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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산 정상에서 동쪽의 첩첩 산 조망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꽃 지는 봄산처럼
꽃 진 봄산처럼
나는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 함민복, 「마흔 번째 봄」전문
▶ 산행일시 : 2015년 4월 11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1명(영희언니, 모닥불, 은하수, 악수, 대간거사, 온내, 상고대, 신가이버, 해마,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11시간 32분
▶ 산행거리 : 도상 17.5㎞(1부 10.5㎞, 2부 7.0㎞)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0 : 21 – 동서울터미널 출발
02 : 28 ~ 04 : 26 -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 아차마을, 계속 취침, 산행시작
05 : 20 - △441m봉
06 : 12 - 566m봉
06 : 56 - 전망바위
07 : 08 - 작약산(芍藥山, 774m)
07 : 35 - △760.5m봉
08 : 50 - 골짜기, 임도
09 : 16 - 능선마루
09 : 45 - 갈미봉(葛美峰, 573m)
10 : 40 - 복고개
10 : 46 ~ 11 : 28 - 문경시 가은읍 저음리(猪音里) 산수동, 1부 산행종료, 점심
12 : 02 - 능선마루
12 : 50 - 조봉(鳥峰, 674m)
13 : 26 - 임도
13 : 56 - 584m봉
14 : 13 - 어룡산(魚龍山, 617m)
14 : 57 - 542m봉, 쌍무덤
15 : 50 - 주석사(住釋寺)
15 : 58 - 오토캠핑장 입구, 산행종료
1. 작약산 정상
【고고종단(固高縱斷)이란?】
‘고고종단’은 경남 고성군 삼산면 봉화산에서 강원도 고성군 고성산까지 종단하는 산줄기이다.
대간거사 님의 고고종단 1구간 때의 산행공지 헌사를 부연한다.
“고고종단(경남 고성에서 강원 고성까지)은 금홍횡단(강릉 금진나루에서 남양주 홍유릉까지)
과 더불어 상고대 님의 역작이자, 오지산행팀 줄긋기 실력의 정화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라 하겠
습니다. 단맥, 분맥, 지맥 등 정체불명의 개념이 횡행하여 우열과 옥석을 가리기 힘든 난세에,
본 횡단, 종단은 과거의 졸렬한 맥 잇기와는 당최 비교가 불가한 신개념 국토답사행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어려운 게 발상의 전환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
는 산행의 묘미를 즐겨보시려면, 오지산행팀 고고종단 일정과 함께!”
▶ 작약산(芍藥山, 774m)
나는 무박이라는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무박산행의 요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잠
을 잘 자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늘 그렇듯 나는 귀때기를 붙이기만하면 촌각이라도 잠을 잔다.
25인승 버스에 11명이 타것다, 히터 따땃하게 틀었것다, 여기에 베스트 드라이버인 두메 님(별
명이 참 적절하다)이고 보면 잠자기에 아주 쾌적하다.
04시 04분 기상. 차문 열고 나오니 스무사흘 반달이 반긴다. 오늘 산행 들머리인 아차마을 동구
다. 노거수인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있다. 영강(潁江) 깊은 지천을 무지개다리로 건너고 금하굴
(金霞窟) 안내판 들여다본다. 그 옆에 금하굴이 있다. 금하굴에는 전주 견씨(全州甄氏)의 시조이
며 후백제의 왕인 견훤(甄萱)의 출생과 관련된 설화가 전한다.
“이곳 갈전리 아차마을의 한 규수의 방에 밤이면 이목이 수려한 초립동이 나타나 정을 통한 후
새벽이면 사라지기를 여러 번, 처녀는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가 놀라 규수에게
초립동의 옷자락에 실을 꿴 바늘을 꽂도록 시킨 후, 실을 따라가 보니 금하굴에 커다란 금빛 지
렁이가 있었다. 그 후로는 초립동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10개월이 지나 남자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가 견훤이라고 한다.”
