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주거 23-15, 면도기 고장
“오늘은 비가 와서 일 안 해요. 면도기가 고장났어요.”
아저씨의 전화를 받고 댁에 들렀다.
샤워는 하셨다는데 얼굴의 수염은 텁수룩하다.
지금까지 잘 사용하던 면도기가 왜 갑자기 고장 난 건지 궁금했다.
충전이 안 되었는지, 제대로 콘센트 연결이 안 된 건지 확인했다.
이상은 없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내가 남자가 아니니 면도기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아저씨, 언제부터 그랬어요?”
“잘 됐는데 어제부터 그래요.”
“서비스센터에 문의해야겠는데요. 저는 봐도 잘 모르겠어요.”
“작업복하고 신발도 사야 돼요.”
“이발하신 지도 오래되셨죠? 미용실에도 들러야겠어요.”
“머리도 깎을 때가 지났어요.”
비 오는 날 하루가 아저씨에게는 휴가다.
아저씨와 LG서비스센터에 들렀다.
이리저리 살피던 기사는 충전기가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아저씨께 여쭈니 “다른 충전기는 없는데.” 하신다.
충전기만 구입하려고 하니 전기면도기 가격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할 수 없이 새 전기면도기를 구입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댁에 가셔서 충전기가 있는지 확인해보시고, 새것은 포장 벗기지 마세요. 그래야 환불이 가능하니까요.”
미용실에 들러 이발하고, 거창시장에서 작업복 바지 3벌과 작업화 2켤레를 샀다.
어디서 무엇을 할 때 입고 신을 건지 가게 주인과 충분히 의논하여 선택했다.
저녁 간식으로 드실 떡 2팩을 계산하고 한의원에 들렀다.
시간 날 때마다 허리와 어깨에 침과 뜸, 전기치료를 받는 곳이다.
아저씨는 한결 가벼운 몸으로 한의원을 나선다.
아저씨 댁에 도착해 서랍을 확인했다.
여분의 충전기가 구석에 떡하니 들었다.
꺼내서 꽂으니 불이 들어온다.
“왜 그기 그게 들었노?”
“에구, 아저씨도 참! 그래도 다행이죠. 고장이 아니라서요. 제가 퇴근하는 길에 환불받을게요.”
2023년 5월 18일 목요일, 김향
비 오는 날이 휴가. 농사꾼이셔서. 하루가 바쁘셨네요. 백춘덕 아저씨께서도 비가 오길 기다렸나 봅니다. 해야 할 일을 계속 이야기하시네요. 신아름
농사철 가운데 가장 바쁜 시기죠. 아저씨도 엄청 바쁘시겠네요. 이런 날 중에 비가 오니 그간 미룬 일을 다 처리하네요. 논밭에도 아저씨께도 단비. 월평
첫댓글 LG서비스센터, 미용실, 시장, 한의원 두루 돌아다니며 가게 주인과 이야기 나누는 일들이 귀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