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
모두가 살기 어려운 시대였습니다
동네 한가운데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주변에는 논과 밭이 넓다랗게
펼쳐져 있습니다
저녁이면 집집마다 밥 짓는 소리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었으니 11살 나이였습니다
한 여름날 오후에
영수야 ! 누렁이를 데리고 나오너라
네 아버지 !
아버지는 누렁이의 목줄을 잡고 서 있는
나를 데리고 신작로 큰 길을 따라
앞서 가십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서는 나는 궁굼한 마음에
아버지 ! 어디 가시게요 ?
응 따라오면 안다“
전에 없이 힘이 없어 보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한참을 가니 재래시장입니다
아버지는 어느 허름한 식당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안으로 들어 가십니다
잠시후 아버지는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함께 나오더니
내 손에서 누렁이의 목줄을 빼았아
식당 아줌마에게 건네줍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 뭐 하시는건데요 !
나는 불길한 예감에 아버지에게 앙칼지게 소리쳤습니다
응 ! 너 밀린 학교 기성회비 때문에 팔았다
안돼요 아버지 ! 안된다구요 !
나는 여기서 누렁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아 아버지에게 마구 대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아버지의 바짓 가랭이를 붙잡고
시장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습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어쩔수가 없구나 니가 이해를 해라
나는 이제 누렁이가 죽는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면서
아버지에게 끌려 오다시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할머니를 붙들고
할머니 ! 아까 누렁이가 식당에 팔려갔는데
얼른 구해주세요 할머니 !
나는 할머니의 소매를 붙잡고
울면서 사정을 해댔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끌어 안고 등을 토닥거려 주면서
아이구 우리 손주 어쩌나 ! 어쩌나 ! 하시면서
안타까워 하며 우는 나를 달래주면서
마음 아파 하셨습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으이구 ! 저 녀석이 철따구니가 없어
저번에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기성회비 밀렸다고
쫓겨와서 돈 달라고 해놓구서
오늘 누렁이를 팔았더니
글쎄 이제와서 저모양 이지 뭡니까 어머니 !
쟤가 언제 철들려나 !
아버지는 그렇게 내 가슴을 후벼 대는
말을 매몰차게 하시더니
문을 탁 닫고 방안으로 들어가십니다
나는 할머니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다가
그만 차가운 툇마루 바닥에 쓰러져
잠이들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나는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시장으로 달려 갔지만
식당 앞에 누렁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너무도 불안했습니다
나는 식당 아줌마에게 누렁이가
어디 있는지 물어봤다
아줌마 ! 어제 여기 누렁이 어딨어요 ?
아줌마는
너 왜 여기 또 왔니 ?
누렁이는 어떤 사람이 기른다고 해서
데리고 갔어
그러니까 이제 다신 여기 오지마 알았지 ?
”거짓말 말아요“ 하며 대들듯이 말하면서
나는 입술을 깨물고 두눈을 부릅뜨면서
아줌마를 쏘아봤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아마 아줌마는 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봐
그렇게 나한테 착한 거짓말을 한 것 같습니다
누렁이는 나와 1년 동안 논과 밭으로 들로
함께 뛰어 다니며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누렁이가
내 밀린 기성회비 때문에
1년도 못 살고 죽을 수 밖에 없었다니
나는 너무 미안하고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갑작스런 누렁이의 죽음에
그 아픔과 슬픔은 한달 가까이
어린 가슴에 상처가 되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아들이 아버지에게 누렁이를
살려 달라고 울고 불고할 때
들어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이제 퇴직후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되면서
사색에 잠길때면 유년시절의 정겨웠던
고향 마을이 슬프게 그려집니다
식당 앞에 서 있던 누렁이의
살려달라던 슬픈 눈망울이 떠오릅니다
누렁아 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으렴
첫댓글 저녁에 댓글 올리겠습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예전에는 강아지를 애완견으로 키우기 보다는 집에서 먹던 밥 남은 것으로 걷어 먹이는 동물로 취급 했죠.
집집마다 강아지를 키웠던 시대가 있었지요.
요즈음 가끔 TV에서 뜬장이라는 개 사육장을 보게 되는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 그런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지요.
그렇게 살다 가신 아버지 세대, 우리나라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젊은 사람들은 일부밖에 모를겁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예전에 강아지들
제대로 사랑 받지 못하고
시대를 잘못 만나 슬프게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감사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돼지를 매일 밥주면서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면서 예쁘게 길렀는데
어느날 학교에서 와보니 동네 사람들이 잡아 먹고 있더라고요
나하고 동생들은 마당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며울고 있는데
엄마가 잔치에 쓰려고 길른거라서 잡았다고 안아주면서 달랬어요
옛기역들이 훤하게 떠오릅니다 우리소는 다른 집으로 갔으니 그곳에서 잘 살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덜 아팠지요 근데 돼지 생각하면 얼마나 상처가 컸던지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산들애님께서도 상처를 받으셨군요
동물 사랑을 몰랐을 때
어린시절 상처 많이 받았지요
그때는 먹고 살기 어렵고
삶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샘. 네에 ~~
오빠 친구들이 닭도 잡아 갔어요
ㅠㅠㅠㅠ 너무 가슴아프네요
저두 어릴적 그런 강아지가 있었는데
학교댕겨오면 가장 반기던 강아지
그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지요
그 새끼들은 더 귀여웠는데
학교댕겨오면 한마리씩 없어지더니
나중에 모두 없어졌어요
그때 그 마음 같아서 이해가 됩니다
저두 얼마나 울구불구 했던 기억들 ...
지금은 그런일이 없는데
그 예전에는 정말 큰 슬픔이였지요
읽는 동안에 가슴이 아려와서 ....ㅠㅠㅠ
잘 읽었어요
제가 슬픈 얘기를 꺼냈나 봅니다
어느날 귀여운 강아지 새끼들이 없어졌을 때
얼마나 슬프고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슬픈 마음 이해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동트는 아침님 감사합니다
참 어려웠던 시절에 다 그렇게 살았지요
기성회비 내지 못해서 점심시간이면 집으로 쫓겨오던 생각이 납니다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에 공감 하며 머물다 갑니다
늘 행복 하십시요~
풍경님께서도
기성회비 아픈 추억이 있으시군요
삶이 고단했던 그 시절의 슬프고 아픈 추억이
마음 한 구석에 아직도 자리잡아
유년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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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여린 시절
꺾었던 일. 충격은 지워지지 않지요
전에는 기성회비 때문에 집으로 돌려 보냈지요
부모님 기대에 부흥하여 총명하고 건장하게 성장하여 자랑스런 이나라가 요구하는 큰 인물이 되셨습니다
진솔하고 좋은 수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때는 누구나
마음이 여리고 순수하고 감수성이 있죠
기성회비를 못내 수업중에
집으로 가지러 간 마음 아팠던 일들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어
기억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과찬의 말씀 감사드리며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샘님께서도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저도 아버지께서 키우던 소를 팔 때, 엄청 마음이 아팠고. 키우던 개을 팔 때면 울고 싶었던 일이 있었지요. 옛추억을 소환해주셨네요..덕분에 저도 옛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좋은 글에 추천드립니다.
정성들여 키우던 소도 정이 많이 가지요
감수성이 많은 어린시절에 슬프고
마음 아프셨겠습니다
따뜻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소년 시철 좋은 수필 잘보았습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