산기슭에 접근하려고 잔디밭을 누빈다. 돌담 두른 정자가 나온다. 금하정(金霞亭, 영진지도에
는 ‘금로정’이라고 잘못 표기하였다)이다. 석하 김상보(石下 金商輔)가 이곳 금하동(金霞洞)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생활하던 곳인데 그의 아들 하은 김태영(霞隱 金泰永, 1869~1951)이 아버
지의 뜻에 따라 1929년 이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산기슭 덤불숲 뚫는다. 앞뒤 사람 간 안전거리 유지하며 헤드램프 밝혀 생사면을 더듬는다. 헤
드램프 불빛 닿는 데는 다 길로만 보여 성큼 쫓았다가 생 눈물 나도록 잡목 매운 맛을 보기도 한
다. 진달래 숲속 길을 간다. 내 키 넘는 진달래다. 신가이버 님 속내로는 아무렴 축제 벌이기에
손색이 없다.
새 울음소리가 영락없는 휘이~익 하는 휘파람소리이기에 휘파람새라고 했다. ‘전설의 고향’에
서나 들음직한 괴기스런 울음소리다. 아까부터 우리를 쫓아온다. 이튿날 새소리 사이트를 찾아
휘파람새인지 확인하였다. 어렵사리 알아냈다. 휘파람새가 아니라 ‘호랑지빠귀’의 울음소리다.
몸길이가 약 29.5cm. 주로 남부 지방에서 월동하는 보기 드문 텃새라고 한다. 주로 새벽녘과 늦
은 밤에 가느다란 휘파람소리를 내며 울기 때문에 ‘간첩새, 귀신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순하고 부드러운 산길이다. 잡목 잦아들고 △441m봉이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삼각점
이 있다.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산행시작한 지 거의 1시간 가까운 05시 20분이다. 아직 어둡
다. 휴식할 겸 이른 아침 요기한다. 오래 쉬면 졸리다. 약간 내렸다가 455m봉을 오르고 파도처
럼 넘실대는 봉봉을 넘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자 진달래 꽃길이라 휘휘한 줄 전혀 모르고
간다.
566m봉. 무덤이 넓게 자리 잡았다. 두견주 조제하여(탁주에 진달래 꽃잎을 띄웠다) 망자에게
먼저 헌주하고 분음한다. 술맛이 확실히 낫다. 566m봉은 묵은 임도가 지나고 안부에 내려서면
차도 같은 임도가 지난다. 여태의 산길은 작약산을 오르기 위한 워밍업이었다. 임도 건너 가파
르고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면 길게 질러가서 능선마루에 오른다.
등로 약간 비켜 전망바위가 있다. 그냥 지나치려니 영희언니가 (사진은 발로 찍는다며) 들릴 것
을 종용한다. 잡목 헤치고 되똑하니 솟은 바위에 오른다. 경점이다. 나 혼자 보기 아깝다. 다시
등로에 복귀하고 바윗길이 나온다. 살금살금 기어오른다. 거북바위다. 전망바위 못지않은 경점
이다. 하늘금은 백화산을 가운데 둔 백두대간 장릉이다.
거북바위에서 그 고도로 조금 더 가면 작약산 정상이다. 남동쪽으로 전망이 탁 트인다. 원근 산
첩첩이 대폭 농담의 그림이다. 바위에 오르고도 발돋움하여 만경창파 같은 울멍줄멍한 산줄기
감상한다. 작약산은 산의 모양새가 작약의 꽃봉오리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
기록에는 함창의 진산으로 재악산(宰嶽山, 梓岳山)이라 한다.
2. 작약산 오르는 도중의 전망바위에서 조망, 오른쪽의 첨봉은 갈미봉이다
3. 왼쪽 멀리는 백두대간 백화산
4. 왼쪽으로 희양산이 살짝 보이고 그 오른쪽은 뇌정산
6. 맨 왼쪽은 구왕봉, 그 오른쪽은 희양산, 뇌정산
7. 멀리 맨 왼쪽부터 조항산, 대야산, 맨 오른쪽은 희양산
8. 갈미봉
9. 왼쪽 중간은 옥녀봉, 그 뒤 오른쪽은 뇌정산, 그 왼쪽은 희양산
10. 앞은 옥녀봉, 그 뒤 오른쪽은 뇌정산, 그 왼쪽은 희양산
11. 가운데가 갈미봉
12. 작약산 정상에서 남동쪽 조망
13. 작약산 정상에서
14. 작약산 정상에서 남동쪽 조망
15. 작약산 정상에서 동쪽 조망
작약산 산행로
▶ 갈미봉(葛美峰, 573m)
산경(山景) 눈요기 한풀이하여 작약산을 내린다. 길 좋다. 당분간 평탄한 능선 길이다. ┤자 갈
림길에서 인적 흐릿한 왼쪽으로 간다. 풀숲 뒤져 △760.5m봉 삼각점을 찾아낸다. 2등 삼각점이
다. 점촌 24, 1980 재설. 능선 왼쪽 아래 넓고 평평한 분지를 돈다. 666m봉 넘고 Y자 능선 분기
에서 왼쪽으로 내리다 보니 오른쪽 능선이 더 훤칠하다. 떼로 잘못 갔다. 사면 누비며 길게 트래
버스 한다.
