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94]鹿門處士 孟浩然(녹문처사 맹호연)40, 留別王維(유별왕유)
留别王維 / 孟浩然
왕유를 떠나며
寂寂竟何待 (적적경하대) 적적한 객지에서 무엇을 더 바랄까
朝朝空自歸 (조조공자귀) 날마다 헛되이 빈손으로 돌아온다.
欲尋芳草去 (욕심방초거) 방초를 찾아 떠나가려니
惜與故人違 (석여고인위). 친구와 헤어지는 게 섭섭하다.
當路誰相假 (당로수상가) 요로에 있는 이 누가 나를 도울까
知音世所稀 (지음세소희) 지음이란 세상에 드무네.
祗應守寂寞 (지응수적막) 삼가 적막함을 지켜야 할 터
還掩故園扉 (환엄고원비) 돌아가 고향집의 사립문을 닫겠네.
이 시는 맹호연이 은거하고자, 친한 친구인 왕유에게 고별하는 시다.
尋芳草(심방초):산속에 은거하고픈 뜻.
違(위):헤어짐.
當路(당로):권력자. 요로에 있는 사람.
假(가):서로 돕는 의미.
知音(지음):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掩(엄):닫다. 외부와의 왕래를 끊는다는 뜻.
故園(고원):고향집
扉(비):문. 이 구절은 문을 닫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는다는 뜻.
【해설】이 시는 작자가 장안을 이별하며 지은 시다.
원망과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호소한다.
수련에는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직접 표현 했고,
함연에는 제목의 뜻인 “석별"을,
다음 연에서 스스로 돌아가려는 것은,
알아주는 이 이미 없고, 벼슬도 써주지 않고,
이때 떠나지 않으면 또 어느 때까지 기다리나.
失意 후의 푸념이 시 전체를 관통한다.
언어는 平淡朴實(평담박실)하고, 구어에 가깝고,
대구를 중히 여기지 않고, 자연스레 순조롭다.
留別王維(유별왕유)
鹿門處士 孟浩然(록문처사 맹호연).
왕유와 이별하며
寂寂竟何待(적적경하대) :
쓸쓸히 지내며 끝내 무엇을 더 기다리랴
朝朝空自歸(조조공자귀) :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왔네.
欲尋芳草去(욕심방초거) :
꽃다운 풀 찾아 떠나려 하니
惜與故人違(석여고인위) :
친구와 헤어짐이 안타깝구나.
當路誰相假(당로수상가) :
벼슬길에 있는 그 누가 도와줄꼬
知音世所稀(지음세소희) :
지음(知音)은 세상에 드문 것을
秪應守索寞(지응수삭막) :
다만 응당 삭막함을 지켜서
還掩故園扉(환엄고원비) :
옛집으로 돌아가 문을 닫으리
이하=동아일보
씁쓸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70〉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2024. 6. 27. 22:54
적적하게 지내며 결국 무얼 기다리나.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오는 걸.
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가려니,
친구와 헤어짐이 못내 아쉬울 따름.
세도가 중 그 누가 날 도와주랴.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정말 드무네.
그저 적막한 삶을 지켜야 할지니,
돌아가 고향집 사립문을 잠글 수밖에.
(寂寂竟何待, 朝朝空自歸. 欲尋芳草去, 惜與故人違.
當路誰相假, 知音世所稀. 只應守索寞, 還掩故園扉.)
―‘왕유와의 이별(유별왕유·留別王維)’·맹호연(孟浩然·689∼740)
늦은 나이에 응시한 과거에는 실패했지만 제법 알려진 시명 덕분에
몇 차례 관직에 나갈 뻔도 했던 시인. 끝내 관운은 따르지 않았다.
특히 현종을 알현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엉뚱한 시를
바치는 바람에 외려 된서리를 맞는다.
황제 앞에서 대뜸 ‘북쪽 궁궐로 상소문은 이제 그만 올리고,
남산의 낡은 오두막으로 돌아가련다’라는 시구를 읊어댄 게 치명타였다.
딴은 황제 앞에서 자신의 비재(菲才)를 겸손하게 표현하려는 의도였겠는데 황제는 이를 괘씸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황제 배알의 기회를 마련해준 이가 왕유.
하지만 선배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화근을 자초한 꼴이 되었으니
자신에게도 선배에게도 면목이 없다.
‘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가려는’ 다짐이 이래서 나온 듯하다.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온다’는 건 여기저기 요로에 있는
인사들에게 관직을 청탁했지만 헛수고에 그쳤다는 의미.
고립무원이 되었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적막한 삶’을 각오한다.
이 와중에도 자기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라 하지 않고
‘드물다’라고 한 건 선배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테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