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15 (목) 스카이 출신 20대 여성은 왜 도배사가 됐을까
자그마한 체구의 한 여성이 있다. 그는 통이 넓은 작업복과 안전화를 착용하고 매일 새벽 5시 집을 나서 경기 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다. 오늘도 새로운 벽 앞에 서서 벽지를 붙이는 그는 놀랍게도 20대 여성이다. 그것도 소위 ‘스카이’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다. 한때 사회복지사였던 그는 도대체 왜 도배사가 됐을까. 청년도배사의 삶을 2년째 살아가는 그는 올해 28살의 배윤슬씨다.
그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일했지만 업무가 내 이상과 달랐고, 조직문화의 불합리성을 느껴 기술직을 찾아보게 됐다”며 “비록 도배일이 사회적으로 아직 크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이 일을 시작한 후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이화외고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가 일명 노가다로 불리는 도배사로 ‘전향’한 데는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배씨는 “솔직히 도배 일은 도전이었다기보다는 퇴사를 위한 도피처로 선택했던 일”이라며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잘 맞았고 무엇보다 투자한 만큼 실력이 늘어 일터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꿈이 사회복지사여서 대학도 관련 학과로 갔고, 첫 직장도 노인복지관이었어요. 일 자체는 재밌었지만 폐쇄된 조직문화가 영 익숙하지가 않았어요.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하면 ‘그냥 하던 거 열심히 하라’고 하고, ‘너 없이도 이 일 할 사람 많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조직 안에서 제 존재가치를 찾기가 힘들었죠.” 다행히도 부모님은 딸의 선택을 지켜볼 뿐 큰 반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당시 퇴사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담은 퇴사계획서를 작성해 부모님께 드렸더니 제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구나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며 “이후 도배 학원에서 일을 익힌 뒤 곧바로 건설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도배사로서 초보 딱지는 뗐지만 기술자라고 불리기엔 갈 길이 멀다는 그는 현재 도배 소장·반장·팀원 등 총 5명으로 이뤄진 팀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한다. 가정집 일보다는 벌이가 적지만 건설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제공받고 소비자 응대를 직접 하지 않는 것 등은 장점이다. 그러나 힘든 일도 적지 않다.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해 일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7㎏가 빠졌고, 온 몸은 성한 곳이 없다.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주 6일 근무라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도배 일은 노력한 만큼 성장하는 것이 보이고 회식이나 모임 등 다른 사회생활의 비중은 적어서 만족스럽다”며 “또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과거와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배씨는 도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친구들까지 요즘엔 자신을 응원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의 경우 부모님이 권해서, 또는 당시 얼떨결에 특정 회사 채용이 나오니 시험봐서 현재 직장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적성에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런 상황에서 기술직으로 전향한 나를 통해 자신들의 직장과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귀한 딸이 험한 일을 할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던 배씨 부모님들도 이제는 그의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고 있다. 배씨는 “얼마전 새로 이사간 집 도배를 직접 했더니 부모님들이 기뻐하시더라”며 “지인들에게 입소문도 내주시고, 밖에서 들은 도배 관련 이야기들을 전해주시며 조언해주신다”고 말했다. 배씨는 도배사로서의 경험을 담아 <청년 도배사 이야기: 까마득한 벽 앞에서 버티며 성장한 시간들>(궁리출판)이라는 책으로 최근 출간했다.
“가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젊고 똑똑한 아가씨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말하는데 남들의 평가와 시선은 한순간이잖아요. 그러니 내가 좋아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몸쓰는 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지만 몸으로 터득한 기술도 가치있고, 어떤 부분에선 경쟁력이 있음을 다른 청년들도 생각해봤으면 해서 책을 내게 됐어요”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단기적으론 1~2년 내 소장님으로부터 독립해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맡고 싶다”며 “또 내 팀원을 뽑아 가르치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여행과 집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두 분야를 접목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는 것이 장기적인 꿈”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면 '8월 중순 2300명'… 정부 시나리오도 앞당겨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월 14일 역대 최다로 나오면서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1600명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정부는 앞서 이달 말 환자가 1400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2주 빨리 이 수준을 넘어섰다. 이대로면 정부가 예측한 8월 중순의 2300명 시나리오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1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1615명을 기록해 이전 최고치(1378명)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월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600명대로 환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서울 633명, 경기 453명, 인천 93명 등 수도권에서만 1179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수도권에서 1000명 넘는 환자가 집계된 것도 첫 기록이다.