일로북진. 진달래 꽃길을 간다. 탤런트 김혜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맞다. 진달래
숲 헤치다가 낭창한 그 꽃가지에 휘둘렸는데 여간 아프지 않다. 512m봉 넘고 안부께에서 오른
쪽 얇은 지능선을 잡는다. 뚝뚝 떨어짐과 비례하여 그렇지 않아도 첨봉인 갈미봉을 더욱 쑥쑥
높인다. 올려다보기 겁난다. 그만 고개 숙인다.
지능선 끝자락 바위절벽에 막히고 왼쪽 자갈사면으로 돌아내려 골짜기 임도다. 큰 한숨 쉬고
나서 계류 건너 갈미봉 자락 붙든다. 수직사면이다. 수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늑목이려니 하고
오른다. 가쁜 숨 고를라치면 뒤로 쏟아질라 잡목 꼬옥 붙든다. 이런 때 쓰러진 고사목 넘는 것이
암릉 오버행 버금간다. 땀난다.
갈미봉은 세 피치로 오른다. 첫째 피치는 수직사면이고, 둘째와 셋째 피치는 정삼각형 모서리
닮은 능선이다. 가파름이 잠시 주춤하면 내 발걸음도 잠시 주춤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무덤이
있어 망자 오른 데를 이렇게 겔겔대다니 멋쩍다. 이윽고 정상. 그 애를 써서 오른 터수로는 너무
보잘 것 없는 정상이다. 정상표지석이나 표지판은 물론 (사방 나무숲 가려) 조망도 없다.
산수동을 겨냥하여 북동진한다. 갈미봉 내리막도 오르막처럼 가파르다. 이따 오를 건너편 조봉
을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오늘이후 큰 자랑거리 만든다. 사면을 아무리 쓸어보아도 빈 눈이니
산행속도가 빠르다. 안부. 복고개다. 무덤가에 한 송이 솜나물 꽃이 있어 온내 님의 엎드려 접사
하는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보기 좋다.
복고개에서 오른쪽 사면으로 내린다. 지계곡이 생기고 곧 대로에 다다르니 산수동 마을이다.
한가하다. 마을 한복판에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있다. 우리의 점심자리다. 등산화 벗고 좌정한
다. 수대로 싸온 도시락을 한데 펼치니 진수성찬인 잔칫상이다.
16. 진달래
17. 진달래
18. 진달래
19. 진달래
20. 진달래
21. 진달래
22. 진달래
22-1. 진달래
23. 목련, 산수동 마을에서
24. 매화, 산수동 마을에서
25. 산수유, 산수동 마을에서
26. 개별꽃(Pseudostellaria heterophylla),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
▶ 조봉(鳥峰, 674m), 어룡산(魚龍山, 617m)
이제 조봉이다. 밭일 하던 주민에게 이곳 산세에 대해 자세한 설명 듣고 옛날 탄광 가던 길 따라
산자락 돈다. 주계곡 건너기 전 탄광 길이 끊기고 오른쪽 생사면 오른다. 갈미봉 등정(등정이라
고 못할 이유가 없다) 재판이다. 너덜사면은 가파른 자갈사면으로 바뀌고, 자갈사면 벗어나니
잡목의 저항이 심하다. 지능선 붙들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오늘 처음 나온 은하수 님이 여러 사람 살린다. 그 후미 기다리는 덕분에 넉넉히 휴식한다.
휴식시간 빼면 조봉 정상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긴 시간이다. 촘촘한 등고선 26줄(1줄은 20m
다)을 올려치는 게 쉽지 않다. 입가에 버캐가 다 인다. 조봉 정상에는 낡은 산불감시망루가 방치
되어 있다. 그 그늘 아래 널브러진다.
조봉 내리는 등로가 어지럽다. 옛날 석탄 탄광지대로 여기저기 함몰되어 마루금 잡기 어렵다.
