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사는 날아가고
"안되겠다."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기다리자
여러대의 경찰차와 119소방대에서
긴 사다리차와 앰뷸런스 까지 들이
닥치니 조그만 소도시 한적하고도
조용한 거리가 갑자기
"삐도삐도..........우웨애애애앵....
온갖 시끄러운 소음으로 갑자기 주위를
삼켜 버릴만큼 소란해져 잠시 당황스러
웠습니다.
회장님의 차분한 설명으로 뭔가
심상찮은 직감을 한 듯한 경찰들과
소방대원....
난, 솔직히 이 모든게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뭔가 싱거운 헤프닝으로 끝날텐데
허탈하게 맨손바닥 털며 다행이다
하면서도 공허한 웃음으로 되돌아들
갈터 인데..."
내심 그리 되리라는 기대가 지배적 이어서
참 오바들 하시네...하며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냉정해져 있는
나를 발견 했습니다.
별일 아니고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광경들은 현실이 아닐것이다.
아니, 이제 곧 싱거운 헤프닝으로 끝나리라...
그 와중에 그들은 건물 진입로를 탐색
하느라 설왕설래 분주 합니다.
사다리차를 타고 건물 외부에서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할것인가...
그러면 외부에서 건물 손상을 최소화
하면서 진입을 할 가장 적절한 방법은
없나.. 찾느라 의견들이 분분 합니다.
열쇠를 따고 현관문을 열고 정상으로
진입하는게 가장 정석일것 같은데..
그래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면 안돼는
거냐고 한마디 했더니
그때야 열쇠 수리공을 떠올리는 그들...
코미디 같기도 합니다.
부랴부랴 수소문 끝에 열쇠 수리공을
찾아 연락을 하고도 약 한 시간여를 더
기다린 후에야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열쇠 수리공이 드디어 현관문을
간단히 해결하고 3층 진입을 위해 앞선
그의 뒤를 따르는 강력계 형사, 경찰들,
소방대원들이 줄줄이 따라 들어간 후
몇차례의 시도 후에
드뎌 그녀가 살고있는 3층의 현관문이
쿠탕~하며 열리는 순간...
2층 계단에 서서 3층의 상황을 소리
로만 듣고 있던 나는 더 버티고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1층 건물밖으로 내려와
버렸습니다.
건물 밖에서 그때까지 굳은듯 꿈쩍도
않고 서 계시는 회장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 섰습니다.
그런데...내려 오면서 분명히 들리는
소리....
문을 따고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대기하던 소방대원, 경찰들중 몇몇
남자들의 낮고도 분명한 신음소리처럼
내지른 비명 같은 소리를 듣자 더이상
그곳에 머무르고 있을수 없었습니다.
아, 그러나 그러나...나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상상조차도 할수가 없어서 어떤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믿기 싫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더라도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일이 이렇게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날 수가 있는지....
왜! 도데체 왜.......!!!!!
잠시후 3층에서 내려온 열쇠 수리공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아, 난 참 바보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저씨 안에 사람이 있었어요?" 하고
물으니, 아저씨는 고갤 주억 거립니다.
" 어, 어떻게 하고 있었어요?"
다그치듯 또 맹추같은 질문을 합니다.
"끽~~!"
하며 자기 목을 손날로 긋는 시늉을....
그러자 그때까지 맹추 백치처럼 믿고
싶지 않았던 현실이 사실인걸 확인한
순간 누구랄것 없이 장승처럼 한 곳에
꿈쩍 않고 서 계시던 회장님도, 나도..
같이 마치 소금인형 처럼 허물어지듯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다리가 후둘 거려서..아니 그보다도
지금껏 나의 짐작이 얘써 부인하려
했던 그 불안한 짐작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참후 하얀 시트천에 둘둘 감겨져
내려온 그녀는 작은새처럼 그 작고 가냘픈
지친 날개를 접은채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 버렸습니다.
아..!
가슴에 사무치고 사무쳤습니다.
동해병원 영안실로 새처럼 작은
그녀의 주검은 옮겨지고
우리는 난생 처음 폴리스카를 타고
최초 신고자로 진술서 작성을 해야
한다고 하여 동해 경찰서로 갔습니다.
소식울 늦게 들은 양성동 부회장님에게
서 전화가 옵니다.
암 투병중이신 사모님께서 방사선,
항암치료 등으로 한창 정신없이 힘드신
시기여서 일부러 알리지도 않았었는데
어떻게 소식을 듣고 투병중이신 사모님께
양해를 구하여 그 밤중에 동해 경찰서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와 주셨습니다.
같은 강원도 라고는 하나 거처하는
원주와는거리도 거리려니와 일반
대중교통 수단이 좋질 않았습니다.
겨울 초입의 11월 한기는 아침부터
종일 은신할 곳도 없는 한데서
찬바람에 노출되어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회장님과 내게는 정말
듬직한 위로가 되어 주셨습니다.
오후 4시경 사체 발견후 경찰이
수소문 하여 유족들에게 연락 후
밤12시가 넘은 시각.
사건이 난지 이미 7~8시간이
지났는 데도 유족이라고 아무도
찾아 오는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도않는
그녀의 주변은 그렇게 철저히 고립된
세상에 버려지듯 혼자 버텨 내었나
봅니다.
쓸쓸한 밤을 맞으려나 하고 영안실
1층 로비에서 딱히 할 일도 잃고
할 말도 잃은 우리는 갈곳도 잃고
누구던 나타 나기만 망연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한밤중,..약 2시쯤 되었습니다.
젊은 청년 둘과 중년 남자가 허겁지겁
영안실 로비로 들이 닥치더니 웅기중기
서있는 우리를 한번 흘끗 보곤 곧바로
옆 사무실로 우르르 들어가 버리네요.
저들 인가 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한참후 다시 로비로 나와서 서성대며
갈팡질팡 하는 그들에게 내가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혹시...ㅇㅇㅇ 씨 유족 되십니까?"
그때야 그렇다고 하는 그들의 눈빛엔
낯선 우리의 존재에 대해 불안하고도
불쾌한 경계의 빛이 여색한 낯빛을
감추지 않은채 형언키 어려운 복잡한
심경이 읽혀졌습니다.