비수도권에서도 환자가 389명 나와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일주일간 비수도권의 하루 평균 환자는 300.1명으로 직전 주(133.4명)보다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체 환자 중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의 확산세는 지난주 방역당국이 예측했던 속도보다 빠르다. 방대본은 지난 7월 8일 수리모델링 분석을 통해 현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7월 말 1400명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2주 앞당겨 이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3차 유행의 잔불이 채 잡히지 않은 채 6개월가량 지역사회에 누적된 감염이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맞물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지난 7월 12일 감염재생산지수(환자 한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1.22일 것을 예상해 8월 중순 2300여명까지 환자가 증가한 뒤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현 추세라면 당장 머지않아 환자가 2000명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기준 집계된 감염재생산지수(1.3)을 바탕으로 “이런 유행상황이 지속할 경우 이달 7월 31일까지 최대 1800~1900명의 일평균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일주일 평균치가 이 정도이기 때문에 주 중에는 평균보다 최댓값이 300~400명 오르고 환자가 2000명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재훈 교수 설명이다. 정재훈 교수는 특히 현 4단계 거리두기 조처를 2주만 하고 끝내면 해제되는 시점 확진자가 더 증가할 수 있고, 중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간 1~3차 유행 때 시작점과 정점까지 소요 시간을 보면 1차 14일(2.18~3.4), 2차 16일(8.11~27), 3차 45일(11.10~12.25) 등으로 4차 유행이 지난달 말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내달까지는 환자가 꾸준히 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정재훈 교수는 7월 12일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최대로 효과를 낼 경우 감염재생산지수가 1 밑으로 떨어지면서 환자가 내주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훈 교수는 “거리두기가 강한 효과를 보인다는 전제하에 7월 20~22일 일평균 환자가 1600~1700명대로 정점을 찍은 뒤 환자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효과가 반영된다 해도 이전 경험상 감염재생산지수가 극적으로 떨어지는 데엔 시차가 꽤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손우식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 팀장은 “지금의 상황은 3차 대유행 상황과 흡사하다”며 “당시 감염재생산지수가 정점인 1.7까지 올라갔다가 1 이하로 떨어지는 데 대략 40일 정도 걸렸다. 그때는 여러 번의 방역 단계 조정을 거쳐 1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센 조처가 나왔지만, 즉각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3차와 비교해 현재는 전파력이 훨씬 센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단 점이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최근 시행된 새 거리두기는 기본적으로 이전 거리두기와 비교해 일부 빙역지침이 완화된 측면이 있고 델타 변이 상황 또한 반영되지 않아 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전염력이 2배 빠르면 방역수칙도 2배 강화돼야 하는데, 4단계 내용을 뜯어보면 다중이용시설은 문 열고 개인 접촉만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비수도권도 2단계로 올렸지만 마찬가지다. 거리두기 수준의 강도나 비수도권으로의 풍선효과 등을 고려하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단시간에 극적으로 줄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휴가철 이동량이 늘어나면서 확산세가 커질 수 있고,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전세계 29개국에서 확인되고 있는 람다 등 새로운 변이가 속속 발생하는 것도 변수다. 당국은 일단 거리두기 시행으로 확진자 발생을 최대한 억누르고 접종에 속도를 내 감소세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월 12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 시행 효과로 유행이 강력하게 통제되는 경우에는 당분간 현 수준의 증감을 유지하다가 2주 후부터는 감소해 8월 말 600명대 규모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사상 최다 기록 깼다… 코로나 새 확진자 1615명
7월 14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찌감치 예고된 대로 1500명선을 크게 넘긴 것은 물론, 1600명선까지 넘어섰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1615명 늘어나 누적 17만1911명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0일의 신규 확진자 수(1378명)를 크게 넘어서면서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일일 확진세를 보였다.
통상 화요일까지 이어지는 주말 확진자 감소 효과가 사라지면서 이날 확진자 수는 전날(1150명)의 규모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전날 밤 9시까지 각 지자체가 중간 집계한 확진자 수가 1400여 명을 크게 넘어서면서, 이날 신규 확진자 규모는 1500명선도 넘어설 것으로 일찌감치 전망됐다. 이날 신규 확진자 중 지역 감염 확진자는 1568명, 해외 유입 확진자는 47명이 각각 기록됐다.
지역 발생 확진자 중 서울에서 633명, 경기에서 453명, 인천에서 93명의 신규 확진자가 각각 발생했다. 수도권 전체 신규 확진자는 1179명으로 전체 지역 발생 확진자의 75.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날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24.8%를 기록, 지난 9일 이후 엿새 연속 20%를 넘었다. 이날 비수도권의 지역 발생 신규 확진자는 389명을 기록해 400명에 육박했다. 4차 대유행이 크게 폭발하면서 초반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사라지고, 전국적인 확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경남에서 8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부산에서 62명의 새 확진자가 나왔다. 이어 대구 52명, 대전 41명, 충남 36명, 제주 21명, 경북 19명, 광주와 강원 각각 15명, 울산 11명, 충북과 전북 각각 9명, 세종과 전남 각각 6명의 새 확진자를 기록했다. 비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이날 정부는 세종과 전북, 전남,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비수도권 전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오는 15일부터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비수도권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지난주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며 "특히 해수욕장과 관광지 등 인파가 몰리는 여름철 휴가지에 집중적인 현장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해외 유입 확진자 47명 중 19명은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에서 12명, 서울에서 5명, 인천과 경북에서 각각 3명, 경남에서 2명, 부산과 강원, 충북 각 1명이 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 확진자를 포함해 서울의 이날 총 신규 확진자는 638명으로 집계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확인됐다. 전날 총 13만1844건의 검체검사가 이뤄진 가운데, 선별진료소의 의심신고 검사는 4만4560건,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의 검사는 7만9648건, 비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의 검사량은 7636건을 각각 기록했다. 의심신고 검사 4만4560건 중 161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양성률은 3.6%로 집계됐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7명 급증한 16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가 2명 발생하면서 누적 사망자는 2048명이 됐다. 치명률은 1.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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