‘감마로드’ 산행표지기가 우리 가는 길을 안내한다. 조봉 정상에서는 어룡산이 한달음일 것으로
가까웠는데 조봉을 내리고 보니 멀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산허리 도는 임도에 오
르고 망설이지 않고 임도 따라 돈다. 마루금 고수가 우리의 본령일진대 621m봉 전위봉을 오르
자고 하는 이가 모처럼 없다.
마루금은 임도 벗어나 북진한다. 584m봉은 오르기보다 내기기가 더 힘들다. 갈지(之)자 수없이
그려도 가파르다. 그러니 어룡산을 오르기가 수월할 리 없다. 어룡산을 잔뜩 높여 놓고 오른다.
등로에 수북한 낙엽은 미끄럽거나 번번이 허방이다. 이래저래 긴다. 어룡산. 옛날 조령천의 큰
물고기가 이곳에서 화룡승천하여 어룡산이라 한다. 좁다란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뇌정산, 백화산, 주흘산, 운달산, 오정산이 병풍처럼 둘렀다.
어룡산을 두 번째 오른다. 우리 오지산행에서 7년 전 이맘때 오정산, 진남교반, 어룡산, 조봉,
수정봉으로 진행했었다. 정상 표지석이 그때 그대로다. 하산! 하산시간이 일러 산행속도를 최
대한 늦춘다. 암릉이 나온다. 기웃거리다 왼쪽 사면으로 돌아내린다. 572m봉에서 Y자 능선이
분기한다. 당초에는 오지산행의 명분을 살려 개척일 오른쪽 능선을 검토했지만 산행거리가 짧
아서 놓아두었다(하산 중 바라보는 그 능선 끝자락에 있는 300m봉이 노송 어우러진 암봉인데
아깝다).
572m봉에서 왼쪽 능선을 길게 내렸다가 한 피치 바짝 오르면 542m봉이다. 봉 정수리에 쌍무덤
이 넓게 자리 잡았다. 또 오래 휴식한다. 졸리려니 일어나서 북진한다. 쭉쭉 내린다. 능선은 453
m봉에서 잠시 멈칫하고는 다시 급하게 내리 쏟는다. 막판 산기슭 사면은 뜻밖의 흙 절벽이다.
낙엽은 선두가 다 쓸어내렸다. 잡목가지 늘어뜨려 자일 대용한다.
주석사 바로 앞 도로에 내려선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 절 이름이 쓰여 있다. 벌써 부처님 오
신 날 연등을 달았을 것 같지 않고, 1년 365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리라. 너른 공터인 오토캠핑
장 지나 가은선 철길 옆 도로 갓길에 우리 차가 있다. 하산 완료! 당초 계획한 산행코스를 충실
히 이행했다(도~자 님이 갈미봉을 숯고개에서 오를 것을 주장하여 이를 적극 검토하였으나 정
작 본인은 산행에 나오지 않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갈미봉을 숯고개에서 올랐더라면 퍽 싱
거울 뻔했다). 하이파이브 힘차게 나누고 문경 온천을 향한다.
27. 작약산 내리던 중 능선을 잘못 잡았다가 수정한다
28. 작약산 내린 골짜기 임도
29. 산수동 마을
30. 멀리 왼쪽이 운달산, 앞은 오정산, 그 뒤는 단산과 배나무산
31. 백두대간 백화산
32.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이 주흘산
33. 어룡산 정상에서, 은하수 님과 가은 님
34. 멀리는 뇌정산
35. 하산 중에 서쪽 조망
36. 주흘산
37. 주흘산, 문경 음식점 옥상에 올라가서 보았다
갈미봉, 조봉, 어룡산 산행로
첫댓글 512봉에서 갈미봉으로의 일자산행이 이번 종주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새로 나온 은하수님도 바로 실전투입될 수 있을만큼 잘했고요.
이래저래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처음 나온 은하수님도 거뜬히 해내는 오지산행...한만 지나면 오지를 접수하겠어요^^...산은 낮았지만 첩첩산중에 좋은 오지의 능선이었습니다
와 사진이 다르네요.
사진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기계에 대한 욕심도 점점 커지구요,
퍼펙트한 글과 예술적 감각이 가득한 사진이 어우러진 산행기는 오지팀의 체력만큼이나 훌륭하십니다~^^
정겨운 산행이었군요. 봄꽃이 절정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