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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등대
감사와 보은
오늘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군 복무중인 관계로
차례에 참석하기 어려운 조카를
부대로 찾아 면회하고 돌아 왔습니다.
오고 가면서 너른 논산 들녘이
누런 황금 빛으로 물든 모습을 보며
자연의 변화 무쌍한 얼굴 가운데
가장 평화롭고 넉넉함을 보는 날입니다.
지난 초하루에
한 보살님이 햅쌀이 나왔기에
부처님전에 공양 올리려 사오셨다 하더니
이제 여기 저기
너른 들녘에 함포고복하는
농부들의 태평가가 울려 퍼질 것입니다.
농사 짓는 농민들에게 물으니
올해는 태풍의 피해가 적고
일기가 생각보다 좋아서
대 풍작을 이룰것이라 예상한다는데
어려운 농촌 경제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얻습니다.
이전에 스님 한분이 들녘을 지나다가
누런 벼 이삭을 만져 보며 누가 지었나
농사를 참 잘 지었다 하고 손으로 만지는데
벼 세알이 손에 떨어 졌더랍니다.
아차 생각에
그냥 버리고 갈수도 없어서
벼를 까서 껍질은 버리고
낱알만 먹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그 논을 경작하는 집에
소가 한마리 어슬렁 거리며 들어 오더니
늦은 시간이 되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주인이 찾아 가려니 하고 놓아 두는데
주인이 논과 밭으로 나가면
이 소도 따라 나가니
어쩌다 어려운 일거리가 생기면
힘을 써서 돕습니다.
주인은 하는수 없이
소를 거두어 먹이고 재우며
집안 농사를 잘 돌보게 되는데
그렇게 삼년이 흘러
어느 날 꿈 속에서
스님 한분이 현몽해서 하는 말이
"내일 밤중에는 도적 오백명이
이 댁을 노략질하러 올테니
오백명분의 먹거리를
푸짐하게 장만해 두시면
내가 그들을 잘 달래어
피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합니다.
주인은 잘 믿기지는 않으나
꿈이 하도 선명하기에
스님이 하라는대로
준비 해놓고 도적들을 기다리는데
밤이 깊자 과연 도적 오백명이
약탈을 하러 집으로 들어 옵니다.
주인은 도적들을 반갑게 맞아
상을 내다 음식을 대접하니
오히려 도적들이 어리둥절할 때에
꿈에 본 스님 한분이 소 외양간에서
나타나 나오면서 도적들을 향해
"나는 출가 수행자로서
이 댁의 볍씨 세알이 떨어 진것을
하는 수 없이 먹고 나서
삼년을 소가 되어 빚을 갚았는데
만약 그대들이
오늘 하려는 약탈을 하였다가는
그 과보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고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기에
내가 방편을 써서
그대들에게 알리려 하였다."
합니다.
본시 순한 양민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
도적이 된 사람들이어서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마음을 고쳐 먹고
다같이 평민으로 돌아가니
스님은 살아 갈 방법으로
선운사 바닷가에
소금 만드는 법을 일러 주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고창 선운사를 지었다고
전하여 온답니다.
우리 불가에 전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검단 선사이십니다.
중국의 고사 가운데에도
한산 습득 풍간등 세분을 가리켜
국청사에 숨어 사는 세 분의 도인이라 하여
'국청삼은'이라 한다는데
기이한 행동과 범상치 않은 말이며
공명 좆는것을 꾸짖기를 좋아해
대중들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사는데
하루는 국청사 주지가
출타했다가 돌아 오는 길에
한산과 습득이 소떼를 앞에 두고
수작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먼저 한산이 소떼를 향하여
"이 도반 스님들아,
소로 생활하는 맛이 어떠합니까?
시주밥을 자시고 놀기만 하더니
기어코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하고는
"오늘은 여러 도반들과 함께
무상법문을 나눌까해서 왔으니
내가 호명하는 대로 이쪽으로 나오시라.
첫번째로 동화사 경진율사"
하고 호명하니
검은 소 한마리가 '음매-에' 하고
한산 습득 앞으로 나와 앞발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는 한산이 지적한 장소로 가고
"다음 천관사 형지법사"
하자
이번에는 누런 소가
또 '음메-에' 하고 대답하더니
절을 하고는 첫번째 소가 간 곳으로
걸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하기를 30여회.
백여마리의 소떼 중에
30마리는 스님들의 후신이었으니
말하자면 시주밥 먹고 공부 않은 과보로
그 빚을 갚기 위해 소가 되었던 것입니다.
주지스님이
모골이 송연하여 쫓기듯 절로 올라가며
"한산 습득이 미치광이 인줄 알았더니
성인의 화신이 분명하다."
하고는
그 뒤로 절의 대중들이
모시는 태도가 달라 지고
함께 따라서 공부도
열심히 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지금
기만명의 스님네들이
괴색 가사 홍가사 황금 가사
하나씩 수하고 있다가
가사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죽어서 바로 가사 색 가죽 옷을 입은
황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마치 머리에 붙은 불 서둘러 끄듯이
부지런히 염불하고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쌀 낱알의 무게가 일곱근이라 하니
밥 한숫갈의 무게는 도대체 얼마나 되며
그안에 담긴 수고와 은혜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 불자님들,
소고기 한 점이 공부 안하고 돌아간
우리 스님네 후신의 살 한점이니
맛있게 드시면서 인과를 깊이 생각하세요.
참으로 사량으로 헤아릴수 없습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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