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게도 한국에는 거의 도적이 없습니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범죄는 존재하고, 한국에도 절도 사건은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한국 사회에는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 묘한 신뢰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길에 떨어진 물건을 발견하면 많은 사람들은 선뜻 가져가지 못합니다. 심지어 누군가의 물건을 주워 임의로 보관하거나 처리하는 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외국인들은 놀라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지나친 규범이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사회 전체에 깔려 있는 신뢰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남의 것은 건드리지 않는다.”
이 단순한 감각이 사회의 공기처럼 스며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작은 경험 하나로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잠시 일했던 한 꼬치구이집 이야기입니다. 그 가게 찬장에는 꽤 비싼 양주와 일본 청주가 가득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술값만 따져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면서도, 사장님은 그 술장이 있는 문을 잠그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혹시 깜빡하신 줄 알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사장님, 문 안 잠그셔도 괜찮습니까?”
그러자 사장님은 너무도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그 말 한마디가 저는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세상에는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유지되는 사회도 있습니다. 자물쇠가 많을수록 마음은 더 불안해지고, 감시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더 경계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의 어느 골목에서는, 누군가는 문을 잠그지 않고도 집으로 돌아갑니다.
누군가는 길에 떨어진 지갑이 그대로 돌아오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어쩌면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제도보다도, 서로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지 않는 이런 평범한 감각 속에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