 가지묶음을 큼직하게 한 다발 묶어서 마루 귀퉁이에다가 세워
두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며 일러 준다
그리고 남편의 그 매질하는 버릇이 없어지면 부처님의 높으신 은덕이니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당부를 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아들도 얻을 것이며 상세한 말은 내년 이맘때 쯤 다시 올 터인 즉 오늘처럼 좋은 쌀로
시주를 하라며 떠났다
노승이 돌아간 후 아내는 저녁을 지어놓고는 밥을 먹을 생각도 않고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노승이 시키는 대로 때릴 만한 것은 모두 치우고 다만 목화말린 다발만 크게 묶어서 마루귀퉁이 세워
두었다
잠시 후 남편이 들어오는 기척이 나는데 온갖 욕설과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횡설수설하면서 때릴
것을 찾다가 손에 집히는 것이 없자 온갖 욕설을 하며 중얼 중얼 사방을 찾다가 간신히 목화다발을
찾아들고는 방안에 들어와 아내를 때리기 시작한다
아내는 노스님의 말을 떠올려 본다 모든 일이 잘 풀릴려면 실컷 맞아야 한다고 . .
아내는 두 손을 깍지 낀 체 머리를 감싸고 앉아서 한마디의 대꾸나 반항 없이 실컷 맞고 있었다
목화다발이다 보니 푹석푹석 소리만 요란할 뿐 아플 리가 없었다
아내가 꿈쩍도 않고 맞으니 남편은 더욱 화가 나서 두어 시간 때리다가 지쳤는지 제풀에 숨이 차서
묶은 다발을 동댕이치고는 벌렁 자빠지더니 이내 코를 골고 자는 것이다
아내는 처음 겪는 일도 아닌지라 또 몸도 다친 데도 없었으므로 남편의 이부자리를 펴서 편하게
자게한 후 자신은 치마저고리도 끄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누워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세웠다
남편이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갑자기 정신이 드는지 아내를 살펴보면서 엊저녁에 별일 없었느냐
다친데는 없느냐며눈물을 글썽이며 아내의 손을 잡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이후로 남편은 아무리 술에 취해 들어와도 매를 들어 아내를 때리기 보담 먹을
거리를 싸가지고 오는 등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아내는 반신반의하면서며칠이 지나고 몇 달을 두고 지켜보지만 남편의 술버릇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내는 그 노승이 보통 스님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노승이 돌아올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노승과 약속했던 날이 되자 곱게 찧은 쌀을 정성스럽게 담아 놓고 그 노승을 기다린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때가 되자 목탁소리가 나더니 노승이 찾아왔다
여인은 너무나 반가워하며 쌀그릇을 들고 한 달음에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스님께 공손히 합장을 하는 여인을 보고 그 이후로 매질하는 버릇이 없어졌느냐고 묻는다
여인은 그렇다면서스님의 은공이라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스님께서 입을 여신다정성껏 부처님께 시주하는 사람이라면 전생의 허물쯤은 하루 빨리 벗겨주는 것이
스님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며 이야기를 한다
전생에 보살은 소를 부리면서 먹고 사는 사람이었으며 남편은 보살이 부리는 소 가운데서
가장 오래 일한 소로서 죽을 때까지 맞으며 일하였는데 이생에서 다시 만나 전생에 맞은 만큼 인과를
갚으라고 부부로 만난 것이라 한다
방망이로 맞거나 부지깽이로 맞거나 십 만대나 맞아야 보살의 업이 끝났겠지만
그날 묶은 목화나무의 개수로 보아서는 이제껏 맞은 것과 합치면 아마 십 만대의 개수는 충분했으리라
한다
그날 만약 부처님에 대한 정성스러운 시주가 없었다면 오늘 날 까지 아니 십 만대가 끝날 때까지 몽둥이
든 부지깽이든 다른 매로써 그 숫자는 채워야 했을 것이라 한다
아내는 돌아서 가는 스님을 향하여 수없이 합장을 하며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인과법을 깨달은 여인의 눈에서 하염없는 참회의 눈물이 흘러 내린다
가족관계에서도 서로 전생의 나쁜 인과를 갖고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부유층의 집에서 자식이 부모를 칼로 찔러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여 시신을 토막낸 사건 등은
모두가 인과법이라 할 수 있다
가족으로 만나는 것은 보통 깊은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반드시 좋은 인과로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를 괴롭히는 자식을 만나거나 혹은 한없이 원망스러운 부모를 만나거나 원수같은 아내나
남편을 만나는 경우 등
이러한 불행의 인연이 우리에게 닥친다 하더라도 우리 불자들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전생의 인과를 생각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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