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 영양(식생활) 23-1. 낙지볶음 맛있어요.
오늘 저녁으로 낙지 볶음이 나왔다.
유경석 씨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식사를 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활동이 불편하고 휠체어를 타는 분이라 여러 가지 도움을 드려야 하지만 식사를 지원해야 할 분들이 많아서 식사를 지원 할 분들 식사 도움을 드리다 보면 늘 일찍 식사하러 오는 경석 씨를 지원해 주지 못할 때가 많다.
오늘은 낙지볶음에 구운 파래 김이 나왔다. 매콤한 낙지볶음을 양념 없이 구운 김에 밥이랑 함께 먹으면 매운맛이 중화된다.
마침 입주자분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배달식을 드시고 외출을 많이 한 날이라서 식사 지원을 하는데 여유가 있었다.
경석 씨는 오늘도 일찍 와서 식사중이다. 매콤한 낙지를 맛있게 먹고 있지만 김은 한 쌈도 먹지 못했다.
“경석 씨, 김이랑 밥 싸줄까요?”
“네~, 도와주세요”
“낙지볶음을 김에 밥이랑 넣고 싸 먹으면 훨씬 맛있어요. 먹어 보세요”
“네~ , 맛있어요.”
“맵기도 덜하지요?”
“네~ 안 매워요.”
경석 씨는 낙지볶음을 구운 파래 김에 싸서 밥을 절반도 넘게 맛있게 먹었다.
“낙지볶음 더 먹고 싶어요.”
“경석 씨, 더 줄까요?”
“네~~ 더 주세요.”
경석 씨는 매운 낙지볶음을 추가해서 맛있게 먹는다.
“아욱국도 가끔 한 번 씩 먹으면 훨씬 덜 매워요”
“맛있어요. 영양사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유~ 뭘요. 당연한 거죠. 가끔씩 늦게 도움을 드려도 경석 씨가 이해해줘요?”
“네~~”
작은 지원 하나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경석 씨는 자기 주장이 분명하다.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한다. 왜 나는 지원을 안 해주냐고 따지기도 한다. 그럴 때가 참 미안해진다.
다온빌은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이다. 그러다 보니 입주자 대부분이 중증의 신체적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많다. 척수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9명, 뇌성 마비가 있는 분들이 7명, 절반 이상이 신체적인 불편함을 가지고 있고, 그밖에 지적 장애로 분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휠체어나 보조기를 착용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식사의 어려움을 가지신 분들이 또 여러분 있다.
신체적인 불편함이 쌈이나 생선 가시, 젓가락 사용의 어려운 부분으로 나타나는 분들이 많아서 실제로는 20여 분도 넘게 여러 부분에서 지원을 해드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입주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생길 때가 있다.
그렇다고 먹기 편한 음식,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원 할 수 있게 편리하게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조개 껍질이 있어서 일일이 껍질을 까주어도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렇게 요리한다. 고기 먹을 때 쌈을 내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 행복한 식사를 준비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한다.
다짐식을 먹는 분들에게 으깨진 음식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진 음식을 잘게 잘라서 드리고, 조금이라도 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은 다짐을 하지 않고 잘라서 맛을 느낄 수 있게 제공한다. 힘들더라도 나라면, 내 가족이라면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없는 마냥 잘게 다져진 음식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정성 들여 만들고 제대로 정성 들여 굽고 끓인 음식을 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지원해야 할 일들이 많고 조금 늦게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잘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늘 양보해 주는 입주자 분들이 있다. 참 감사하다.
경석 씨에게 다시 한 번 이해를 부탁하면서 늘 기다려 주는 경석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다온빌 최고의 찬사는 “음식점 보다 맛있어요“이다.
경석 씨 오늘 낙지볶음은 음식점 보다 맛있었다고 한다.
2023.04.03. 강병수
경석 씨의 상황을 헤아려 먼저 물어봐 주시며 도와 주니 경석 씨가 낙지볶음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식사했네요.
누구에게나 한끼의 식사는 중요하지요.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